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와 3세기에는 알렉산더 대왕에 대한 기록이 풍성했었다. 하지만 거의 다 멸실되고 단편들만 남았다. 알렉산더에 대한 전기로 가장 충실하고 균형적 시각으로 쓴 책은 바로 루푸스의 저작이다. 루푸스는 로마의 수사학자이자 정치가로 서기 41년에서 79년 사이에 활동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유력하다.
이 책은 알렉산드로스 전기의 국내 최초 완역본이다. 물론 다른 단편들에서 보이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군대 운용의 전략과 전술, 알렉산더가 정복 활동에서 겪는 고난과 역경은 물론 이민족의 정복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고결한 정신과 영웅적 활약, 잔인성 등 양면적 특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알렉산더를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에 따라, 보는 사람에 따라 많이 엇갈린다. 동서양에 걸쳐 대제국을 일궈 문명의 교류를 만들어낸 불세출의 영웅으로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끝 모를 정복욕과 허영으로 이민족의 무고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 잔인한 약탈자로 보는 이도 있다. 알렉산더를 제대로 이해하는 길은 그의 빛과 그림자 모두를 조명해보는 일이다. 또한 알렉산더가 활약하던 당대 그리스인과 주변국의 입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렉산더의 야망은 너무나 컸다. 그가 동방 원정에 나서는 정치적 명분은 그리스를 3차례 침공해 약탈했던 페르시아에 대한 복수와 페르시아의 지배하에 신음하던 소아시아 지역의 그리스인 국가의 해방이었다.
그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갈등의 해소 및 중재자 역할도 자임했다. 물론 전 세계를 지배하고 싶은 알렉산더의 욕망이 깔려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알렉산더가 전 세계 통일을 통해 전쟁을 종식시키고 동서양의 통합과 평화로운 교류를 꿈꿨을 수도 있다.
33살의 불꽃같은 삶을 있는 그대로 추적해 보는 것도 다면적인 그를 제대로 이해하는 출발이 될 것 같다. 먼저 알렉산더는 최고의 전략가이자 전사였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탁월한 전투 능력을 갖춘 전사이자 군대 운용과 지휘 통솔에서 최고의 역량을 보여준 사령관이었다. 알렉산더는 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갖고 다니며 즐겨 읽었다. 그가 헤라클레스나 아킬레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 영웅들을 숭배하고 그들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알렉산더의 용맹과 무공이 병사와 장군들을 따르게 하는 카리스마와 신화를 만들어냈다. 전쟁 과정의 어려움을 병사들과 나누려는 동고동락의 예도 무수히 많다. 왕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고락을 함께하는 왕을 장군과 병사들이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탁월한 전략가이자 전술 운용에 달통한 지휘관이었다. 급류의 강을 건널 때나 험준한 산악 고지를 공략할 때 등 다양한 위험 상황마다 그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창안하고 실행했다.
알렉산더가 젊은 나이에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대 제국을 이뤄 낼 수 있던 요인은 무엇보다 탁월한 용맹으로 앞서 실천하는 리더십과 병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설득할 수 있는 연설 능력, 창의적이고 유연한 전략 전술의 운용 역량과 유럽과 아시아의 융합을 시도한 시대를 뛰어넘은 통찰력이 아니었나싶다.
알렉산더의 아시아 정복은 그가 희구하던 대로 유럽과 아시아가 완전하게 통합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동서양 문명의 교류를 촉진시켜 헬레니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그가 칭기즈칸이나 나폴레옹, 카이사르와 같은 정복자와 다르게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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