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미국 빠지자 IS 설치고, 러시아의 진출, 이란의 흥기,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이 재기
러시아가 갑작스럽게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을 하자 미국에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오바마 행정부는 조용하다.
러시아는 테러단체인 IS를 공격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진짜 목적은 자신들의 동맹인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미국 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공습한 주요 목표물은 시리아 반군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그 가운데는 미국 CIA가 후원한 세력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IS 공습에 이라크 북동부 지역을 IS에 잃은 이라크인들이 러시아를 대환영하는 등 이란―이라크―시리아 아사드 정권으로 이어지는 이슬람 시아파 연대가 이뤄지면서 이슬람 수니파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지역 내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제 미국이 나설 때라는 목소리가 크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前) 국무장관, 로버츠 게이츠 전 국방장관 등은 아사드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시리아 민간인들에 대한 공습을 막기 위해 비행금지(No-Fly)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조용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0월 11일 러시아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시리아 정책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지난 10월 9일 미 국방부는 매년 5000명의 시리아 반군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지난 3년 간 5억 달러를 투입한 ‘시리아 반군 지원 정책’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는 요지부동이다.
▲ 오바마 행정부의 미군 비(非)개입 정책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테러와 무력충돌로 인한 사망자가 4~6배 증가했다. 또 시리아 등에서 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겠다는 것인가?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것이 오바마 대통령이 생각하는 미국의 국익이고, 그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결하고 두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이 되었다. 2003년 이라크전을 시작으로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1조6000억 달러를 지출했고 6900여 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하며 지난 15년 동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했지만 지역 내 안정은 요원하고, 이른바 ‘중동의 영원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미국의 힘의 한계를 느낀 결과 미국인들은 실용주의적인 입장을 갖게 되었다는 게 주요 언론들의 분석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지금까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없었고, 셰일 가스 혁명으로 미국은 더 이상 중동 석유에 의존하지 않게 되었으며, 매일 발표되던 미군의 사망 소식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서 대다수 미국인들은 중동에서 미국의 위상이 약해져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것을 국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닐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그리는 중동정책은 이슬람의 양대 세력인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힘의 균형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토론회에서 만일 수니파와 시아파가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 중동 지역에 평화가 올 수 있다며, 시아파 수장(首長)인 이란이 테러 단체에 자금을 공급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등 책임 있는 국가로 부상하면 수니파 국가들과 이란 간 힘의 균형을 통해 중동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주목했다.
오바마의 중동정책은 대실패
퍼거슨 교수는 최근 타결한 이란 핵 협정은 중동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권력 균형을 만들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계기로 이란, 이라크,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걸친 시아파 연대 부상은 오바마 대통령이 바라는 것인 셈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이 아닐 뿐 아니라, 인도주의적으로도 대실패라는 비판이 크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헤게모니를 쥐어왔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하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자로 나서며 평화협정을 주도해왔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이에 군사 개입하며 질서를 바로 세웠고, 이란의 이슬람 혁명 확산을 억지하는 등 세계 경찰국으로서 중동 지역 안보의 중심에 있어 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미국의 중동 지역 내 기존 동맹국들은 패닉 상태가 되면서 불안이 고조되었다. 이제 이들은 새롭게 중동의 강자로 떠오른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 한다고 풀이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이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방문하고 이스라엘이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한 것을 비난하는 미국 주도의 유엔총회 결의안에 반대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에서 발을 빼면서 무엇보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테러와 무력 충돌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4~6배가량 증가했다. 또 시리아 난민을 비롯한 중동 출신 난민의 수가 급증하며 오바마의 비개입 중동정책은 대실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빠지자 IS가 들어왔고, 지금은 러시아가 진출하고 있으며, 이란이 흥기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재기를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동에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진짜로 끝났다며 오바마에 이어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를 만회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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