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엔 있지만 삼성에겐 없는 것
샤오미엔 있지만 삼성에겐 없는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4.07.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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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4일 홍콩의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 마켓 리서치에서 발간된 보고서가 세계 IT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보고서는 35개국에서 조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는데, 4월부터 팔리기 시작해서 5월 시장집계에서 1위를 기대했던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폰 갤럭시S5가 8개월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5s에게 여전히 밀렸다는 얘기였다. 아이폰5s 등극 이전의 자리에 있었던 삼성의 갤럭시S4의 위치를 탈환하지 못한 것이다. 

5월 집계순위에 포함된 놀라운 사실은 하나가 더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창립 4년째의 휴대폰 전문업체 샤오미 테크(이하 샤오미)의 MI3 스마트폰이 한 달 전 10위에서 5월의 7위로 뛰어 올라왔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저가 모델인 홍미 레드라이스 스마트폰까지 합쳐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집계 톱10 리스트에서 각각 7위와 9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애플, 삼성과 함께 이름 올린 샤오미

거의 대부분이 중국 내수 판매량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화웨이(Huawei), HTC, 레노버 등 쟁쟁한 중국 대기업들을 물리친 결과라는 것을 따져보면 더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판매량 10위권에 이름을 올릴 만한 기업들은 많지 않다. 휴대폰 관련 업계의 재편이 일어난 지금은 삼성과 노키아, 애플, LG, 화웨이(Huawei), TCL-알카텔, 레노보(모토롤라) 정도 밖에 없다. 여기에 난데없이 샤오미란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샤오미는 스마트폰 제조회사이지만 근본을 따져보면 뼛속부터 소프트웨어 해커들의 회사다. 샤오미는 창업 때부터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핵심 전문성을 갖고 있었다. 구글을 제외한 전 세계 어느 회사보다 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잘 다루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인 것이다.

예를 들어 샤오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miui.com)에서는 그들의 미유아이(MIUI)라는 최적화된 안드로이드 UI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 사이트를 잘 뒤져보면 샤오미가 왜 무서운지 진정으로 알 수 있다. 미유아이는 심지어 삼성, LG, HTC 등 경쟁사 하드웨어까지 지원한다. 그리고 샤오미의 스마트폰들은 이 수많은 지원 리스트 중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샤오미는 2010년 설립 시 처음 만들어진 모델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폰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최신판 OS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을 제외한 삼성이나 화웨이, 노키아, 레노보 등 어떤 스마트폰 메이커는 물론 구글조차도 이런 식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공식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용자들은 구입할 때 설치돼 있는 OS의 마이너 업그레이드 수준에 만족하거나 업그레이드를 포기하고 처음 구입 시 설치된 OS로 스마트폰 교체 시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갤럭시S5 등 최신판 휴대폰들에서는 자동 업그레이드가 지원되면서 약간 상황이 달라졌다. 그러나 구(舊)버전의 갤럭시 S나 S2쯤 되면 새로운 최신 OS를 쓴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얘기다. 삼성에서 해당 기종용으로 펌웨어 업그레이드와 OS 빌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은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팔 때 공짜로 얹어주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삼성뿐 아니라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드웨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샤오미만 이 문제에 다르게 접근했다.
샤오미는 미유아이(MIUI)를 만들고 업데이트 하는 걸 ‘본업’으로 생각한다. 미유아이를 가장 잘 구현하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게 오히려 부차적인 일이다(물론 매출은 전부 스마트폰에서 나온다).

그 결과 중국 내수시장만 놓고 보면 샤오미는 지난 4월의 중국 내수시장 탑10 판매리스트 중 무려 3개 기종을 밀어넣을 수 있었다. 샤오미 홍미, 샤오미 MI3, 샤오미 홍미 노트가 그 기종들이다.

 

차이는 ‘소프트웨어’다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들의 차이점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다.

애플은 하드웨어 제조사이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회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게 만든 소프트웨어는 자신의 하드웨어에 적용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반면 삼성을 위시한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오픈소스의 구글 안드로이드를 가져다가 자기네 하드웨어에 끼워 맞추는 작업을 하지만 그 작업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하드웨어를 팔기 위한 것이다.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일은 다음과 같다. 안드로이드2.0이 적용된 스마트폰은 한 번 출시되면 그걸로 끝이다. 새로운 휴대폰을 출시할 때는 그때 맞는 안드로이드2.2를 적용해야 한다. 예전에 2.0 기반으로 출시했던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2.2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제공할지의 여부는 하드웨어 제조사의 의중에 달려 있다. 대부분 구형 폰에서 최신 OS를 1회나 2회 정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제공하는 정도에서 끝난다.

해커들의 반란, 그 정점에 선 샤오미

예를 들어 삼성 갤럭시S는 원래 안드로이드2.3에 맞춰서 제조됐다. 소비자 서비스가 우수한 삼성답게 한참 후에 안드로이드3.0 업그레이드를 제공했다. 그리고 중간과정은 건너뛰고 얼마 전에는 무려 안드로이드4.1 업그레이드까지 제공했다. (하지만 실제로 설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IT전문가를 자부하는 나도 실패했다.) 그러나 최신 안드로이드4.4는 제공 리스트에서 빠져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지원될 것 같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구글이 자신의 이름을 달고 내놓은 레퍼런스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에 안드로이드4.0이 장착돼 판매됐는데 이 넥서스폰에서는 안드로이드4.1 업그레이드를 지원한 게 전부였다. 구글 이름을 달고 있는 넥서스폰에서마저 최신 안드로이드4.4를 지원하지 않는 게 그 바닥의 관행인 것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절대적인 통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지극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다른 환경이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윈도우95 시절 구매한 PC에서는 윈도우98까지만 지원하고 윈도우XP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식인 것이다. 윈도우XP 시절 구매한 PC는 윈도우7까지는 지원하지만 윈도우8까지는 지원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래서 전 세계의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모인 포털 XDA의 해커들은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만든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롬(ROM)을 대체하는 자신들의 롬과 안드로이드 론처 등을 개발하고 개선시켜왔다. 사실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은 브랜드는 제각각이지만 사용 중인 CPU나 그래픽 칩세트 등이 표준화돼 있기 때문에 IBM PC 호환기종처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다. 약간의 차이점만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면 여러 기종에 적용 가능한 롬(ROM)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나 XDA처럼 전 세계의 모바일 개발자들이 모이면 모이는 정보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이 무슨 일을 해냈냐고?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팔고 나서 등을 돌린 이 구형 스마트폰 즉 ‘버린 자식’들에게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이 돌아가게 하는 새로운 대체용 ROM과 낡은 기종에서도 빠르게 앱을 구동할 수 있는 최적화된 UI 미유아이(MIUI) 등을 만들어냈다. 특히 미유아이(MIUI)를 만들어낸 해커들은 샤오미를 창립했고 샤오미를 창립한 후에도 여전히 거의 모든 스마트폰을 제공하는 미유아이(MIUI) 업그레이드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이다.

“고객님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3.0을 끝으로 모든 기술지원이 종료되었습니다”라고 하드웨어 제조사가 공식적으로 선언해도 스마트폰 해커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XDA에서 최신 안드로이드4.4(킷캣)를 지원하는 CM롬을 구해서 설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커들의 반란의 정점에 선 것은 샤오미였다. 샤오미의 미유아이(MIUI) 시리즈 롬들은 CM롬 등에서 제공하던 다양한 하드웨어 기종 지원에다가 자기들이 만든 미 론처(MI Launcher) 등을 포함하고 여러 응용프로그램 지원과 최적화를 통해 제조사들이 버린 구형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최신 스마트폰이랑 별반 다를 바 없는 멋진 미폰(MI Phone)으로 탈바꿈 시켜 줬다. 마치 마법 같은 일이었다. 낡은 구형 삼성 갤럭시가 최신 미폰이 되다니.

샤오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들 이름의 저가와 중저가 스마트폰을 만들어 제공했다. 저가의 홍미 시리즈와 중저가의 미1, 미2, 미3 등 시리즈다. 이 중저가 미 시리즈 스마트폰의 스펙은 삼성 갤럭시와 별로 다를 바 없는 화려함을 자랑하기에 중국 내수 판매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샤오미는 삼성이나 LG 등 다른 하드웨어 제조사와는 달리 항상 최신의 안드로이드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샤오미의 미유아이(MIUI)는 거의 매주 업데이트가 발표될 정도로 꾸준하게 개선되고 있다. 샤오미폰을 사는 유저들은 샤오미폰이 아닌 미유아이(MIUI)가 가장 잘 지원되는 폰을 구매하는 것이다.

한국 IT 산업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름도 생소한 신생 기업이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훨씬 더 싸게 팔아서 해당 제품의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던 현상은 사실 우리의 과거이기도 하다. 삼성과 LG, 대우, 현대 등의 그룹이 미국과 일본의 해당 제품들을 복제하고 더 싸게 만들어서 미국과 유럽 등에 내다파는 과정을 우리는 봐왔다.

지금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삼성의 스마트폰과 거의 비슷한 사양이지만 절반 이하의 가격(30만~40만원 선)으로 판매되는 것을 보고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의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표준화로 인한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로 이 현상을 정리하고 있지만 숨은 진실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 유통과정을 과감하게 축소해버린 온라인 직접 판매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의 차이야말로 샤오미 현상의 비밀이기 때문이다.

자기들의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돌리기 위한 도구로서 하드웨어를 바라보는 샤오미의 철학, 그리고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팔기 위해 공짜 소프트웨어를 이것저것 끼워주는 삼성의 철학. 둘의 차이는 대단히 큰 것이다. 하드웨어를 팔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끼워주는 식의 삼성전자식의 사고방식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

반면 샤오미 현상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샤오미의 MIUI는 현재까지 중국어와 영어 버전만 제공한다. 매출 또한 대부분 중국 내에서 발생하고 약간의 해외 수출은 저가 스마트폰을 찾는 동남아 쪽에서 일어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 샤오미가 중국시장 ‘접수’를 완료하고 전 세계로 눈을 돌리는 순간 삼성 갤럭시의 세계시장 제패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삽시간에 끝나버릴 수도 있다.

얼마 전 삼성이 발표한 갤럭시 기어 시리즈를 구매해서 실험해본 스티브 워즈니악(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한 전설적 해커)은 이렇게 혹평하며 삼성의 체면을 사정없이 뭉개버렸다.

“갤럭시 기어는 내가 시험 삼아 사용해보기 위해 구입한 지 한나절 만에 팔아버린 유일한 제품이다. 편리하지도 않고 쓸모가 없어 하루도 되지 않아 이베이(eBay)에 되팔았다.”

그 워즈니악은 자신이 만든 애플의 가장 위협적 적수로 성장하고 있는 샤오미의 2014년 신년축하행사에 등장해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준과 함께 나란히 섰다. 그리고 “샤오미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아마존처럼 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극찬했다. IT산업의 미래는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

더 늦기 전에 샤오미 현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이 현상이 삼성을 위시한 우리나라 하드웨어 제조사들로 하여금 소프트웨어 전략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창조자(Innovator)가 되기는 힘든 일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빠른 추적자(Fast Follower)가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제 설립 4년째인 샤오미가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는가 말이다.

샤오미의 진짜 성공 원인은 ‘싼 가격’이 아니다. 그들의 핵심 소프트웨어 역량에 있다. 삼성전자가 이대로 스마트폰 분야에서 한때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노키아나 모토롤라의 전철을 밟아 간다면 한국인들 모두가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삼성그룹이 한국 IT 산업 전반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은 물론이거니와 삼성그룹 전체의 매출액 중 80%가 삼성전자에서 나오고 다시 삼성전자 매출의 80%가 스마트폰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분야가 몰락하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미래’다.


류성준 IT 칼럼니스트 겸 현업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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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mi shin 2014-08-22 10:13:26
정말 잠이 번쩍 깨는 기사입니다. 균형있는 매출구조도 중요하고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의 전략구도 설정이 정말 필요하네요. 수퍼나 백화점의 라면판매 방법에 있어서도 차변화 판매전략이 잘 구사되더군요. 배울 일은 배우고 자존심을 위한 자존심은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