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깜짝 놀랄 만한 뉴스가 터져 나오는 나라에 살다보니 웬만한 사건은 무덤덤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이번 주일 후배 K가 “천국에서 돌아온 소년 책 내용이 가짜라는 뉴스 들었어?”라고 말하는 순간 가슴이 쿵 떨어졌다.
몇 년 전 연이어 읽은 <3분><천국에서 돌아온 소년><나는 천국을 보았다> 가운데 하나였고 모 매체에 연재했던 ‘소설가 이근미의 북리뷰’에 제목을 소개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천국에서 돌아온 소년>의 주인공인 알렉스 말라키가 천국에 다녀왔다고 한 건 거짓말이고 알렉스를 헌신적으로 돌보던 부모는 이혼했으며 그 책으로 인해 알렉스와 그를 돌보는 어머니는 금전적 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줄줄이 떴다.
6세 때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2개월 만에 깨어난 알렉스가 천국에 다녀왔다며 쏟아낸 말은 결국 임상치료사인 아버지 케빈 말라키가 지어냈다는 결론이다.
2011년 국내에 번역된 이 책은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답게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대표적인 기독교 언론들이 앞 다퉈 소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독자 리뷰도 호평 일색이다. 특히 4세 어린이의 천국 체험을 담은 <3분>과 함께 6세 소년의 <천국에서 돌아온 소년>은 ‘순수한 어린이를 통해 본 천국’이어서 더 신뢰감을 얻었다.
게다가 <천국에서 돌아온 소년>은 수많은 미국인이 그 가족을 위해 중보기도하면서 도움을 준 이야기가 담겨 있어 더 큰 감동을 줬다. 나 역시 그 책을 읽고 큰 울림을 느낀 데다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까지 했으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도 내가 전도해 새신자교육을 받은 지 오래되지 않은 K가 걱정됐다. 전화로 가짜 소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가장 나쁜 답변이 돌아왔다.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다른 책의 내용도 의심스럽다. ‘암이 나았다, 무슨 큰 병이 나았다’고 간증하는 사람들의 말도 믿어야 할지 말지 판단이 안 선다.”
후배의 말에 그저 유구무언이었다. 뇌사에서 7일 만에 돌아온 하버드 신경외과 의사의 <나는 천국을 보았다>는 치밀하고 세밀해 믿을만 하니 부디 K가 의심을 거두길 바랄 따름이다.
<천국에서 돌아온 소년>의 책 소개에 ‘성경 말씀과 전혀 어긋나지 않고, 또 신비주의적인 경향으로 조금도 빠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른 책들을 보고 치밀하게 연구해서 썼기 때문이리라. 후폭풍은 크지만 알렉스가 뒤늦게나마 고백한 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알렉스 부자가 어떤 거짓말을 했든 천국은 분명히 존재하고 정말 천국에 다녀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를 K와 함께 잘 나눠야겠다.
이근미 편집위원·소설가 www.rootlee.com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