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남미까지 우파 돌풍
유럽에서 남미까지 우파 돌풍
  • 미래한국
  • 승인 2016.01.18 0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커스] 세계 정치 풍향

원인은 좌익의 부패·무능력,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복지 포퓰리즘 덕분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2015년 세계는 테러와 이라크·시리아 난민으로 인한 갈등으로 시끄러웠다. 주요 언론의 상당 부분이 테러와 난민 관련된 소식으로 가득 찼다. 이런 가운데 소리 없는 폭풍 소식도 계속 들려왔다. 바로 세계 좌익 진영의 몰락이다. 유렵연합(EU)과 남미를 시작으로 ‘좌익 진영’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일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2015년 11월 2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승리했다. 그의 승리로 남미 대륙에서 우익 정권이 들어선 나라는 콜롬비아, 파라과이를 포함해 3곳으로 늘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포퓰리즘의 종식”을 선언했다. 전기·가스·교통요금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남미 좌익 정권의 ‘도미노 몰락’

세계 언론들의 예상대로 지난 12월 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도 중도 우익 성향의 ‘민주연합회의’가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넘는 113석을 차지했다. 집권 통합사회주의당은 54석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우익 성향인 민주연합회의가 총선에서 승리, 개헌 수준의 의석을 확보하며 “포퓰리즘 정책을 모두 철폐할 것”이라고 밝히자, 집권 좌익여당 소속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6년 동안의 집권으로 다져 놓은 군부 내의 지지 세력들에게 쿠데타를 종용하기도 했다.

좌익 여당이 쿠데타 운운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설치자 민주연합회의 측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도 있다며 압박했다. 

▲ 좌파 정권 포퓰리즘 정책의 폐해를 직접 겪은 남미와 유럽의 국민들이 대거 우파 정당으로 회귀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IS의 잇따른 테러 이후 무분별한 난민 유입과 특혜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사상 최대의 득표를 얻은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유세 장면.

가톨릭 등에 업은 남미 좌익의 부패와 무능력 

우익 정당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남미 국가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최근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외신들은 “브라질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물가 상승률보다 낮다”며 비꼬고 있다. 칠레에서도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졌다. 2013년 취임 초기에는 85%였던 지지율이 2015년 9월 말에는 24%까지 떨어졌다. 

이밖에 다른 남미 국가들에서도 2017년부터 다가오는 여러 선거에서 현재 집권 중인 좌익 정당이 몰락하고 10년 넘게 야당 생활을 해 온 우익 정당들이 약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유는 좌익 진영의 무능력과 부패 때문이다. 

남미 대륙이 좌익에 휘둘리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다. 2차 세계대전 전후만 해도 아르헨티나 등은 나치·파시스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정도로극우 성향이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남미는 좌익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톨릭 신도들 때문이었다. 

남미 12개 국가에서는 195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해방신학이 유행했다. 해방신학이란 가톨릭 교리에 사회주의적 해석을 결합해 만든 것으로, 핵심은 “남미 민중은 미 제국주의와 서방제국주의 국가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며, 남미 민중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방신학과, 이보다 좌익적인 민중신학 등이 퍼지는 데는 가톨릭 단체인 예수회의 역할이 매우 컸다. 16세기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 내부에서는 급속히 퍼지는 개신교 세력을 막기 위해 다양한 단체를 만든다. 이들 가운데서도 서방이 제국주의적인 활동을 펴는 데 적극 협력하고 종교개혁 이전 수준으로 가톨릭이 정치적 권력을 갖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로 세운 조직이 예수회다. 

지금도 예수회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수회 회원이다. 이들은 냉전 시절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군사독재정권과의 투쟁에서 선봉에 서면서 빈부격차 문제를 지적해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냉전이 끝난 뒤 1990년대 후반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자, 남미 12개국에서 차례대로 좌익 정당이 집권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베네수엘라였다. 1998년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9년에는 우고 차베스가 이끄는 통합사회주의당이 총선에서 승리, 이후 16년 동안 여당으로 지냈다. 이후 남미 12개국에는 좌익 정권이 들어섰다. 

남미 12개국 좌익 정권들은 산유국 베네수엘라의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따라 했다. 차베스와 통합사회주의당은 국영 석유기업 PDVSA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황당무계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 PDVSA의 매출은 베네수엘라 GDP의 95%를 차지한다. 

차베스는 국내 물가안정을 이유로 자국에서 생산한 공산품 가격을 강제로 낮추고,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해외에서 공산품을 사와 헐값에 뿌렸다. 그 결과 10년 뒤 베네수엘라에는 제조업 기반이 사라졌다. 차베스가 사망한 뒤 베네수엘라에서는 연 200%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제조업 기반이 사라진 탓에 만성적인 생필품 부족이 생겼다. 

범죄율 상승은 물론 좌익 여당 관계자들의 부정부패도 계속 도마에 올랐다. 좌익 여당은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하는 우익 야당 정치인의 의원직을 강제로 박탈하고 관계자와 언론인들을 불법적으로 구금했다. 차베스 사망 후 대통령 직을 승계한 니콜라스 마두로는 통합사회주의당의 도움으로 대통령령을 즉시 법률로 제정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 

이런 베네수엘라 좌익 여당의 부정부패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그대로 일어났다. 칠레의 경우 좌익 성향인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아들 세바스앙 다발로스가 연루된 스캔들이 터졌다. 칠레 은행으로부터 불법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다 적발된 것이다. 게다가 좌익 여당 의원들은 국영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뇌물을 수수하다 걸렸다. 

2003년 당선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집권 후 정부 재정의 30%를 복지 예산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복지가 좋아지지는 않았다. 2007년 남편에 이어 당선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 액수를 2배로 올렸다.  
원자재가 풍부한 남미 국가들이 포퓰리즘 정책을 처음 펼칠 당시에는 세계 원자재 시장이 호황이었다. 중국의 개발 정책에 힘입어 브라질을 필두로 남미 국가들의 재정도 풍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발(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원자재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웬만한 나라에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비했지만, 좌익 정권들이 들어선 남미 각국은 제대로 된 대비를 하지 않았다. 

2015년 말 현재, 석유를 비롯한 세계 원자재 가격이 끝 모를 추락을 시작하면서 남미 좌익 정권들이 믿었던 금고는 텅텅 비게 됐다. 여기에 대해 좌익 정권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슬그머니 사라졌다. 

EU 전역에서도 좌익 몰락 

남미 국가들처럼 개발도상국에서만 우익 정권이 들어선 것은 아니다. 실은 유럽, 그 중에서도 특히 좌익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던 북유럽 등에서도 우익 돌풍이 거세다. 

지난 2015년 10월 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총선에서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과 인민당의 집권 연합정당이 승리했다. 지지율 38.6%로 과반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코엘류 총리 정권은 재집권에 성공했다. 

코엘류 총리는 그리스 사태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처한 재정적자 문제를 본 뒤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펼쳐, 외부에서 보기에는 인기가 없을 것 같은 중도 우익 정치인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또 다시 승리했다. 

코엘류 총리의 재집권 소식에 가장 기뻐한 것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였다. 라호이 총리는 중도 우파 정당을 이끌고 있다. 라호이 총리는 그리스의 좌익 정당인 시리자가 “긴축재정정책 완화”를 내걸고 당선된 뒤 그리스가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를 본 뒤 매우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펼쳐 위기를 넘겼다. 

포르투갈 총선까지 포함, 2014년 5월 EU 의회 선거 이후 유럽 각지에서 치러진 15번의 선거에서 우익 정당은 13번 승리했다. 2014년 스웨덴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승리했지만, 냉전 시절부터 좌익 정당이 강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 가운데 나머지 국가에서는 모두 우익 정당이 승리했다. 

이처럼 유럽 전역에서 좌익 정당이 몰락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25년 동안 보기 어려웠던 일이다. 냉전이 끝난 직후 승리감에 따라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우익 정당들은 세계 좌익 진영과 무정부주의 세력들이 ‘신자유주의’라는 선전선동을 통해 비난하면서 인기가 급격히 떨어졌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신자유주의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유럽 각국 선거에서 우익 정당들은 큰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좌익 정당의 인기는 2014년부터 곤두박질했다. 좌익 정당들이 집권 후 내놓은 정책들은 분배와 복지에만 집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우대한 탓에 대다수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북유럽과 영국, 동유럽, 남유럽 등에서는 난민과 이민자 지위를 가진 외국인은 일을 하지 않아도 거의 모든 편의를 봐주면서도, 자국민에게는 높은 세금을 매기고 오히려 역차별 하는 좌익 정당의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갈수록 높아졌다. 2014년 6월 테러조직 IS의 등장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IS가 등장한 뒤 유럽에 거주하던 무슬림 가운데 일부가 테러조직 IS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현지 유럽인들에게 “앞으로는 무슬림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며 “살고 싶으면 무슬림으로 개종하라”는 식의 협박을 해댔다. 안전에 위협을 느낀 유럽인들이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좌익 정권들은 “사회적 약자인 이민자들과 대결하지 말고 그들을 포용하라”는 식의 설교를 내놔 국민들의 더 큰 불만을 샀다. 

그 결과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5월 영국 총선 결과다. 당시 유럽의 좌익 매체들은 노동당이 승리하거나 박빙의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 보수당이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재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번에는 복지 정책에 손을 댔다. 지난 35년 동안 난민과 이민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지급해왔던 실업급여를 대폭 줄이는 대신 국민들에게 기초생활에 필요한 돈을 지불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을 위해 의료보험을 개혁하고 이민자 유입을 줄이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어 6월에는 난민과 이민자에 우호적이던 덴마크에서도 우익 성향인 자유당이 승리했다.  덴마크 우익 정당 또한 이민자 유입을 통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5년 12월 6일과 13일에 치른 프랑스 광역지방선거에서도 이민자 유입을 통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국민전선이 대약진했다. 비록 결과적으로는 니콜라 사르코지가 이끄는 공화당이 13석 가운데 7석이나 차지했지만, 그동안 극우세력이라며 도외시 당하던 국민전선은 사상 최대의 득표를 거뒀다. 

EU 각국에서 이처럼 우익 정당이 힘을 받는 이유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와 무분별한 이민자 유입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 정서 때문이다. 이를 다시 한 마디로 줄이면, ‘68세대’가 만들어 놓은 짐을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 

1968년 프랑스에서 좌익 혁명을 요구하며 학생운동을 벌인 ‘68세대’들은 나이가 들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대부분 은퇴했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고 추진한 정책은 지금까지도 EU 전역에 걸쳐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똘레랑스를 내세운 이민자 유입 및 이들에 대한 복지 정책과 모든 국민에 대한, 풍족한 복지 정책이다. 

‘68세대’가 만든 짐 벗어던지려는 EU 

‘68세대’가 중심이 돼 만든 이민자 유입 정책은 1980년대 초반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당시 명분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인구를 늘리고 저렴한 노동력을 받아들여 국가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유입된 이민자들이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출신 무슬림이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무슬림들은 수니파 가운데서도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와하비즘이나 살라피즘을 따르는 이들이다. 이들 무슬림은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 가서도 현지 문화나 생활에 적응하지 않고 자신들끼리만 커뮤니티를 만들어 생활했다. 교육, 납세, 병역 의무도 거부했다. 심지어 현지 언어를 배우겠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반면 유럽 각국이 제공하는 거의 모든 복지 정책의 혜택을 받아먹었다. 

이들에게 향하는 복지 혜택의 부담은 고스란히 유럽 현지인들의 몫이었다.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고 인건비도 상승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의 행태는 국민들로부터 큰 반감을 샀다. 그리고 2005년 11월 프랑스에서 무슬림 폭동이 일어난 뒤부터 반감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든 국민에 대한 복지 정책 또한 유럽 사람들로부터 많은 반감을 샀다. 열심히 일해도 버는 돈의 40~70%까지 세금으로 내는 현지 사람들의 눈에, 일자리도 구하지 않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실업급여나 저소득층 지원금으로 편안하게 생활하면서 심지어 매년 한 달 가까이 해외로 휴가를 가는 무임 승차자들은 기생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럽 사람들은 이런 정책에 대한 반감을 폭력으로 나타내지 않고 선거를 통해 드러낸 것이다. 그 결과 현재 EU 회원국 가운데 좌익 성향 정당이 인기를 얻는 곳은 나라 전체가 무임승차자 수준인 그리스 정도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지구 반대편의 남미, 그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EU에서 우익 정당이 득세하는 모습은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이든 ‘일하지 않는 자만 돕는 복지’는 더 이상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치권과 언론, 학계 등의 주장까지 포함하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나오는 온갖 ‘보편적 복지 정책’이라는 것 모두가 ‘실현 불가능한 꿈’임을 보여준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