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당 5조 원짜리 전함 ‘줌왈트’의 비밀
척당 5조 원짜리 전함 ‘줌왈트’의 비밀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6.05.02 04: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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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올해 말 실전배치하는 

줌왈트급 구축함 3척 모두 동아시아 지역에 배치” 선언 

지난 4월 8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는 외교관계협의회(CFR)가 주최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올해 말 실전배치하는 줌왈트급 구축함 3척을 모두 건조하는 대로 동아시아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카터 국방장관의 발언은 즉시 전 세계로 타전됐다. 세계의 안보전문가들은 “미국이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아시아 중시) 전략’을 제대로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새로 실전 배치되는 구축함 한 척에 왜 전 세계가 이토록 소란스러운 걸까. 실은 이 줌왈트 급 구축함이 사상 최초의 ‘스텔스 구축함’인데다 무장이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줌왈트 급 구축함은 냉전이 끝난 뒤인 1994년 ‘애스널 십(탄약고 함)’이라는 개념으로 출발한 차세대 함정이다. 당초 계획명은 ‘DD-21(21세기형 구축함)’로 해상 전투용과 지상 공격용, 두 가지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여기에 스텔스 기술을 적용,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선체로 건조하기로 했다. 

‘DD-21’은 개발 초기에는 토마호크 등 크루즈 미사일 500기를 싣는 화력 지원함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기존에 미 해군이 사용하던 알레이버크 급 이지스 구축함, 타이콘데로가 급 이지스 순양함이 건조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이를 대체하는 구축함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9·11 테러라는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2001년 9·11 테러가 난 뒤 미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전쟁 등 전 세계 우방국과 함께 대(對)테러 전쟁을 벌이면서, 국방예산이 부족해졌다. 때문에 신무기 개발 계획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DD-21’ 개발계획은 논쟁을 거듭하다가 줌왈트 급 구축함(DDG-1000) 건조 계획으로 변경됐다. 

▲ 미국이 올해 말 동아시아에 배치하기로 한 줌왈트급 구축함은 사상 최초의 스텔스 구축함인데다 함포를 자동소총처럼 쏘아대며 수십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첫 해상 시험훈련 중 인 줌왈트급 1번함(DDG-1000)의 모습.

다른 전투함과 무엇이 다른가?

2006년 9월 미 해군은 의회로부터 25억 달러의 줌왈트 구축함 건조 예산을 배정받았다. 이후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1번함 줌왈트는 메인 주(州)의 베스철강 조선소에서 2008년 2월부터 건조를 시작, 2014년 4월 진수식을 갖고 미 해군에 인도됐다. 이후 2년 넘는 운용 시험을 거쳐 올 10월 15일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실제로는 2015년 12월 미 태평양 함대에 배속됐다. 

줌왈트는 미 해군 사상 최연소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엘모 러셀 줌왈트 주니어 제독의 이름을 딴 것이다. 줌왈트 제독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과 한국군의 화력 지원을 맡으며 많은 전과를 올렸다. 

줌왈트 구축함은 길이 183m, 폭 24.6m, 흘수 8.4m, 배수량 1만 4564톤으로, 실제 크기는 타이콘테로가 급 이지스 순양함보다 크다. 건조 비용은 최소 35억 달러에서 최고 44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척당 5조 원. 니미츠 급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비용과 맞먹는다. 

줌왈트 구축함은 다기능 X밴드 레이더(AN/SPY-3) 등을 이용해 이지스 구축함보다 더 넓은 지역을 감시하고, 목표를 추적할 수 있다. 2대의 가스터빈 엔진(롤스로이스 MT30), 2대의 가스터빈 발전기(롤스로이스 RR4500) 등을 갖췄으며, 추진기는 일반 함정과 달리 워터제트 형태다. 

줌왈트 구축함은 일반적인 군함과 달리 전기로 움직인다. 가스 터빈을 돌려 전력을 만들어낸 뒤 워터제트를 움직인다. 즉 하이브리드 배틀십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럼에도 최대 속도는 62km/h(약 33.5노트)다. 

줌왈트 구축함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발전량이다. 가스 터빈과 가스 터빈 발전기 등을 통해 모두 78MWe의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전력통합시스템(IPS)을 통해 이를 관리한다. 

2016년 10월 15일 실전 배치될 줌왈트 구축함의 무장은 미사일 수직발사기(VLS)와 함포 2문, 해상작전 헬기 2대 탑재 등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범상치가 않다. 

줌왈트 구축함은 총 20개의 수직발사기(Mk57)를 장착하고 있다. 각각의 수직발사기는 4개의 발사관을 갖고 있어, 실제로는 80발의 미사일 장착이 가능하다. 이 수직발사기에는 스탠더드 미사일(RIM-66), 진화형 시 스패로우 미사일(ESSM),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BGM-109), 수직발사 대잠로켓(RUM-139) 등을 장착할 수 있다.

미사일은 임무에 따라 마음대로 수를 조정할 수 있다. 즉, 줌왈트 구축함은 대공(對空)방어 및 요격, 대지(對地) 공격, 대잠(對潛)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동시 수행할 수 있다. 

스텔스 기술 적용된 최초의 군함 

줌왈트 구축함에서 미사일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함포다. 지금까지 미 해군의 구축함과 순양함은 127㎜ 구경 함포(5인치 Mk 45)를 장착했었다. 이 함포는 분당 16~20발의 포탄을 발사할 수 있으며, 목표를 자동 조준해 공격한다. 최대 유효 사거리는 24㎞다. 

그런데 줌왈트 구축함에는 155㎜ 구경(6.1인치)의 ‘발전함포시스템(AGS)’이 장착돼 있다. 수직포(Vertical Gun)라고 불리는 AGS는 미 해군이 수평선 너머의 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무기로 ‘장사정 대지공격 추진탄(LRLAP)’을 사용한다. 포탄 내에 추진체와 유도장치가 들어 있으며, 유효 사거리는 154㎞. 2005년 첫 시험 때 기록한 사거리는 109㎞였다. 정확도를 보여주는 ‘표준공산오차(CEP)’는 50m에 불과했다. 

AGS는 분당 20발 이상의 속도로 포탄을 수 있다. 게다가 최대 속도로 발사한 뒤 1분 이상 냉각을 시켜줘야 하는 기존의 5인치 함포와는 달리 쉬지 않고 발사할 수 있다. 1분마다 포열을 둘러싼 냉각장치가 가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줌왈트 구축함은 자동 장전된 600발의 LRLAP 외에도 320발을 별도로 보관, 900발 이상의 포탄을 쏘아댈 수 있다.  

함포를 자동소총처럼 쏘아대며, 수십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줌왈트 구축함의 공격력은 현존하는 군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줌왈트 구축함의 또 다른 특징은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길이 140m가 넘고 배수량이 1만 4000톤인 순양함 급 구축함이 레이더에는 300톤급 어선 크기로 포착된다. 때문에 적이 장악하고 있는 해안, 섬, 해역 등으로의 진입이 용이하다. 적이 레이더로 봤을 때는 이것이 어선인지 요트인지 군함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미 해군은 줌왈트 급 구축함을 3척 도입할 예정이다. 1번함 줌왈트에 이어 2번함 마이클 몬수르, 3번함 린든 존슨이 건조 중에 있다. 미 해군은 2018년 실전 배치 예정인 린든 존슨호부터는 AGS 함포 대신 레일건을 장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은 2014년 12월 10일, 중동 일대에서 작전하는 제5함대 소속 강습상륙함 폰스호에 저공 침투하는 적기나 무인기, 미사일 요격용으로 30kW급 레이저포(LaWS)를 장착했다. 반면 30년 넘게 개발해 온 레일건은 아직 배치되지 않았다. 

레일건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 때였다. 레일건이란 다른 극성을 지닌 자석 레일 사이에 금속 전도체를 놓고, 엄청난 전자기장을 순간적으로 만들어 가속시켜 발사하는 무기다. 

포탄 대신 사용하는 금속 전도체에 폭약이 들어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기에, 같은 중량으로 더 많은 포탄을 군함에 탑재할 수 있고, 속도, 사거리 등에서도 기존의 화약 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화약과 달리 공기가 없어도 쏠 수 있다. 레이건 정부는 SDI 당시 이를 탄도 미사일 요격, 또는 적의 위성 공격용으로 우주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 중이던 미 해군은 군함에는 강력한 전력을 발생시킬 만한 발전기를 탑재할 수 있다고 판단, 이를 적기 요격 또는 적 전투함 파괴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1980년대 초반부터 시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레일건 실용화의 걸림돌은 발전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통제 가능한 전력 관리 시스템이었다. 

줌왈트 급 구축함은 최대 78MW의 전력을 생산하여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레일건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린든 존슨호에 장착할 레일건은 BAE 시스템스에서 개발했는데, 시험 결과 사거리가 350㎞ 정도로 추산된다. 린든 존슨호가 발사한 레일건 포탄이 350㎞ 떨어진 목표물에 도달하는 데는 4분 정도. 이는 마하 8의 속도(2.4㎞/s 이상)로,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미 해군은 2018년 린든 존슨호의 레일건 활용 성과에 따라 다른 두 척의 줌왈트 급 구축함 함포도 레일건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미 언론들은 2020년이면 줌왈트 급 구축함 모두 레일건을 장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웅’ 역할 기대 

중국은 남중국해 일대 인공 섬 7개와 남해함대에 배속돼 있는, 미 항모 타격용 탄도 미사일(DF-21D) 등으로 미국의 해상전력을 억지할 수 있으며, 2020년이 되면 공격수단이 더욱 늘어나 줌왈트 급의 효용성이 생각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줌왈트 급 구축함은 스텔스 기능과 강력한 재래식 함포, 80여 기의 각종 미사일 등을 갖추고 있어, 중국의 미사일 구축함(053C급) 등으로 막기는 어렵다. 

또 스크루를 사용하지 않는 줌왈트 급 구축함은 수심이 낮은 해역에서도 빠른 속도로 기동이 가능하다. 여기에 스텔스 기능까지 감안하면 동아시아에 배치된 줌왈트 급 구축함은 서해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다.

155㎜ 함포의 사정거리가 154㎞라는 점을 생각하면, 인천 앞바다에서 평양 인근까지 포격이 가능하다. 북한 김정은 집단은 물론, 지난 10년 동안 “서해는 중국의 내해”라고 주장해 왔던 중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줌왈트 급 구축함이 갖고 있는 3대의 파이어 스카우트(MQ-8) 무인기로 먼 거리에서부터 적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하면, 유사시 한반도 서해로 쳐들어 올 북한 고속정과 어뢰정 편대의 기습 공격 전술은 무용지물이 된다. 

미 언론들은 줌왈트급 구축함의 첫 함장 이름이 제임스 A. 커크인 것을 가십으로 전하기도 했다. 50년 이상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SF 영화 ‘스타트렉’에서 엔터프라이즈호라는 우주선 함장과 이름이 똑같다는 것이다. 

영화 ‘스타트렉’에서 ‘캡틴 제임스 커크’는 평소에는 평화적인 탐사 임무를 수행하지만 유사시에는 적대적인 외계인에 맞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내는 ‘전설’이 된다. 

현실속의 캡틴 제임스 커크가 영화 속 주인공만큼 업적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미 해군이 줌왈트 급 구축함을 동아시아에 배치하는 데는 영화 속 영웅을 바라보듯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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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4:18:46
스타트렉은 제임스 T 커크. A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