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언론참사’를 기억하자
세월호 ‘언론참사’를 기억하자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5.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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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충격과 비탄에 빠졌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충격과 비탄은 언론이 보도한 것을 우리가 보고 듣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의 생명은 신속성과 정확성이라고 한다. 세월호 보도는 충분히 신속했다. 그 덕에 우리는 신속하게 충격을 받았고 또 신속하게 비탄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세월호 보도는 시작부터 오보가 오보를 낳고, 추측이 추측을 낳으면서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혼란의 장으로 국민들을 데려갔다.

사고 발생 첫날, “전원 구조”라는 뉴스 발원지는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였다. 상식이 작동하는 언론시스템이라면 ‘전원 구조’와 같은 소식은 구난에 책임이 있는 해경에 문의해 확인했어야 한다. 속보 경쟁이 빚은 참사의 시작이었다.

전원 구조로 시작된 오보의 연속

문제는 오보 참사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사고 12일 후 YTN이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이 세월호 선체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하자 여러 매체에서 ‘선체 진입’을 사실인 것처럼 쏟아냈다. MBN은 아무런 자격도 없는 정체불명의 여성을 민간 잠수사로 포장해 ‘해경이 민간 잠수사들의 구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허위와 날조 리포트를 했다가 국민에게 사과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느냐는 ‘경마식 보도’가 빚은 오보는 피재자인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극심한 분노과 불신을 안겨줬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들이 보인 보도 행태는 주의나 반성이 아니었다. 언론들은 그러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와 비탄을 가감 없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쪽을 택했다. 이것은 일종의 죄악에 속한다. 미국, 영국, 일본의 언론들은 재난시에 피해자들을 인터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 이유는 재난방송이란 피해자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해 보도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재난보도에서 피해자들이 갖는 고통을 일반 시청자가 보고 듣는 것은 보도윤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국 BBC나 일본 NHK에는 재난보도 윤리강령이 마련돼 있다. 그것도 매우 세밀하다. 심지어 이들 방송은 ‘재난전문기자’시스템을 운영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에는 그런 재난보도 윤리강령은 고사하고 재난보도 전문기자라는 시스템도 없다. 닥치는 대로, 보이는 대로, 그리고 시청자를 자극할 수 있는 대로 보도하는 것이 생명이고, 대개 그런 재난 현장에는 입사 2년차 미만의 신입기자들이 투입되는 것이 관례다. 저돌적인 취재 정신을 기르라는 취지다. 심지어 방송사들마다 재해 현장을 실시간 보도하면서 시청률 경쟁을 벌인다. 선진국의 재난보도에서는 볼 수 없는 ‘재난쇼’가 방송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언론학에서는 재난보도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룬다. 그 이유는 재난보도가 또 하나의 구조활동이라는 인식에서다.

따라서 재난보도에는 구조 활동과 피해자들을 돕는 원칙이 적용된다. 구조활동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언론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리려면 재난의 발생단계, 구조단계, 원인규명단계, 수습단계 등에 걸쳐 재난보도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 당시, 현지 피해자들이 일본 언론이 아니라 한국 언론에 의해 더 많은 소식을 접하며 한국 기자들이 일본 기자들보다 더 많이 현장에 있었다는 이야기는 일본 언론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바로 재난보도 준칙에 따라 단계에 맞는 보도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세월호 재난보도에서 최대 이슈가 된 <고발뉴스>와 JTBC의 ‘다이빙 벨 보도’는 수준 이하의 저질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고발뉴스>와 JTBC는 한 민간 잠수사의 다이빙 벨을 통한 구조작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편향 보도했고 이 문제로 극심한 사회 갈등을 초래했다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 망신을 당했다. JTBC가 다이빙 벨에 대해 기본 사실만 확인했더라면 그런 식의 편향 보도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이빙 벨 거짓말 놀아난 언론들

이미 다이빙 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홈페이지에 ‘하루 8시간 이상 사용할 수 없으며, 잠수사는 24시간 가운데 12시간의 숙면이 필요하고, 수중에서는 4시간 이상 작업할 수 없으며, 다이빙 벨의 밀폐는 최대 6시간 동안 시행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 규정은 영국과 미국 그리고 해양산업의 대국인 네덜란드 등이 수중작업 안전규칙으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이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민간 잠수사 이종인 씨의 다이빙 벨이 마치 구세주라도 된 듯이 보도했다가 결국 무위에 그치자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떠나라’는 질책을 받았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꼭 이상호 기자 한 사람만의 문제였다고 볼 수만도 없다.

거꾸로 뒤집힌 세월호에 ‘에어포켓이 희망’이라는 언론들의 보도는 사실 그곳에 학생들이 없는 평형수 공간이었지만 언론들은 과연 에어포켓이 희망인지 확인해 보려 하지 않았다. 조금만 상식을 동원해도 학생들이 몰려 있었을 4층과 5층이 바닷속에 뒤집어져 가라앉아 있었다면 배 바닥을 뚫고서라도 실종자들이 몰려 있을 공간에 구조대가 진입하는 것이 옳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들의 주장을 자세하게 다룬 언론은 없었다. 그러한 사실은 나중에 구조가 포기될 즈음 이철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기고한 ‘세월호 진짜 살인범은 따로 있다’는 칼럼을 통해 제대로 실체에 접근한 것이 전부였다.

세월호 사건은 그 자체로 참사라기보다는 어떤 점에서는 언론이 빚은 참사다. 언론인들은 어떤 점에서는 의사를 닮아야 한다.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라는 비판적 사고의 훈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진실은 팩트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팩트에는 이념이 없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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