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전쟁’으로 울고 웃는 지구촌
‘석유전쟁’으로 울고 웃는 지구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02.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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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나라마다 경우의 수가 다른 예측불허의 ‘경제 기상도’

국제유가가 기존 유가보다 반 토막으로 떨어졌다. 미국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도전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채굴 양산체제로 돌입하면서 지구촌의 ‘석유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누가 더 싸게 팔 수 있는가?’

중동의 OPEC와 미국의 셰일가스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러한 전쟁에서 세계 주요국들의 손익 계산도 치열하다. 나라마다 재미있는 경우의 수가 도출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전쟁 도발자로 “끝까지 해보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전쟁의 도발자다. 사우디는 OPEC국가들의 석유감산 주장에 반대하며 미 셰일가스 기업들에게 도전장을 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에서 올해 초 50달러 선이 깨졌으며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사우디의 석유 채굴 단가는 배럴당 106달러 선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30달러 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사우디의 석유 매출이 GDP의 45% 수준이고 이미 축적해 놓은 오일달러로 인해 배럴당 50달러의 유가로 3년간은 버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가 50달러는 미 셰일가스 기업들의 90%가 손익분기점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과 이라크의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벙어리 냉가슴’

사우디의 이런 전략은 상대적으로 석유 채굴 비용이 높은 이란과 이라크를 압박해서 중동의 헤게모니를 더욱 확실히 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 채굴비용이 배럴당 130달러에 달하는 이란과 100달러 선의 이라크는 사우디의 석유 전쟁 선포로 코너에 몰렸다. 반대하자니 미국의 셰일가스 진영의 승승장구로 공동 몰락의 운명에 처해질 것이고 찬성하자니 당장 석유 외에는 수입이 없는 국가들이어서 셰일가스 기업들보다 더 일찍 고사할 판이다.

특히 이란의 경우 미국의 경제 봉쇄에도 불구하고 석유 밀매 수입으로 원자로를 개발하던 중이어서 그 피해는 실로 크다. 역으로 이러한 상황은 이스라엘에게 안보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반면에 이라크 북부 유전시설을 장악하고 있는 수니파 테러조직 IS로서는 치명적인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 이란 하산 로하니 대통령

러시아의 경우

유탄 맞아 주저앉은 제국의 꿈

GDP의 2/3를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의 석유채굴 손익분기는 배럴당 100달러이다. 국제 유가 50달러라는 숫자는 그대로 러시아의 몰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번 석유전쟁의 최대 피해자로 등장했다. 루블화는 폭락했으며 푸틴의 야망은 좌절위기에 놓였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가스분쟁을 통해 중앙아시아 에너지 판도를 장악하려던 러시아의 의도는 된서리를 맞았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EU가 더 이상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유럽국가에 편입하려던 장기적 비전마저 위협하게 된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미국의 셰일가스 성공을 손 놓고 바라볼 수만도 없다. 그렇게 되면 유럽의 탈의존 러시아 현상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 러시아 푸틴 대통령

베네수엘라의 경우

졸지에 국가부도 위기로

배럴당 117달러가 손익 마지노선인 베네수엘라는 사색이 다 됐다.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자원을 갖고서도 차베스 대통령의 미치광이 사회주의 경제정책으로 이미 파탄이 나 있었다.

그 동안 석유를 남미제국에 싸게 팔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반미 연합전선을 만들었지만 정작 베네수엘라에서는 시장에서 화장지나 아기 기저귀를 살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망가졌다.

지난해 차베스가 사망하고 신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취임해 새로운 전기를 꿈꿔 보는 베네수엘라 입장에서 이번 저유가 석유전쟁은 국가부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중국의 경우

“기회는 지금, 다 사들이자”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수입국이다. 석유전쟁으로 유가가 하락하자 중국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석유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 1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하루 평균 715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한 결과 지난해 전체 원유 수입량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3억800만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목을 끄는 것은 중국이 비축을 위해 석유를 막대하게 사들인다는 점이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의 무역 부문 자회사인 차이나오일은 유가가 폭락할 때 중동 지역으로부터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또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의 자회사인 유니펙은 두바이,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중동산 원유를 2000만 배럴 이상 구입했다. 아울러 중국은 러시아의 석유도 대량으로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하루 평균 66만5000배럴로 전년에 비해 무려 36%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석유 거래는 중국과 러시아간에 새로운 밀월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비축유 전략은 석유전쟁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고 그 결과 다시 유가가 오르리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아울러 중국은 셰일가스 매장량이 미국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중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신중한 입장이다. 중국의 셰일가스가 미국의 모래 지역과는 달리 암석 지역에 집중된 까닭에 채굴 기술과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죽느냐 사느냐” 고민하는 햄릿

대부분의 관측은 저유가가 미국경제에 유리하다는 쪽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역시 거대한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심도 있는 분석과 해설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 경제 매거진 VOX는 ‘저유가로 미국의 42개 주는 이익을 보겠지만 석유생산이 주요한 로컬 소득원인 알래스카나 텍사스와 같은 8개 주에서 저유가는 재앙으로 작용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미국에서 전통적 석유산업은 자본시장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S&P500과 같은 주가지수에서 석유에너지 산업의 비중은 약 25%에 달하고 있다.

그러한 구조는 저유가로 인한 기존 석유메이저 업계의 수지 악화를 셰일가스 업계의 이익이 흡수해야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저유가가 계속 될 경우 미국의 셰일가스 기업들의 수지 악화로 인해 미국의 전체적인 에너지 산업 분야의 퇴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시 말해 자칫하면 미국의 에너지산업이 ‘게도 구럭도 잃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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