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건축술의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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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02.1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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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비트루비우스 저, <건축십서>
 

비트루비우스(Marcus Vitruvius polio, ?~?)는 기원전 1세기경 로마 최고의 건축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로마시대 건축술과 이론을 집대성한 <건축십서(De Architectura 10권)>를 남겼다.

이 책은 그리스와 로마 고전 연구가 활발하던 르네상스기인 1415년경에 재발견돼 오랫동안 유럽의 건축가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특히 건축의 여러 영역에 대해 전문적 내용을 상술해 오늘날까지 건축학도에게 성서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애독서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모두 10권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만큼 다루는 영역이 방대하다. 건축의 기본 원칙, 건축 부지, 건축 자재, 건축 구조물의 구성 비례 및 주요 구조물의 제작 방식, 다양한 목적의 건축물의 구성과 축조 계획, 일반 주택의 공간 구성 및 구조, 건축 자재와 채색 등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나아가 건축과 간접적으로 연관되는 물의 특성에 대한 기술, 행성과 성좌(星座)의 현상과 각종 건축 및 전쟁 등에 필요한 기계 장비 및 기구 등에 대한 소개도 담고 있다.

비트루비우스는 제일 먼저 건축가의 교양으로서 기하학, 광학, 수학을 배울 것을 권장한다. 나아가 자연과학과 철학을 배울 것을 요구하고 음악 또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철학을 통해 사욕을 버리면 훌륭한 건축 작품을 만들 수 있고 자연법칙을 알면 건축 과정의 다양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水道)의 유입이나 구배(句配)의 문제도 자연과학 법칙을 알아야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비트루비우스는 훌륭한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 완전할 수는 없지만 다방면에 걸쳐 어느 정도 학문적 성취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다. 로마가 최고의 건축술을 보일 수 있었던 저력을 느끼게 한다.


오늘날 유럽 건축에 지대한 영향 줘

고대 원형 극장 건축 시 특별한 음향 장치 없이 건축 기법만으로 섬세한 음향과 잔향(殘響) 효과가 발생하도록 시설했던 점에서 그리스와 로마 건축 기술의 탁월성을 알 수 있다.

비트루비우스는 극장의 음향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무대(scaena)와 오케스트라(ochestra), 계단식 관람석, 극장 제일 상단의 열주랑(列柱廊, colonnade)의 시설 및 배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요즘에도 그리스와 로마 원형 극장의 유적지를 방문하면 관광가이드들이 오케스트라의 정중앙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박수를 치면서 극장 내에 퍼지는 음향과 공명(共鳴)현상을 입증해 보이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건축십서>에 기술된 로마 건축 현황과 이론을 볼 때 당대에 만들어낸 건축물과 건축기술의 탁월성이 얼마나 뛰어났던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나아가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 유적들을 보다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해준다.

현대 유럽 도시들을 구성하고 있는 아름다운 석조 건축물들은 모두 균제 비례의 원리에 의해 축조된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기술의 계승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술은 유럽 각지로 전파됐고 중세 여러 나라의 왕궁과 성곽, 성당, 교량, 공공건물의 건축에 그대로 전수돼 갔다. 오늘날 우리가 찬탄하는 유럽의 많은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누군가인지 모르지만 비트루비우스와 로마 건축가들의 영향을 음양(陰陽)으로 받은 후예들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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