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서 우대받는 시대는 끝났다
여성이라서 우대받는 시대는 끝났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05.28 20:5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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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분석] 여성 우대정책의 허와 실

남녀 불문하고 더 유능한 쪽이 더 많은 임금, 더 높은 지위 향유해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고(故) 밀튼 프리드먼 교수는 자유시장경제론을 대표하는 학자였다. 어느 날 그가 하버드대학에서 특강을 했을 때, 한 여학생이 프리드먼에게 질문했다.

“교수님! 기업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임금을 받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강당에는 침묵이 흘렀다. 만일 프리드먼이 “그렇다”고 답한다면, 그가 주장해온 자유시장론은 미국의 부당한 현실을 외면하는 격이 됐다.

1970년대 당시, 미국 여성 근로자들의 임금은 남성들에 비해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프리드먼 교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나는 반대한다.”

그러자 강당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자유경제론자가 동등한 남녀 임금에 반대한다는 것은 자기 모순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은 자신이 반대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기에 같은 임금을 받을 것이 아니라, 누구든 더 유능한 쪽이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하네.”

얼떨떨해 하는 여학생에게 프리드먼은 “여보게 학생! 나는 지금 그대 편이라네”라고 말했다.

그때 비로소 의미를 깨달은 학생들은 우레와 같이 박수를 쳤다.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이 있다면 여성이 더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의 이런 생각은 한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남녀 간에 능력에 따른 대우라는 것은 한국 여성주의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협회나 여성주의자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종종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우대받아야 하는 이유를 긴 목록으로 제시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남성을 배려하라는 주장도 코믹하기는 마찬가지다. 왜 우리는 남성과 여성 이전에 ‘개인’을 생각하지 않을까.

개인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여성과 남성이라는 젠더(gender) 논쟁 속에 숨는 경우를 본다. 남성주의나 여성주의와 같은 젠더주의는 또 하나의 포퓰리즘과 전체주의적 속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여성 우대’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여성의 사회 진출과 성(性) 차별에 후진성을 보이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그렇기에 사회 각 방면에서 ‘양성(兩性) 평등’과 ‘여성 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요구에 정치권과 지자체(地自體)는 ‘여성과 모성(母性) 우대’를 정책의 1순위로 쏟아내고 있다.

투표율과 여론 형성력이 높은 여성 유권자, 특히 ‘앵그리 맘’이라 불리는 30~40대 여성들의 여론 형성력은 선거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과연 여성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기반으로 그런 정책을 만들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여성 전용’, ‘여성 우대’를 내건 공약들은 홍수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지난해 성남시(시장 이재명)가 시청사에 분홍색 페인트로 ‘여성 전용 주차장’을 설치하자 해외 토픽이 됐다.

▲ 한 지자체의 여성 전용 주차장. 왜 여성이라고 해서 이런 혜택을 받아야 하는지 남성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 전국 방송인 NBC의 여성 앵커는 “한국이 여성 전용 주차장을 만들고 있다”는 뉴스를 보도하면서 화장실에나 등장할 법한 여성 기호에 분홍색 페인트로 구역이 칠해진 여성 주차장 화면에 내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대다수의 패널들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중간 중간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보도 이후 미국의 ABC, CBS, 뉴욕데일리뉴스 등의 매체들과 영국의 미러 등 다수의 해외 언론들도 잇따라 관련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충북 제천시는(시장 이근규) 여성 전용 공공도서관을 설립, 개관했다가 남성연대로부터 ‘쳐들어가겠다’는 협박을 당하는 소동이 일었다.

결국 국가인권위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고 1층에 남성 전용 열람공간과 화장실을 만들었다. 당시 여성 전용 공공도서관은 지역의 한 유지가 ‘여성 전용 도서관을 만들어 달라’는 유언과 기부에 의해 설립되었지만, 지자체로서는 양성 평등을 위해 유족들을 설득하는 것이 옳았다.

청주시(시장 이승훈)는 여성 전용 ‘핑크 택시’를 도입했다가 망신살을 탔고, 인천시 역시 여성 전용 택시 사업을 천명했다가 지금은 수요가 없어 슬그머니 사라졌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우선 의무 구매를 적용한 ‘여성기업 우대’ 정책은 금액이 적어 실효성이 없다는 불만에도 불구하고, 무늬만 여성기업인 위장업체들의 난립으로 도덕적 해이가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성기업 우대 정책은여성에 대한 창업지원 특례, 공공기관의 우선 구매 제도, 자금지원 우대 등 여성기업의 활동과 여성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여성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기업’이 아닌, 노모(老母)나 딸을 대표자로 등록하여 공공기관의 조달 등에 부정한 방법으로 참여하는 소위 ‘위장 여성기업’이 속출하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작년 1월부터 시행된 ‘여성기업 공공구매제’의 경우 할당액 5조2600억 원 가운데 상당액을 부적격 업체가 차지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공공구매 제도 시행 후 1년 간 여성기업 확인서를 받은 업체는 6759곳인데, 이 중 반려가 13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1건)보다 111% 늘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당의 여성 국회의원 할당제는 선거철만 되면 공천 시비와 잡음의 진원지로 떠오른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국회의원에 여성 후보 할당을 30%로 하는 규정을 강제로 하는 개정법안을 올해 초 제안했다. 과연 이런 정책들은 합리적인가? 


여성 우대정책의 뿌리는 소수자 우대정책 

양성 평등을 위한 여성 우대정책은 그 뿌리가 소수자 우대정책(Affirmative policy)에 기반하고 있다.

민주주의 하에서 소수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진보적 이념은 미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에 이어 유색 인종의 사회적 진출과 교육, 취업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개정 쪽으로 나갔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성 소수자가 아니기에 국가의 적극적인 여성 우대정책이 오히려 성적(性的) 역차별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지적은 선진국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적극적 투표와 여론 형성에 키를 쥐고 있는 주부들, 그리고 페미니즘 단체들의 목소리에 가려져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을 내버려 두라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여성들의 경제적 참여율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2011년 OECD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8.96%로, 아이슬란드(85.15%) 스웨덴(79.08%), 노르웨이(77.63%), 미국(70.90%)보다 한참 낮았다.

문제는 정부가 여성들을 경제 분야에 많이 진출시켜서 그런 나라들이 선진국이 된 것이 아니라, 기업들로서는 적재적소에 인재가 필요했고 소비자 주권시대에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발휘했기에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이 높아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무시하고 국가가 나서서 여성 우대정책을 지나치게 추진하면 사회적 갈등이 벌어진다. 그런 현주소를 살펴보자.

젊은 여성의 83%, 그리고 젊은 남성의 80%가 각각 성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는 나라가 있다면 정상일까? 실제로 2014년 대한민국은 그랬다고 보인다.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www.albamon.com)은 지난 해 대학생 728명을 대상으로 ‘남녀 성별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응답한 여대생 10명 중 8명이 성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은 ‘여자에게만 혹독한 외모 지상주의였다.

남학생 10명 중 8명도 성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가장 많은 응답은 ‘군대 징집’이었다. 한마디로 왜 남자만 군대를 가야 하느냐는 불만이었다.

▲ 지나친 여성우대 정책은 실효성도 없고, 반발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성별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사람이 우대받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사진은 여성 연예인들의 여군훈련소 훈련 과정을 다뤄 화제가 되었던 TV프로그램의 한 장면.

이런 성차별에 대한 불만은 여성의 경우 ‘성추행, 강력범죄 등 남자들보다 쉽게 범죄에 노출되는 위험(58.8%)’ ‘사회 진출, 취업 등에 있어 남자에 비해 선택의 폭과 기회가 적은 것(49.3%)’, ‘여성이 가사, 양육을 거의 전담해야 하는 현실(46.3%)’,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및 이에 따른 불이익(46.0%)’이 차지했다.

남학생들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약 76%가 ‘군대에서 내 청춘을 소비해야 하는 것’을 성차별로 느끼는 것으로 드러나 성차별 요인 1위로 꼽혔다.

또 ‘남자는 무조건 강해야 한다는 편견(48.2%)’, ‘여자들은 여자라서 이해 받는 것들이 많은 것(46.7%)’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남학생들이 절반에 육박했다. 


男과 女의 사회적 갈등 

‘만약 다음 생이 있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어떤 성별로 태어나고 싶느냐’는 질문에 남녀 대학생 모두 여성보다는 남성을 꼽는 응답이 두드러져 눈길을 끌었다.

즉 남녀 대학생 모두 40%를 웃도는 응답자가 ‘다음 생엔 남자’를 꼽았으며, ‘여성’을 꼽은 응답자는 이의 절반 수준인 23% 가량에 그쳤다.

비록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이전 대학생들의 응답이지만, 성차별에 대한 불만의 순위는 지자체, 공공기관마다 요란하게 벌이는 ‘여성 우대정책’과 남성들의 ‘군 가산 점수제’ 논란과 직결되는 점이 있다.

그리고 동시에 젊은 남성과 여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성적(性的) 다툼과 갈등의 배경도 충분히 암시하고 있다.

여성들은 남녀 평등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에 비해, 남성들은 여성들이 과도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 대립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남녀 간 비하(卑下)는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SNS) 상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13년,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단체의 재정적 도움을 호소하며 투신한 후,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상에서는 남녀 간에 악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글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가 ‘악의 축’으로 지목되면서 젊은 남성들 사이에 ‘여성가족부 폐지’는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최근 들어 여성도 남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남성 비하에 나서고 있다. ‘한국 남자 군대 5년 찬성 카페’나 ‘한국 남자 안티 카페’가 생긴 것이 대표적이다.

이 카페에서는 “솔직히 군대에서 먹고 놀고 오는 것 아니냐”, “5년도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여성 커뮤니티인 ‘여성시대’는 남성 비하로 유명하다.

이는 여성 비하로 지탄을 받는 ‘일간베스트’와 전투적인 대립항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여성 일베’라는 별명을 얻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unheim)에서 “남성 대 남성의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난 이들이 그 원인을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 탓으로 돌려 박탈감에 대한 심리적 보상을 받으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원섭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남자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성들이 경쟁에 참여하면서 갈등이 나타났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본질은 그런 문제에 있다기 보다는 성차별 방지를 넘어서 국가가 여성 우대정책을 과도하게, 그리고 비효율적으로 편다는 점에 있는 것은 아닌지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소수자 보호정책 폐지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우대정책’에 대한 폐지가 여러 주(州)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시간 주는 2006년 공립교육에서 “인종·성별·피부색·출신 민족 및 국가를 근거로 차별하거나 우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주 헌법을 수정한 ‘프로포지션 2’를 주민발의 표결에 부쳐 통과되었다.

이후 민권운동가들은 미시간 주 수정헌법이 연방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보호 조항을 어긴 것인지 가려 달라고 대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유권자가 투표로 의결한 것을 법관이 바꿀 권리가 없다”며 합헌 판결을 내렸다.

캘리포니아·플로리다·워싱턴·애리조나·네브래스카·오클라호마·뉴햄프셔 등에서도 주(州)헌법 개정을 통해 소수자 보호 정책을 금지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수자 우대정책의 폐지는 그런 정책으로 소수자의 권리가 신장되지 못하면서, 반면에 다른 기회자에게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실증적인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자유주의자들은 ‘선호도의 문제’라고 해석한다.

한국에서 여성의 공직자 임원이 적은 이유는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적극적인 사회적 지위와 일보다는 가정과 여가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것은 공대(工大)에 여성 진학률이 낮은 이유도 설명된다.

선호도가 다른 문제를 기회의 보장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국가가 우대정책을 한다고 해서 과연 여성들의 경제적, 사회적 참여나 미흡한 여권 신장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 하는 의문을 불러온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남녀 갈등만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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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6-05-27 10:01:13
정말 진짜 논리적인 글이네요 정말 유익하게 보고갑니다

HO 2015-11-07 01:28:14
내가 본 가장 논리적이고 중립적인 기사의 글 감사히 읽고 갑니다.

ㅇㅇ 2015-07-07 11:52:15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글입니다.

2%의 아쉬움 2015-05-29 13:26:37
개인적으로 내용에 여성혐오, 남성혐오 등을 보충해서 다음카카오, 네이버 및 기타 포털 사이트에 조금 더 노출되었으며 하는 아쉬움이 존재합니다. 이런 중립적인 글은 남성비하, 여성비하를 억제하고 서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될텐데. 안타깝습니다.

논리적이고 중립적인 글 2015-05-29 13:11:19
내가 보았던 언론 중 가장 중립적이며 논리적이며 어느 한쪽에도 편향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미래한국이라는 언론사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정도 내용이라면 남성도 여성도 한 쪽에만 극단적으로 편향되지 않았다면 고개를 끄덕일겁니다. 성별이 아닌 개인의 능력이라는 부분은 실로 동감합니다. 바른 길과 객관적인 언론 내용에 진짜 오랜만에 제대로 된 기사를 봐서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