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 무소속 버니 샌더스 열풍이 있었다. 국내 진보 언론들은 샌더스의 정치혁명 주장에 크게 고무됐고, 샌더스와 같은 대선 후보가 필요하다는데 진보 진영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한 샌더스는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를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정의했다. 공산주의는 사회주의의 경제철학이며 공산주의 이념이 없는 사회주의란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자본주의가 자유주의의 경제철학인 것과 같다.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3년 6월10일,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일본 방문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자유로운 사회에서 이념은 다원화되기 마련이고, 누구나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따라 공산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한 국민의 권리를 자유권적 기본권이라고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그러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가졌다.
그렇기에 박원순 서울시장께서도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베트콩 호치민”이라 말할 수 있었던 것이고, 또 ‘공산주의를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하시지 않았나.
그런데 ‘공산주의자’라는 말을 죄악시하고 누군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된다고 생각하는 민주주의 신봉자가 계시다. 바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이시다.
그는 페이스북에 '무고하게 공산주의자로 몬다'는 문장을 남겼다. 이는 다시 말해 '공산주의자는 죄인'이라는 전제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문재인 전 대표의 경제정책은 대개 공산주의식이다. 희한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발언했던 고영주 현 방문진 이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고 이사장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필자는 문재인 전 대표의 이념이 무엇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하다. 그가 민주 진보진영의 유력한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다. 주권의 만장일치로 성립한 국가에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우리는 통치권을 위임한다. 즉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에 큰 영향을 미친 공리주의 정치철학자 벤담은 ‘올바로 복종하기 위해 자유로이 비판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권력에 대한 복종이 ‘지금, 여기’에서 올바르고 정당한 것인지 끊임없이 검토하고 감시하고 비판할 자유가 필요하게 된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그런 점에서 천부인권이자 동시에 참여 민주주의를 위한 사회적 권리가 된다. 볼테르는 이러한 자유민주의 원리에 대해 ‘나는 당신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게 주장할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해 ‘공산주의’라는 표현이 모욕스럽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명예훼손으로 고영주 이사장을 고소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동지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공산당도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 주장을 부정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동시에 박원순 시장의 ‘베트콩 호치민 존경’과 ‘공산주의 허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다시말해 '문재인은 민주주의자가 맞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런 의문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인식과 법원의 판결이 심대하게 反민주적, 反자유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공산주의는 가치중립적인 개념이다. ‘종북’이라는 표현과는 달리, 학술적이고 또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모욕적이었나? 자본주의자여서 그랬던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그건 나찌가 가졌던 파시즘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가치관도 문제지만 법원의 판결도 ‘파쇼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공산주의 이념을 가질 자유가 있다. 따라서 누구나 다른 이에게 ‘민주주의자’, ‘자유주의자’, ‘자본주의자’라는 표현처럼, ‘공산주의자’라는 표현도 쓸 수 있어야 한다. 1심 판결을 내린 판사는 반공주의자여서 공산주의자라고 한 부분이 문재인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인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1심 판사는 민주진보의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보수이념의 판사보다 더 국민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판관이 왜 국민들의 알권리와 개인의 표현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거드는가 말이다. 이런 상황이 ‘양머리 내걸고 개고기 파는’ 양두구육이 아니면 뭘까.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그리고 보수 반공주의자를 증오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진보 시민들은 이번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1심 법원의 판결을 ‘깨소금 맛’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복종하기 위해 자유로운 비판을 필요로 하며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더구나 그 비판과 검증이 공인의 위치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처럼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근대이념이다.
만일 선하고 악함이 있다면 그건 모두 개인의 주관 안에 있을 뿐이다.
공산주의자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정치인, 그것도 자칭 민주진영의 유력한 대선주자나, 그걸 또 ‘죄’라고 판결하는 진보 판사나 모두 '우리 끼리' 일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제 정신들이 아니다. 이런 것이 파시즘이 아니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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