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도래할 새로운 세상에서는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인공지능과 기계에 의해 대체되어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었는지가 성공 기준이 될 것
수십 년 내에 세상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공포의 미래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혹자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또 생성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2015년 다보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5년간 7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 200만 개가 창출되어 결과적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또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영역 자체가 대체되기 시작하면 새로운 일자리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간의 영역은 고도의 예술이나 경영만 남기고 대부분 잠식될 수밖에 없으며, 좀 더 극단적인 미래학자들은 예술과 경영도 결국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둑은 고도의 정신활동인데, 이미 2016년에 인공지능이 인류 최고수를 넘어섰으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이에 맞서 ‘러다이트 운동’을 할 것이 아니라면 해결 방법은 일자리 패러다임 대전환뿐이다.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일자리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모두 뒤집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토록 하기 싫은 노동을 하기 위해 일자리를 얻고자 한다. 이유는 ‘경제력’을 얻기 위함이다. 즉 일이 좋아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돈’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은 자동화 설비와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생산된 재화는 인간이 가져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닌가.
즉, 현대의 대부분의 국가가 일자리 늘리기를 지상 과제로 삼고, 실업률 낮추는 것을 정부의 중요한 성공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현재의 패러다임 하에서만 유효한 것이다.
곧 도래할 새로운 세상에서는 일자리가 얼마나 많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어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었는지가 성공 기준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전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산업구조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었다면 그것은 부정적인 일도 아니다.
기본소득제 문제 제기될 것
현재의 임금위주 경제체제가 유지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으면 전 국민은 진짜 실업자 신세가 되고, 모든 재화와 부는 기업에 집중될 것이다. 따라서 정치의 최대 과제는 앞으로 자동화 설비로 인해 창출될 현재의 수십 배에 달하는 부를 기업과 노동에서 해방될 국민들이 정의롭게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인공지능으로 유발될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기본소득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독일 DM사 사장인 괴츠 베르너가 2000년대 초중반 재산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국가가 정기적으로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기본소득제(basic-income)를 제기하면서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에 이어 전 세계로 기본소득제 논의가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공산주의 배급사회가 연상되어 우파 진영의 웅성거림이 들리는 듯하나, 이는 좌익의 주적(主敵)이나 다름없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내용이다.
올해 스위스에서 제기된 기본소득제는 노동을 하든 하지 않든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 프랑(약300만 원)을 주자는 내용이었는데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자동화로 인해 기업에 쌓이는 부를 임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분배할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다시 꺼내야 할 카드일 수도 있다.
▲ 자동화, 기계화, 인간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것은 필연이다. 사진은 일자리 감소를 예견한 2015년 ㅅ위스 다보스포럼 장면. |
현재 10대 대기업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8% 정도다. 인공지능은 잠도 없고, 급여도 없고, 복리후생도, 퇴직금, 파업, 고용보험, 기술유출, 교육비용, 사내 갈등, 왕따, 성추행도 없다. 무엇보다 24시간 내내 일할 수 있기에 기업의 자동화율이 높아질수록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을 기록할 것이다.
기업의 자동화율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면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증대를 통해 큰 이윤을 보게 된 기업에게 절감된 인건비보다 더 많은 재화를 기본소득제의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생산성이 훨씬 증대된 기업은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노동자는 노동에서 해방되고, 기존보다 더 많은 소득을 받는다.
기업 활동 패러다임도 노동자가 생산한 재화를 노동자와 기업이 나누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자동화 설비가 생산한 재화를 기업과 자동화 설비에 의해 대체된 실업자가 나누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8시간 일하던 노동자들을 대체하여 24시간 기계가 돌아가며 재화를 생산하면 이론적으로 기업은 매출이 두 배 이상 늘 것이다. 이처럼 늘어난 파이에서 원래 지출하던 인건비만큼의 비율을 분배에 사용하면 월 200만 원 받던 노동자들은 노동하지 않으면서 그 곱절 이상을 받을 수 있다.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는 거대한 시간자원을 얻게 될 것이다.만약 인류가 노동의 고통, 경제적 고통에서 해방되어 문제풀이 식 입시교육, 스펙 쌓기 학점 따기 교육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는 법, 정의추구, 도덕, 윤리, 시민의식, 진정한 학문의 즐거움을 찾는 교육, 예술 등 목적으로서의 교육이 이뤄진다면 우려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한심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분배가 실현되는 세상 올 수도
일자리 패러다임 전환 여부에 따라 우리는 전 국민이 진짜 실업자가 되어 활력을 잃고 폭동이 일어날 사회와, 수천 년 간 인류를 옭아매던 노동의 고통, 경제적 고통에서 해방되고 진짜 행복, 정의, 진리를 추구하는 찬란한 미래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여기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사 이래 처음 시작되는 거대한 일자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인식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법과 제도를 준비하고, 새 시대에 맞는 교육혁명을 이끌어 내야 할 시대적 사명이 정치영역에 달려 있다.
현행 20대 국회는 이 거대한 변화를 미리 인식하고 통일이라는 변수까지 고려하여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문제는 역사문제나 노동개혁 등에 비해 진영논리에 따라 대립할 만한 요소도 비교적 적다. 아니, 오히려 지난 100년에 걸친 좌우의 거대한 대립이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회다.
자본주의가 극에 달하다 못해 아예 인간을 기계로 대체해버리는 세상이 오고, 그로 인해 일자리 패러다임 대전환이 벌어지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에서 말하던 진정한 분배가 실현되는 세상이 오면서, 세상을 양분하던 양 극단의 이념이 거대한 통합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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