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를 꽃 피운 자유와 共和
피렌체를 꽃 피운 자유와 共和
  • 미래한국
  • 승인 2015.07.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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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레오나르도 브루니 著 <피렌체 찬가>

문화예술 도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꽃이었다. 안정된 정치체제, 번성한 상업을 바탕으로 문화 강소국(强小國)으로 부상한 피렌체는 당대 세계인의 찬탄을 받았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한 가운데서 활약했던 레오나르도 브루니(1370~1444)는 자신의 조국 피렌체의 이런 위대함을 노래했다. 그가 경탄하는 피렌체 공화국의 탁월성은 건축물의 화려함이나 교회의 아름다운 장식들, 쾌적한 도시 공간과 같은 외양보다는 공화정체의 우수성, 시민들의 공화적 덕성에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피렌체 번영의 핵심 동인(動因)은 자유정신에 기초한 휴머니즘이었다. 브루니는 자유와 평등의 관념에 기초하여 민주주의를 창안했던 고대 그리스 정체(政體)의 탁월성에 주목했다. 그가 아테네의 웅변가 아리스테네스가 쓴 <아테네 찬가>를 본떠 <피렌체 찬가>를 쓴 이유다. 

브루니는 시민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된 자유로운 정체의 가치를 간파했다. 작은 도시국가였던 아테네가 거대한 제국 페르시아에 맞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굴종을 거부한 아테네인들의 자유정신과 민주정체의 힘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브루니는 피렌체 시민들이 공화정체를 통해 번영을 구가한 로마인의 정통 계승자임을 자부하고 있다.

피렌체인들이 탁월했던 고대 문명의 적자(嫡子)라는 인식은 피렌체가 전제군주제를 거부하고 공화주의에 전념하게 만든 토대라고 볼 수 있다. 브루니는 피렌체의 융성은 아테네 민주정의 탁월성과 로마 공화정의 덕성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피렌체 공화정체의 우수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본 것이다. 

한편 브루니는 피렌체가 밀라노 공국의 전제정에 맞서 싸워 이탈리아의 평화 수호에 기여했다고 역설한다. 그는 민주정의 아테네가 전제정의 페르시아의 침략으로부터 그리스 세계를 구해 낸 방파제 역할을 했듯이, 피렌체가 이탈리아의 자유공화국들의 보호자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드러낸다.

피렌체가 이탈리아 최고의 도시가 된 이유에 대해 브루니는 피렌체 시민들의 종교적 경건함, 경제력, 동료 시민에 대한 애정, 시민들의 업적이 타 도시를 압도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피렌체가 강력한 공화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은 군사력과 공화주의에 입각한 정치 및 행정제도의 운용에 있었다. 9명으로 구성된 최고위원회를 뒀지만 과두정으로 흐르지 않도록 임기를 두 달로 제한했다.

때로는 ‘12인 위원회’나 무장을 한 ‘정의의 기수단’이 도시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최고위원을 네 구역으로 나뉜 구역별로 2명씩 선출하여 대표성을 고르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다. 

브루니는 공화주의를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고 구현할 수 있는 위대한 관념이자 정체로 칭송한다. 피렌체가 상업적 번영과 문화의 만개를 누릴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위대한 공화정체의 착근이 있었다. 

한반도에는 아직도 전체주의의 북한과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이 대립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국시(國是)로 채택하여 건국한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은 넘치는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에 하나 사회주의를 채택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공화주의적 시민 덕성이 고양되어야 한다. 그 때 비로소 우리는 <대한민국 찬가>를 부를 자격이 있을 것이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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