1987년 체제는 중대한 체제인식론의 오류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민주화운동’ 세력이 민주주의를 만들어냈다는 허구적 신화(myth)가 만들어졌다
현행 제6공화국 헌법의 핵심은 대통령 직선제다. 1987년 당시 헌법 개정으로 헌법재판소 설치를 비롯한 기본권 강화와 지방자치제 및 국민복지 실현 등이 강조되었지만 기본적으로는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였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유신헌법으로 불린 박정희 정부의 제4공화국 헌법과 전두환 정부의 제5공화국 헌법에서 초래된 장기 집권과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참여를 배제했던 것에 대한 개선 조치로 성숙한 민주체제로의 지향이란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1987년 체제의 근본 문제는 결코 권력구조에 관한 헌법 조항에 있지 않다.
문제의 본질은 1987년 새로운 헌정체제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고, 누가 만들어냈느냐에 대한 착종된 인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1987년 체제는 중대한 체제인식론의 오류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민주화운동’ 세력이 민주주의를 만들어냈다는 허구적 신화(myth)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학생 및 노동자 중심의 퇴행적 세계관과 역사관으로 무장한 진보좌파의 시위(데모)가 ‘민주화 운동’인 것처럼 전제되고 인정되었다.
한국에서 자유민주 혁명은 이미 1948년에 있었고 1987년 직선제란 민주주의 성숙 과정일 뿐인데도 진보좌파가 민주주의를 만들었다고 선동했다. 당시 권위주의적 정치를 넘어 민주주의의 성숙단계로 가야 한다는 요구의 광범위한 존재는 국민 모두의 기대로 말미암이었고, 그것이 실현된 것이었음에도 자유민주질서에 반했던 극렬 진보좌파가 제6공화국 탄생의 주도세력으로 인정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1987년의 정치 변화는 결코 그 이전에 있었던 실패(失敗)에 대한 대안을 찾는 ‘혁명적 변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1948년 건국 이후 펼쳐진 40년간의 대성공(大成功)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성숙’의 결과였다. 잘못된 실패 체제에 대한 대안이냐, 아니면 성공 체제를 기반으로 한 성숙 국면으로의 변화냐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성공시대를 부정하며 거꾸로 실패로 규정짓고, 성공을 계승하지 않는 국면으로 몰아가게 되면서 1987년 체제는 근본적으로 실패를 내재했던 것이다.
달리 말해, 성공의 계승으로 진행되어야 할 체제 변화가 거꾸로 실패로 규정되고 반작용과 해체(解體) 국면인 것처럼 인식하도록 선동해 낸 것은 좌파진보의 대승리이자 역전이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론 그런 선동적 공세에 직면해 후퇴와 방어의 자세만 견지해온 보수우파의 치명적 실패이자 과오의 결과이기도 했다.
▲ 미래한국 고재영 |
1987년 정치 변화는 건국 이후 40년간의 대성공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성숙’의 결과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1987년까지 40년에 걸친 비약적 성공을 기반으로 하여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기본권 확대 및 국민 참여와 복지 확대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건국 이래 제5공화국까지 40년 성공을 상징하는 것은 다음의 네 가지의 객관적 사실이다. 첫째, 신생독립국과 개발도상국 중 오직 대한민국이 가장 성공한 나라를 만들어 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떠오르는 용’이나 ‘한강의 기적’으로 평가하는 모든 국제사회의 평가가 그것이다.
둘째, 대한민국은 공산주의의 ‘쓰나미’같은 확산에도 불구하고 전쟁까지 겪어가며 공산주의나 전체주의로 가지 않았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나서 잘못된 길을 걸었던 소련과 중국, 혹은 대다수 동유럽과 동남아 국가들이 가야 할 모델 국가를 만들어 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그런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계기이면서도 대한민국 성공의 상징이었다.
셋째로, 1987년 전후 들어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성숙으로 갈 모든 조건을 만들어냈다는 확고한 사실이다.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1% 전후가 계속되었고, 1인당 국민소득은 드디어 3000달러를 넘어섰다.
가난한 나라에 성숙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정치학자들이 제시한 소위 ‘민주주의 성숙’으로 갈 수 있는 경제 수준에 도달했던 것도 바로 그 때였다. 무역수지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1986년부터 47억 달러 흑자를 이루더니 급기야 1987년 당시엔 상상하기 힘든 무려 101억 달러를 이뤄냈다.
80년대 좌파 운동권이 30년간 정치 장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출 목표가 100억 달러였는데 수출 총액이 아니라 흑자 액수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바로 1987년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확고한 대북 우위를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경제력, 군사력, 민주주의 및 산업 경쟁력이나 무역 등 전 부문에서 더 이상 북한은 싱대가 되지 않았고 체제 위협을 느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이런 모든 결과가 한국 민주주의를 성숙시켜낸 기반이자 동력이다. 달리 말해, 1987년 체제란 대한민국 40년 성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성숙체제로의 지향 과정이었음이 명백했다. 그런데 대역전(大逆轉)이 펼쳐졌다.
1987년 이전을 실패로 규정하고 실패를 바로잡고 대안체제를 만들겠다는 세력이 한국 정치 전면에 진출했던 것이다. 그들이 바로 진보좌파, 특히 친북좌파였다.
성공 체제를 계승하며 성숙시켜가야 할 상황에서 성공을 실패로 규정짓고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물론 그것은 성공 체제를 부정함으로써 그 체제를 만들고 지켜온 사람들을 부정하고 끌어 내려 권력을 잡아보겠다는 진보좌파의 선동적 체제인식과 역사인식론이 한국 사회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성공 체제를 만든 가치와 세력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훈장을 달아주기는 커녕 폭력좌파들이 훈장을 나눠 갖고 ‘민주화 세력’이란 명분을 만들며 정치적 주도세력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물론 그 결과가 바로 지난 30년 한국 정치의 실패와 파탄의 길이었다.
성공을 부정하고 실패 체제라고 규정짓는 과정을 통해 1980년대 좌파 운동권이 정치적 주도 세력으로 진출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좌파 이념에 세례 받고 극좌파 조직활동을 했던 세력이 한국 정치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로 한국 사회에는 가치 전도(顚倒)현상이 만들어졌다.
그 첫째 예로, 전체주의 북한에 사는 우리 민족에게도 광복과 해방을 가져다 줘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투쟁 과제는 완전히 실종되었다. 오히려 북한 체제를 지원하거나 따라 배우며 북한노선과 이념에 동조하는 세력의 확산만을 가져왔다. 성공 체제를 더 성숙시키기는 커녕 성공을 반동(反動)으로 몰아간 것이다.
나아가 대한민국 40년 성공사를 부정하며 이승만, 박정희와 이병철, 정주영을 비롯한 성공적 지도자와 기업들이 비판되고 격하되었던 것이다. 특히 한국의 성공 과정에 함께 하고 가장 기여한 미국을 비난하는 반미주의가 고양되어왔다.
▲ 6월 항쟁은 직선제 헌법을 낳았다. 그러나 87체제 후 진보좌파의 시위가 곧 민주화라는 이상한 논리가 유행하고 있다. / 연합 |
‘민주화’의 허구를 깨야 미래가 있다
미 대사관 앞에는 시위 행렬이 끊이지 않았지만, 민족을 분단시키고 침략전쟁의 주역들이던 러시아와 중국 대사관에는 그 어떤 시위도 감히 펼치지 못하는 인식의 착란은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성공 체제의 주역인 기업과 시장경제 및 개방체제를 반대하며 폐쇄적 배타주의와 반기업, 반시장적 정서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왔다.
대한민국 성공을 만든 요소들이 부정되며 잘못된 길을 걸어온 과정이 바로 1987년 체제이다. 그렇게 된 것은 성공 역사를 기반으로 번영된 성숙한 사회를 만들려 하지 않고, 1987년 이전 체제를 실패로 규정짓고 1987년 체제를 실패를 바로잡는 ‘민주화 체제’라고 규정지은 선동 논리가 용납되고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진보좌파의 공작과 선동도 문제이지만, 더 본질적으론 보수가 자기 정당성을 잃어버리고 잘못된 체제인식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공유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당당히 반역사적 좌파 논리에 맞서지 않고, 방어하고 후퇴한 결과가 바로 정당성도 상실시키고 당당함도 잃어버린 지난 30년의 세월이다.
따라서 헌법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에 만들어질 2017년 체제는 잘못 정립된 제6공화국 체제를 바로잡고 소위 ‘민주화세력’이라 불리는 진보좌파 중심의 정치 헤게모니를 근본적으로 걷어내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비록 5년, 1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 길을 개척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번영은 더 이상 없다. 그것은 결코 진보좌파의 전향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보수가 진보좌파의 위세와 폭력 및 선전선동에 맞서 수세적 방어와 퇴각의 자세를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보좌파에게 잘 보이고 위협받지 않으려 하는 비겁함부터 고쳐야 한다. 보편가치와 대한민국 성공의 길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하며 당당히 싸워나갈 때만이 국민도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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