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著, 영림카디널
저자 김인섭 변호사는 서울지법 부장판사와 법무법인 태평양의 설립 변호사 등 법조인으로만 40년을 살아온 법치주의자다. 2002년 은퇴 후 14년 동안 법치주의 운동을 벌이고 있는 법률전문가가 대한민국 현대사의 성장과 질곡을 시기별로 나름의 시각으로 정리한 신간 <민주시민을 위한 대한민국 현대사>를 펴냈다.
성공한 원로 법조인이 왜 현대사 책을 냈을까. 이유는 ‘우리는 성공한 역사를 함께 이루고도 왜 과거사에 매달려 싸우고 있나?’라는 단순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에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고민도 함께 있었다. 이런 일련의 의문을 풀기 위해 저자는 6년여 동안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을 했고, 역사는 물론 정치·경제·철학 서적들과 씨름했다.
저자가 찾아낸 결론의 첫 번째는 민주시민 의식 교육의 부재였고, 둘째는 이를 위한 제대로 된 우리 현대사의 교육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현대사 교육의 문제는 무엇이고, 또 새로운 관점의 올바른 현대사란 무엇일까.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국가 정체성이 없는 현상의 궁극적 기원으로 조선시대 주자학이 갖는 근본주의 성향을 꼽는다. 이 경직된 주자학의 근본주의 때문에 조선말에 대외 문물 개방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문존무비(文尊武卑) 문화와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차별에 따른 상공업과 기술의 천시 문화가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선말 일반 백성은 물론 양반까지도 ‘내 나라’에 대한 애국 개념은 없었다.
저자는 현재 우리 국사학계의 현대사 해석을 민족·민중·민주주의 사관으로 보고 이를 근본주의 사관의 연장으로 본다. 우리 한(韓)민족만을 중심으로 한 이런 사관으로는 조선왕조의 망국,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 및 민주화의 기적 등을 설명할 수 없다. 더욱이 민족·민중·민주주의 사관은 정치체제나 경제면에서 신생국이라는 대한민국의 한계를 도외시 한다는 게 저자의 기본 인식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역사학의 초점이 선진국에 비해 100년, 200년이나 늦게 시작한 근대화의 성공과 20세기 말 대한민국의 번영이라는 극적인 반전(反轉)에 맞춰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해외 사례로서 13억 인구의 인도를 비교한다. 영국으로부터 전수받은 민주주의를 건실하게 유지했던 인도가 2011년 기준 유엔인간개발지수 136위로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는 반면, 산업화를 먼저 추진한 우리나라는 유엔인간개발지수 15위를 차지했다. 인도에는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마저 성숙되지 않아 카스트라는 사실상의 신분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기존 우리 역사학계의 민족·민중·민주주의 사관의 대안으로 국가건설(nation building) 사관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작업은 신생국가인 대한민국이 어떤 대내외 도전에 직면해 있었으며, 그런 도전들을 어떻게 극복해 오늘날과 같은 대한민국을 이룩할 수 있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 국가발전 사관을 통해 재해석하고 재조명하는 것이 민주시민을 교육하고 우리나라에 법치주의를 정착하는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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