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데이, 미국이 기억하는 것
메모리얼 데이, 미국이 기억하는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4.06.19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6일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둘루스시 도로변에 세워져있는 전몰용사 추모 흰색 십자가들

조지아주 둘루스(Duluth)시는 인구 2만6000명의 작은 도시다. 얼마 전부터 한인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이 집중되면서 조지아 내 한인타운이라는 별칭과 함께 한인사회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에서는 매년 메모리얼 데이가 되면 길가에 성조기가 꽂혀 있는 흰색 십자가가 즐비하게 세워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5월 26일 메모리얼 데이를 전후해 둘루스 시청을 중심으로 주변 도로들에 성조기가 펄럭이는 흰색 십자가들이 길가에 죽 늘어서기 시작했다.

그 흰색 십자가에는 이 지역 출신으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사람과 그가 참전한 전쟁 이름이 쓰여 있다. 존 러스켈(John Ruskell) 한국전(Korean), A.T. 배깃(Baggett) 2차 세계대전(WWII)…
어떤 길에는 이 흰색 십자가가 양쪽으로 100미터 넘게 세워져 있어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이 흰색 십자가가 길가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메모리얼 데이가 온 것을 인식하고 미국을 위해 전사한 사람들의 희생을 새삼 기억하고 있다.

지난 26일 뉴욕주 고 최규혁 하사의 부모 (최상순,최금순)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최규혁 메모리얼 다리'명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흰색 십자가들은 둘루스 재향군인협회에서 세우고 있다. 왜 흰색 십자가를 매년 메모리얼 데이에 길가에 세우는지 존 데이브 협회 회장에게 물었다. 그는 “그들은 나라와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흰색 십자가를 길가에 세우는 것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5월 마지막주 월요일은 메모리얼 데이로 이날은 미국이 그동안 참가한 전쟁 중에 사망한 미군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이날은 미국에서 여름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날이기도 해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연휴를 맞아 바다로, 산으로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까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이 한창이었던 때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전사자가 계속 나와 메모리얼 데이는 엄숙하게 지켜졌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2016년 미군의 철수가 공식 발표된 지금은 그때만큼 진지하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이 21세기에 참전한 1,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 한국전,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미군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미국사회에서 계속 되고 있다.

메모리얼 데이를 하루 앞둔 25일 둘루스 인근의 존스크릭이라는 도시의 한 교회에서는 1000여명이 참석한 예배 시간에 가족이나 친척, 친구 중 군복무했던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요청받은 일이 있었다. 거의 다 들었다. 그들 가운데 전사한 경우가 있는 사람은 일어서라는 요청을 받았다. 90여명이 일어섰다. 이들이 일어서자 교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립 박수를 보냈다.

2013년 6월 뉴욕주 엠허스트 지역을 지나가는 고속도로 990의 이름을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전사한 윌리엄 윌슨 하사의 이름으로 명명하고 있다

최규혁 메모리얼 브리지의 의미

메모리얼 데이 때 기념행사 참석이나 전몰용사 묘비에 꽃을 두는 전통적인 방식 이외에 미국에서는 다리나 도로 이름을 전몰용사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 메모리얼 데이 때 뉴욕주 차파쿠아에서 있었던 ‘최규혁 메모리얼 브리지’(Kyu Hyuk Chay Memorial Bridge) 명명식이다.

고 최규혁 하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7살 때 미국 뉴욕으로 이민 갔다. 최 하사의 부모는 뉴욕주 차파쿠하에 정착했고 세탁소를 운영하며 삶의 터전을 다져나갔다. 최 하사는 뉴욕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01년 미 육군에 입대했다. 그는 아랍어 전문가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고 2006년 10월 28일 도로변에 매설된 폭탄이 터지면서 사망했다. 당시 나이 34세, 유가족으로는 아내와 어린 두 자녀(당시 5살, 10개월)가 있었다.

뉴욕 주의회는 그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2012년 7월 최 하사가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지금도 그의 부모가 살고 있는 차파쿠아에 위치한 120번 브리지를 그의 이름으로 명명하자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주지사 역시 바로 서명했다.

그리고 지난 26일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다리 이름을 ‘최규혁 메몰리얼 브리지’로 바꾸고 이를 선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고 최규혁 하사의 부모에게 최 하사의 이름이 새겨진 다리 명패가 전달됐다.

이 행사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참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세계의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최 하사의 이름이 이 다리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플로리다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매튜 웨이커트 하사를 기억하기 위해 잭슨빌 36번 도로를 그의 이름으로 명명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