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에서 태어난 두 형제 초이노믹스와 아베노믹스
한 배에서 태어난 두 형제 초이노믹스와 아베노믹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9.26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 최경환 경제정책은 일본의 판박이인가?

민생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효과가 다시 한 번 주목하고 있다. 평가는 두 방향으로 나뉜다. 효과를 보고 있다는 쪽과 약발이 다했다는 쪽. 그런데 이 평가의 기준이 일본 아베노믹스라는 점이 미묘하다. 일각에서는 최경환 경제라 불리는 ‘초이노믹스’가 아베노믹스를 베낀 것이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과연 그런가.

아베노믹스와 초이노믹스의 유사점은 일단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자’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

아베노믹스는 전적으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의존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즉 일본 중앙은행이 일반은행들의 채권을 구입해서 금융권에 자금을 공급하고, 이 자금을 기업에 대한 채권투자나 여신으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이에 비해 초이노믹스는 한국은행의 동참이 없다. 최경환 경제팀의 돈 풀기는 재정확장과 정책금융에만 의존하는 훨씬 ‘소극적인’ 방식이다.

최경환 경제팀의 이러한 정책은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잃었을 때에는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보다는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는 편이 총수요를 진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경제를 뉴딜정책으로 극복했다는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유동성 공급의 아베노믹스
재정확대의 초이노믹스

물론 미국의 대공황이 뉴딜정책으로 극복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미국의 대공황은 2차 대전 이후에 해결되었으며, 대공황 기간 동안 정부의 천문학적 지출은 실업률과 경기회복에 전혀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전쟁으로 인한 ‘전시특수’가 작동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 주장 역시 경험적 연구로 부정됐다. 미국의 대공황은 전쟁 후 정부가 재정확대를 중단하고 시장경제 중심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민간투자 회복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이 새로운 연구 결과다.

그러한 점에서 재정확대 정책의 초이노믹스가 성공할지 유동성공급의 아베노믹스가 성공할지는 양쪽 다 확신하기 어렵다. 아베노믹스의 경우 일반은행들이 불황을 겪는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일으키기 어렵고, 그나마 관치금융의 틀 안에 있다는 점에서 자칫 금융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등장한다.

일본이 최근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는 전기 대비 -7.1%(연율). 지난달 대비 0.3%포인트 낮아졌다. 감소폭으로 치자면 2009년 1분기(15.0% 감소) 이후 5년 3개월 만에 최대다.

원인은 주택투자와 설비투자의 부진. 전기 대비 각각 10.1%, 5.1% 줄었다. 개인소비도 5.1%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4%로 예측된다. BNP파리바증권은 아예 마이너스성장(-0.1%)을 예상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는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그렇다면 초이노믹스는 어떤가.

‘저성장 함정’을 규제완화와 재정확대로 돌파하겠다는 초이노믹스는 일단 부동산 시장에서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택담보대출비율, LTV 완화에 재건축 연한 단축까지 부동산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요지부동의 부동산 거래가 활기를 띠었고, 얼어붙었던 기업 채권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채권발행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경기상황 판단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꺾인 지 한 달 만에 반등했고 6개월 뒤를 전망하는 향후 경기전망지수는 100을 기록하며 8포인트나 상승했다. 50여 일 간에 걸친 최경환 경제팀의 부산한 움직임이 일단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초이노믹스가 아베노믹스와 다른 점은 당면문제가 다르기에 접근방식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일본경제의 당면문제는 경제 전반의 디플레이션과 정부부채다. 한국의 문제는 경기부진과 부동산 디플레이션, 그리고 가계부채 등이다.

 

‘중앙계획 통제모델’이라는 점에선 같아

아베노믹스가 기업의 수출과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환율과 공급을 중시하고 있다면 초이노믹스는 기업의 투자와 배당을 가계소득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가계자산인 부동산 디플레를 제거하고 가계부채 경감을 위한 이자율 인하로 수요를 진작하고자 하는 수요중시라는 점도 다르다.

일단 아베노믹스의 공급측면 중시 경제정책은 엔저를 통한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제고라는 ‘반짝 효과’를 보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수출기업들이 엔저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내리지 않은 이유가 컸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을 통한 인위적인 앤화 약세를 대세로 보지 않은 이유다. 이러한 문제는 시장경제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합리적 기대가설’이 옳다는 것을 말해준다. 민간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나름 그 방향을 예측하고 대응하기에 정부 경제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 그렇다면 시중 유동성이 아닌 재정확대 방식의 초이노믹스는 어떨까.

합리적 기대가설에 의하면 정부의 재정확대는 민간투자의 여력을 소모시킨다. 다시 말해 인위적인 금리인하의 약발이 정부지출 확대로 상쇄되고, 경기회복 시에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호황의 시기가 미뤄진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한 미래 관점에서 기업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 다시 말해 시중 유동성이든 재정확대든,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은 민간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와 초이노믹스 정책의 공통된 함정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작은 정부’와 ‘시장 확대’만이 답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을 수 있다는 점은 경기회복에 ‘작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런 정책은 포퓰리즘 대중정치가 지배하는 오늘날의 한국과 일본의 상황에서 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정확대(초이노믹스)냐, 유동성확대(아베노믹스)냐 하는 문제는 현대 경제학에서 흔히 ‘케인즈 경제학이냐 신고전파 종합이냐’의 논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두 이론 모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경제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중앙계획 통제모델에 속한다.

이 문제에 대해 일찍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거두 하이예크는 지나친 합리주의에 기반한 ‘치명적 자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복잡한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제가 성장하는 비결은 경제학자나 정부 관료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분산된 지식형태로 존재하며, 다름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들 속에 암묵적 지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은 정부를 통한 시장의 확대만이 답이 될 수 있다. 이 말을 바꾸면 아베노믹스나 초이노믹스 모두 ‘관치경제’라는 점에서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이야기도 성립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