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요구로 휘청이는 세월호 특조위(特調委)
과도한 요구로 휘청이는 세월호 특조위(特調委)
  • 이성은 기자
  • 승인 2015.04.15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 추적] 세월호 침몰 1년

특별조사를 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특혜를 달라는 것인가

지난해 4월 16일 아침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1주기가 다가왔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중 304명(실종자 포함)이 사망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전 국민적인 공황상태에 빠졌고 TV에서는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국가 행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가 모두 취소되었고 엄숙한 추모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의도성 짙은 유언비어와 음모론이 온라인을 뒤덮었다.

결국 세월호는 모든 국가 이슈를 집어삼키는 괴물이 되었고, 정치권은 세월호 정국으로 빠져들었다. 

▲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세월호 정국의 수령에 빠져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는 세월호 침몰 1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정상화 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광화문 광장에서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무단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최근 단체 삭발식을 진행하고, 도보행진을 벌이는 등 1주기를 앞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치권은 여전히 세월호 정국이다. 그러나 사고로 인한 희생자들의 희생을 안타까워하던 국민들의 마음은 세월호를 떠났고, 세월호는 순수성을 잃었다. 세월호를 둘러싸고 있는 핵심 논쟁의 화두와 그 문제점을 짚어보자. 


피해자를 위한 배·보상안은 적합한가?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지급 기준이 발표됐다. 

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는 단원고 학생 희생자들에게 지급될 배상금은 평균 8억2000만 원, 단원고 교사 11명에 대해서는 11억4000만 원, 일반인 희생자의 경우 소득과 연령에 따라 배상금액이 1억5000만원에서 6억 원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핵심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들이 받게 될 배상금 규모다. 발표 직후 여론은 엇갈렸다. 

국가가 보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과,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적극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했기 때문에 지급액 규모에 대한 논란은 거셌다. 

여야는 지난 1월 진통 끝에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배·보상 특별법에 합의했다. 

그러므로 액수에 대한 논란의 진위를 가리려면 배·보상금안의 핵심인 사망자들에게 지급될 보상금이 적법한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편성된 것인지 따져야 한다. 

세월호 배·보상 심의위원회가 발표한 배·보상안에서 사망자들에게 지급될 보상금의 총 수령액은 배상금과 위로지원금, 보험금의 합산 금액이다. 

먼저 배상금의 구성요소는 ①일실수익(사고를 당한 사망자가 생존했을 경우에 정년까지의 근무를 가정하고 산출하는 보상 금액) ②위자료 ③휴대품 ④지연손해금이다. 

배상금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일실수익이다. 

세월호 사망자 중 단원고 교사들은 고등학교 교사 연봉에 입각한 일실수익이 책정됐고, 일반인 사망자들은 연령과 각자 상황에 따른 일실수익이 책정됐다. 

현재 배상금 논란의 핵심이 되는 것은 단원고 학생들의 일실수익 산정이다. 

단원고 학생 사망자들은 학생 신분이기에 사실상 월 소득이 없다. 따라서 학생 사망자들에게는 보통 인부 노임단가(2015년 기준 월 193만 원)가 적용되어 약 3억 원이 책정됐다. 

이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는 학생 사망자들을 막노동자 수준의 월급으로 책정했다고 비판했고, 단원고 유족들도 단순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것에 대해 반발했다. 

그러나 비경제활동인구의 손해배상액 산정은 보통 인부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법적 원칙이다. 

따라서 세월호 사고로 사망한 단원고 학생들에게만 일실수익 산정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기존 원칙을 위배하라는 주장이나 같다. 

두 번째 구성요소인 위자료는 1억 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서울중앙지법의 교통·교통 산재(産災) 사망사고 위자료 산정 기준 최고액 1억 원을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과 유가족, 세월호 관련 단체들은 세월호 사고는 국가적 재난이며, 구조 과정 등에서 명백한 국가의 잘못이 발생했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치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이 4월 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령을 폐기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침몰이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세월호 사고 때 실제로 구조 과정의 혼란이 있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퇴선 유도 조치를 하지 않은 목포해경 123정 정장인 김경일 경위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의 근본 원인은 청해진해운의 과도한 이윤 추구로 인한 무리한 증축과 과적(過積)이다. 

게다가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사건을 키웠다. 

세월호 침몰은 사고를 둘러싼 복잡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만, 명백한 해상 교통사고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세 번째로 개인 휴대품의 가치로 20만 원이 책정되었고, 마지막으로 지연손해금은 사고일로부터 지급일까지의 기간의 법정 이율 5%를 적용하여 계산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유가족들에게 지원될 위로지원금은 국민성금을 바탕으로 개인당 약 3억 원씩 지급될 예정이다. 

위로지원금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13개 모금기관이 조성한 국민 성금 1288억 원이 활용된다. 

보험금은 당시 탑승객들이 여행자 상품으로 가입한 보험상품의 보험사인 동부화재에서 1인 당 1억 원을 지급한다.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배·보상안 중 세월호 유가족들이 받게 될 보상금 총액을 정밀분석하면 배·보상안은 적법한 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책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보상금이 책정되었다는 비판 여론과,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주장은 모두 무리가 따르는 것들이다. 

▲ 세월호 사고 사망자 유족 및 피해자 가족 대표들이 4월 2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삭발식을 열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주장하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배·보상 절차 중단 요구의 사실 관계를 들여다보면 타당하지 않다.

한편에선 배·보상조차 거부하고 선체부터 인양하라고 삭발 투쟁을 하는 일부 세월호 유가족들도 있다. 이들의 주장도 옳지 못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개인마다, 가정마다 모두 사정이 다르다. 

심의위원회가 발표한 보상 기준을 받아들이는 유가족들은 신청을 통한 보상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유족들이 아닌, 진도 수역 어민들은 구조작업으로 인해 생업에 지장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 배상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배·보상안을 철회하라는 것은 다수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발상이다. 

배·보상안에 이어 세월호를 둘러싼 논쟁의 주제는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안을 둘러싼 논란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特調委)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을 필두로 한 세력들은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 안은 특조위의 역할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바람에 특조위를 사실상 무력화 시키려는 음모라고 주장한다. 

유가족들도 정부의 시행령 안은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휘청거리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시행령 안에 대해 이들 세력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특조위의 ‘직제’와 ‘예산’ 두 가지다. 

먼저 직제 논란을 살펴보자. 특조위는 120명의 정원을 요청했으나 정부 안은 정원을 90명으로 축소한 것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특조위의 주장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특조위의 주장은 출범과 동시에 120명 정원을 꽉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해수부의 시행령 안은 출범 때는 90명으로 출발하여 120명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사실상 업무가 진행되면 특조위가 요구하는 정원을 다 채워주겠다는 것이다.  

해수부의 입장은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 업무에 투입될 인력은 진상조사가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하반기에 필요하므로 굳이 출범 초기부터 채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시적으로 필요한 인원은 필요한 시기에 채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막고, 또 진상조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인원을 채용해야 할 때를 대비해서 긴급 충원에 필요한 인력을 탄력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예비 수요를 남겨놓자는 것이 정부 안의 핵심이다. 

특조위 주장대로 출범 초기에 120명 정원을 모두 채용할 경우 돌발적으로 필요한 인력 채용 요소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 대책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특조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인력을 대폭 줄였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또 특조위는 정부가 독립기구인 특조위를 자신들의 요구와는 달리 공무원들 위주로 구성하여 정상적인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가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조위의 요구안과 해수부의 시행령 안을 비교해보면 이것도 사실과는 다른 일방적 주장이다. 

특조위는 120명 채용을 주장할 당시 공무원 50명, 민간인 70명으로 하여 공무원 비율을 42%로 책정했다. 

그런데 해수부의 시행령 안은 총 인원 90명 중 공무원 42명, 민간인 48명이다. 

공무원 비율이 42%에서 47%로 소폭 상승했을 뿐 여전히 민간인이 다수를 이루는 체제에는 변함이 없다. 

해수부가 기획조정실을 신설하여 기획조정실장을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이 맡게 함으로써 특조위를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런데 모든 정부 부처에는 기획실이 존재한다. 

기획조정실은 각 부처의 업무 중복을 조정하고 외부에 통일된 데이터와 의견을 내보내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다. 

진상 규명에 관한 업무는 별도 부서에서 관장하며, 결재 시스템 역시 각 부서 사무처장의 결재를 받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기획조정실은 업무에 대해 일체의 관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기획조정실이 특조위를 장악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특조위가 요구했던 외국어 자료 번역비 3억2620만 원, 홈페이지 구축비 1억5750만 원 등은 과도한 외부 용역비를 책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관련 단체를 지원하겠다며 요구했던 3억 원 등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예산항목이다. 


특조위의 터무니없는 요구들 

지난 2월 특조위가 192억 규모의 최종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에 내밀었던 최초의 예산안 규모는 241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는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예산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황당한 항목은 120명의 정원 이외에 기타직 13명을 넣은 부분이다.

특조위가 요구한 기타직 13명의 용도는 4개 부서의 국장급에게 전용 비서와 전용 운전기사를 채용하겠다는 것이고, 또 국장급에게 전용 차량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특혜라는 논란이 일자 특조위는 최종안에서 이 항목을 삭제했다. 

▲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이석태 위원장(오른쪽)과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특조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대통령은 물론 각 정당 대표 면담을 요청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의 행보에도 문제가 많다. 

이 위원장은 특조위의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에선 대통령은 물론 여야 대표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면서 왜 여야 대표를 만나려는 것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안에 대한 입법예고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구하기 위한 절차다. 

국민들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하여 운영과 관련한 조항들을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 입법예고에 담긴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조위는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시행령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입법예고의 기능을 무시하는 정치적 공세다. 

특조위는 진상규명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니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면 된다. 

시행령과 예산안은 정부와 협의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면담 등을 요구하며 정치적으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법치 의식을 상실한 발상이다. 

세월호는 더 이상 정치적 공작과 선동에 의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세월호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추구해야 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