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냐 진보냐 연방대법원 방향 가를 미국 대선
보수냐 진보냐 연방대법원 방향 가를 미국 대선
  •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6.11.0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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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풍향계]

클린턴 당선 후 진보적 연방대법관 최대 4명 임명 가능, 낙태·동성결혼 등 진보적 가치관 심화될 듯 

워싱턴=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민주당 텃밭이다. 대선 이야기를 꺼내면 하나같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비난하고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찍겠다고들 한다. 그가 좋아서라기보다 연방대법관 임명 때문이었다. 나이지리아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그녀는 “보수적인 연방대법관이 임명되려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연방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연방 상원 인준을 통해 세워진다. 9명의 종신직 연방대법관으로 구성된 연방대법원은 미국 내 최고 사법기관으로 미국 사회의 방향을 정하는 판결들을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6월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다. 이 판결 후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고 지금 미국 사회는 동성결혼을 너머 성전환자들의 권익보호 이슈가 부상하며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 속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9명의 연방대법관이 내리는 것이기에 공화, 민주 양당은 매번 대선 때가 되면 자신들의 가치를 대변할 보수 혹은 진보 연방대법관이 임명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자기들의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선거운동을 펼쳐왔다. 

이번 대선에도 비슷한 양상이지만 그 중요성이 다른 대선 때보다 훨씬 크다. 이유는 차기 대통령이 많게는 4명의 연방대법관을 재임 중 임명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낙태와 동성결혼을 반대했던 보수 성향의 안토닌 스칼리아 연방대법관이 지난 2월 사망하면서 현재 연방대법관 자리 1개가 공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워싱턴 DC 항소법원의 메릭 갈랜드 판사를 연방대법관으로 임명했지만 연방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을 염두에 두고 차기 대통령이 연방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며 갈랜드 판사에 대한 인준 절차를 거부해왔다.

▲ 현존 미국 연방대법관 8명. 현재 스칼리아 연방대법관 사망으로 한 자리가 공석이다.

연방대법관 임명 문제가 선거 주요 이슈 

여기에 연방대법관 중 루스 긴즈버그(83세), 안토니 케네디(80세), 스티븐 브라이어(78세)가 고령이라 조만간 사망이나 은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차기 대통령은 현재 공석인 연방대법관 한 자리를 비롯, 많게는 4명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연방대법관 8명은 보수 4 대 진보 4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보수 대 진보 연방대법관의 비율이 달라지면서 판결 내용도 달라지고 결국 미국 사회의 방향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어떤 사람을 연방대법관으로 임명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 클린턴은 진보적 가치를 대변할 사람을, 트럼프는 보수적 가치를 대변할 사람이다. 

지난 3차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클린턴은 연방대법원은 낙태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LGBT) 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진보적 가치를 대변할 연방대법관을 임명하겠다는 의지다. 

클린턴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LGBT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이른바 ‘평등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하고 공립학교에서 성전환자 학생들이 자신이 정한 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시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이행, 확대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녀는 또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권리가 옹호되도록 미국의 외교정책을 세워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이날 토론회에서 연방대법원은 총기 보유의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를 보호해야 한다며 보수적 가치를 옹호할 연방대법관을 임명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20명의 연방대법관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 사람들 혹은 이런 사람들과 같은 판사들 가운데 연방대법관을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들은 연방항소법원 혹은 주대법원 판사들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판사로 임명된 사람들이며 동성결혼과 낙태를 반대하는 보수 판사들이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밝힌 판사들 가운데는 동성애를 짐승과의 성관계 수준으로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동성결혼 합법화를 뒤엎을 판사를 연방대법관으로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전통주의자라며 동성결혼을 찬성하지 않고 있고 성전환자들이 생물학적 성이 아닌 자신들이 정한 성에 따라 화장실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노스캐롤라이나의 ‘화장실법’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인 사업가들이 자신의 신앙에 따라 동성애자와 사업을 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종교의 자유법안’에 서명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세우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런 내용의 종교의 자유를 확고히 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반 동성애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미국 사회를 더욱 진보로 기울어지게 할 연방대법관을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워싱턴 DC에서 만난 엘리슨을 비롯해 미국 내 보수적 기독교인들 가운데 크다. 

11월 8일 연방 상원의원 1/3 선출 결과에 공화당 연방 상원 장악 여부 결정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소니아 소토마이어, 엘레나 케이간 등 진보적인 2명의 여성 연방대법관을 임명했고 이들을 통해 모든 미국인들이 건강보험을 갖도록 하자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에 대한 합헌 판결과 동성결혼 합법화 합헌 판결을 연방대법원으로부터 끌어냈다.  

이번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클린턴이 격차를 벌이며 앞섬에 따라 그녀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 결과 공화당에서는 연방대법관이 진보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자는 자구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가 승리하지 않는 한 뾰족한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방법은 지금처럼 상원에서 연방대법관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는 것이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경우 그녀는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메릭 갈랜드 판사를 재차 임명해서 상원인준을 요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 의원의 방법은 연방 상원이 지금처럼 공화당이 다수로 장악할 경우에 가능한데 이는 11월 8일 연방 상원의원의 1/3을 뽑는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만일,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진보적인 연방대법관들이 세워지면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진보 쪽로 기울어지고 그 결과 미국 사회의 방향도 진보적으로 될 것이라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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