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은 있고, 기업가는 사라진 교과서
전태일은 있고, 기업가는 사라진 교과서
  • 최종부 자유경제원 연구원
  • 승인 2016.08.12 03:4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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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발언대] 8·15 건국 특집

전태일 분신이 중요한 사건이라면 한국의 기업가들이 철강·조선·자동차 산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 

강인한 카리스마로 ‘현대’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낸 정주영 회장. 그가 서거한지도 벌써 15주기가 되었다. 대단했던 그의 업적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둥이 되었고 그가 일궈놓은 ‘현대’라는 기업은 아직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큰 힘이 되고 있다. 

▲ 최종부 자유경제원 연구원

그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정주영’이라는 이름이 흐려지고만 있는 듯하다. 아니 정주영을 포함한 1세대 기업가의 발자취가 잊혀져가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서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작년(2015년)의 이야기이다. 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업대회 중에 가장 큰 권위를 가진 대회가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이다.

엄청난 상금과 여러 기업의 실질적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이 대회에 지원했던 학생 중 몇 명이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었고, 대회 준비에 필요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하다가 정주영 회장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결과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학생들 중 몇 명이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가 정주영 회장을 잘 모르거나, 심지어 조선시대의 학자 겸 선비 정약용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싶어서 어떻게 그를 모를 수가 있는가 하고 물어보니 “배운 적이 없다”, “관심이 없었다” 혹은 “돌아가신 현대 회장까지 알아야 하느냐” 등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주영 회장에 대한 대학생 세대의 무지와 무관심이 체감됐다. 혹시 내가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파악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여 통계를 찾아보기로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2014) 통계를 보면 이 문제는 더 명백해진다. 총 순위에서 정주영 회장은 6위에 올라 있다.

나쁘지 않은 수치다. 그런데 연령별 조사를 보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13~18세에서는 0%이고, 19~29세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비율인 3%만이 정주영 회장을 존경한다고 응답한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통계에서 성과 연령별로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을 설문한 자료를 봐도 결과는 비슷했다. 심지어 통계 전체에서 정주영과 이건희 회장을 빼놓으면 다른 기업가는 명단에 오르지도 못했다. 

정주영은 ‘소떼 몰고 방북한 인물’로 소개돼 

당연히 우리가 정주영 회장을 맹목적으로 존경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가 무조건적으로 존경받아야 하는 존재도 아니다. 하지만 기업가에 대한 무지가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필자는 이 문제의 원인을 정주영과 기업가를 가르치지 않는 교과서에서부터 있다고 판단했다. 

8종의 한국사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는 인물군을 조사해본 결과 8종 교과서 모두에 분신자살한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사례가 기술되어 있었다. 반면에 한국의 대표적 기업가인 이병철 회장과 LG그룹의 창업자 구인회 회장 등의 사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단 한 교과서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정주영 회장은 5종의 교과서에 등장하는데, 모두 경제와 기업 활동 관련 내용은 없고, 남북관계를 다룬 부분에서 북한에 소떼를 몰고 방북한 인물로만 나온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기업가 이야기가 사라졌다는 사실, 그리고 분신자살한 노동운동가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혹시 이 나라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택한 국가가 아니라 다른 체제의 나라인가를 착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경영학의 구루’라는 평을 듣는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전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왕성한 나라는 한국”이라고 칭송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산업이 거의 없었다. 6·25 전쟁으로 한국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20여 개 산업분야에서 세계 수준에 이르렀고 조선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계 리더가 되었다.” 

‘한강의 기적’을 설계하고 기획한 사람은 국가지도자와 관료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하기 위해 기업을 일구고, 기발한 창의력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세계 시장에 내다 팔아 지속성장을 가능케 한 주인공은 기업가들이었다.

이러한 기업가들의 존재가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그 기업인들을 ‘탐욕의 화신’ ‘착취의 악귀’라면서 근로기준법을 외치며 분신자살한 인물만 부각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공과(功過)를 구분지어 설명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교과서가 제대로 서술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가를 기술조차 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에게 기업에 대한 무지와 대한민국 발전사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교과서 기술이라면 정주영 회장이 10대와 20대에서 존경받는 사람으로 되어 있지 않은 게 너무나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조선소를 만들었던 우직함,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의 감동, 아산만을 개발할 때 폐유조선을 활용하여 물막이를 하고 공사를 강행한 기상천외한 발상과 같은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담긴 여러 이야기들은 그저 학교 선생님들이 가끔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야사(野史)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전태일의 삶을 영화화 한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발전의 역사는 외면, 민주화만을 가르치는 교육 

기업가들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교과서에 균형 있게 쓰여야 한다. 전태일 분신사건이 경제 발전 과정에서 있었던 중요한 사건이라면 한국의 기업가들이 철강, 조선, 자동차 등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반 산업을 일으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지 않겠는가.

학생들이 근로자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배우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다. 기업의 역사를 모르고 발전의 역사를 모른 채 민주화만을 배우는 교육이라면 가르침의 균형이 너무나 심각하게 깨져 있는 것은 아닐까. 

경영인들의 모임 사이트에서 역대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최고 어록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가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봐, 해봤어?” 라는 말을 ‘노오오오력’을 하라는 ‘꼰대’들의 전유물로 치부해버리는 사회라면 그 어떤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기업가 정신을 영어로 ‘entrepreneurship’이라 한다. 이 단어의 근본적인 어원은 15세기 중세 프랑스어의 ‘enterprise’이다. 사업과 기업을 뜻하기도 하는 이 단어의 다른 뜻에는 ‘진취적 기상(進取的 氣像)’이라는 표현도 포함된다.

학생들 모두가 기업가 정신을 함양해서 기업가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각자의 삶을 영위함에 있어서 개개인이 ‘진취적 기상’을 품는다면 요즘과 같은 흙수저 계급론이 창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개인의 노력과 발전에 대한 무기력함이 팽배해져 있는 지금이 정주영 회장을 포함한 1세대 기업가를 다시 제대로 배워야 하는 골든타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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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kq 2016-08-12 15:37:44
뭐래... 아몰랑 . 노오오오력~~

ㅎㅎ 2016-08-13 18:58:29
설마 지금 대기업가들이 정주영 회장만큼의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dddd 2016-08-19 00:33:41
발전은 인정하지만 뭐 그게 자랑할 내용입니까
노동자를 노예취급하고 개처럼부리다가 내다버리고 정부는 미국 눈치보느랴 저 위에 빨깽이에서 살짝 모자란 수준으로 민주주의 유지하고 그렇게 미친 상황에서 국민들이 가족을 위해서 피와 땀을 흘리면서 이룩한게 지금의 한국인데 거기서 기업을 들먹이다니 어휴 토나온다, 뭐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까? 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