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실상, 뮤지컬로 체험하다
북한실상, 뮤지컬로 체험하다
  • 정용승
  • 승인 2014.05.26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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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양마리아> 주연 배우 홍금단·김나희
평양마리아 정리화 역을 맡은 김나희, 홍금단 뮤지컬 배우

“평양은 말이야요! 평양은 말이야요!”

대학로 소극장에서 북한 노래가 울렸다. 무대에 오른 배우가 “주체혁명!”을 외치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자 관객들은 당황했다.

북한 출신 정성산 감독이 두 번째 뮤지컬 작품 <평양마리아>를 들고 돌아왔다. 2006년 <요덕 스토리> 이후 7년만의 귀환이다. 평양마리아는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정 감독은 이 뮤지컬 주인공 ‘정리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다. 그녀의 삶과 북한인권의 잔혹함을 대중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정성산 감독이 실제 인물과 편지 주고받으며 구상

이렇게 탄생한 평양마리아는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다. 형식이다. 일반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모노 뮤지컬’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평양마리아는 배우 한 명이 극을 이끌어간다. 무대에 오르는 인물은 정리화 역을 맡은 배우 한 명과 앙상블 4명이 전부다.

그러나 배우의 연기와 동시에 투명한 막 위로 영상을 비추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무대 위의 허전함을 없앴다. 더욱이 관객은 영상을 통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형식과 실제 이야기를 담은 평양마리아에서 ‘정리화’역을 맡고 있는 두 배우를 만났다. 홍금단(이하 홍), 김나희(이하 김)다.

- 작품을 아직 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간단하게 작품 소개를 해주세요.

=평양마리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주인공 조선혁명박물관 해설위원 정리화는 미국 제품인 mp3를 가지고 있었다는 죄명으로 수용소에 가게 되죠. 그렇게 고초를 겪다가 상부의 명령으로 중국에서 몸을 팔게 됩니다. 하지만 삶이 힘든 나머지 정리화는 남편과 탈북하기 위해 거래를 하다가 발각되죠.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여기까지 알려드릴게요.(웃음)

- 북한 소재 뮤지컬이 흔하지 않은데요. 요덕스토리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평양마리아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평양마리아는 오래 전부터 기획된 뮤지컬이에요. 약 7년 정도 준비기간이 있었죠. 그래서 더 탄탄한 뮤지컬이 됐다고 생각해요. 또 모노뮤지컬이라는 형식이 매력적이었어요.

배우로서 혼자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거든요.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북한이라는 소재가 다른 뮤지컬에 비해 차별성 있기 때문에 즐거움을 갖고 참여할 수 있었어요.

=저도 비슷한데요. 제가 평양마리아를 접하게 된 시기는 5년 전이에요. 그 당시 정성산 감독님과 <땡큐 코리아>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땡큐 코리아는 한국과 북한에 대한 콘서트 식 강연인데요.

그 작품을 하면서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죠. 탈북자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공부했어요. 그래서 평양마리아 출연은 그렇게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익숙했죠.

- 두 분은 예전부터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이 있었나요?

=관심은 있었지만 잘 알지는 못했어요. 정 감독님을 만나면서 자세히 알게 됐죠. 정 감독님이 북한인권의 실상에 관한 책을 주신 적이 있어요.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었죠.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그후 평양마리아를 준비하면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때 북한인권의 처참함을 깨닫게 됐죠.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함’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지만 감독님을 만나 북한인권에 대한 현실을 접하면서 자유에 대해 감사하게 됐어요. 북한인권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특히 임산부를 강제 낙태시키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그때부터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 평양마리아는 모노 형식의 뮤지컬인데요. 배우로서 이런 새로운 형식이 어색할 것 같아요. 혹시 전에 접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뇨. 모노 형식의 뮤지컬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처음에 조금 어색한 감이 있었죠.

=평양마리아가 배우 혼자 무대 위에 서야 하는 모노 형식이지만 저는 영상에 비춰지는 배우들과 같이 호흡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려운 점은 있어요. 영상에 맞춰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죠. 덕분에 혹독한 연습을 했답니다.

- ‘정리화’ 캐릭터는 하나지만 배우들은 여러 명이잖아요.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세요? 두 분이 연기하는 정리화는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똑 같은 옷이지만 입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처럼 캐릭터도 배우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기 엄마예요. 그래서 정리화의 아이에 대한 마음을 표현할 때는 정말 먹먹해져요. 우리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연기하죠.

=저는 미혼이에요. 하지만 워낙에 아이들을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해요. 실제로 반려견을 키우고 있고요. 반려견이 아프면 걱정이 되는데 하물며 내가 낳은 아이가 아프면 오죽할까 생각해요.

- 평양마리아의 가장 큰 키워드는 ‘하나님’이라고 생각해요. 기독교 신자이신가요?

=네 저는 크리스천이에요. 저는 키워드가 하나님이라기보다 ‘희생’이라고 생각해요. 정리화가 혼자 탈북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하는 모습이 그렇죠.

=저는 아니에요. 그래서 준비를 할 때 어려운 점이 없지 않아 있었어요. 하지만 정리화의 삶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기 때문에 그 점에 집중했어요. 지금은 문제없습니다.(웃음)

정리화 역을 맡은 신효선 뮤지컬 배우

한 캐릭터를 여러 명이 연기

- 정리화는 ‘사랑의 미로’를 들으면서 사랑에 빠지는데요. 굳이 ‘사랑의 미로’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랑의 미로는 실제로도 북한에서 굉장히 유명해요. 연변 노래로 알고 있는 북한 사람도 많다고 알고 있어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국민가요 정도 될까요? 연변 노래로 알고 부르다 잡혀가는 북한 사람도 많다고 해요.

- 뮤지컬에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노래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출연하는 배우로서 가장 좋은 노래를 추천해 주세요.

=저는 ‘찢어진 종이 한 장’, ‘날고 싶어’ 이 두 곡이 평양마리아의 주제곡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날고 싶어는 마지막에 나오는 곡인데 희망을 이야기하죠. 이전까지의 상황을 말해주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잘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날고 싶어가 가장 좋아요.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끊임없는 희망을 품은 곡이라 마음을 울리죠.

- 북한 소재 뮤지컬 평양마리아, 흥행할 수 있을까요?

=어떤 공연이라도 성공을 장담하는 제작자, 배우, 관계자는 없어요. 지금은 대형 뮤지컬도 어려운 추세거든요. 하지만 저는 평양마리아의 장점은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슬퍼할 수 있고 울 수 있는 뮤지컬이에요. 지금 한국은 큰 슬픔에 빠져 있어요. 세월호 침몰도 있고…. 함께 진심으로 슬퍼하되 개인의 슬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곳에서 같이 슬픔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평양마리아를 보고 뮤지컬에 담긴 진심을 관객들이 이해한다면 한국에서의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김동수 객원기자 dskimk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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