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비극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현재까지 273명이 희생됐고 31명의 실종됐다. 세월호 사고 초기에 희생이 적었더라면 이처럼 온나라가 비탄에 잠기지만도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과연 한국의 해난구조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정부는 무능해 보였고 장비도 믿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애타게 했던 다이빙 벨의 문제는 기대와 달리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일찌감치 언론들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를 살펴봤다면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홈페이지에는 다이빙 벨의 운용과 안전성에 대한 영국과 독일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소개돼 있다. 이에 따르면 다이빙 벨은 8시간 이상 계속 사용해서는 안 되고 잠수사는 24시간 가운데 12시간을 방해받지 않는 숙면을 취해야 한다. 또 다이빙 벨은 6시간 이상 밀폐시켜 놓아야 한다. 이러한 운용 가이드라인을 고려해 보면 민간 잠수사 이종인 씨의 주장처럼 ‘20시간 연속 구조가능’이니, ‘8시간 교대 작업’등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의문시 되는 우리나라 해난구조 능력
또 다이빙 벨이 조류의 세기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주장도 타당한 것은 아니다. 해양산업이 발전한 네덜란드의 수중장비 운용 규약에 의하면 다이빙 벨은 사용하는 위치의 조류에 따라 악영향의 리스크가 있다고 소개돼 있다. 실제로 이종인 씨의 다이빙 벨은 처음 주장과는 달리 조류로 인해 사용에 실패한 부분도 크다.
이러한 해난구조 상황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의 해난구조 능력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이 문제를 살펴보면 미처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시스템을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장비와 같은 것이 아니다.
한국마린엔지니어링학회가 2012년에 발표한 ‘한국의 해난구조 역량 분석 및 발전 방안 연구 : 김태현·강신영·정주성’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해난구조 능력과 기술, 지식은 주로 해군에 집중돼 있다.
그것은 해군에 우수한 장비들과 SSU나 UDT와 같은 훈련된 잠수사들의 자원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해군의 해상구조 능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의 ‘코스트 가드’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실제로 SSU나 UDT 대원들은 미군과 함께 해난구조 훈련을 하기도 하고 별도의 교육도 이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인해 과거의 대형 민간 해양사고 발생 시 해군이 개입해 구난활동을 수행한 전례가 많다. 근래에는 민간의 구난 업체수가 증가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민간 영역에 대한 구난활동은 민간 구난업체가 주로 수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구난업계의 영세성으로 인해 만족할 만한 구난활동이 제대로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 보고서의 결론이다.
민간 참여가 높은 미·영의 해난구조 시스템
영국은 대다수의 해난구조작업을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우리 해군이 가지고 있는 육상 심해잠수훈련장 및 심해구조잠수정 등을 국가의 지원 하에 민간에서 관리·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해난구조·잠수 연구기관인 NHC(National Hyperbaric Center)는 각종 잠수 교육 및 수중장비 설치, 인양 과정 등 전반적인 해난구조 교육을 수행하고 있으며 잠수 법률·기법에 대한 연구는 물론 영국 및 전 세계에 해난구조 상황 발생 시 민·관 유기적인 협조 하에서 해난구조 작업을 수행 중이다.
또한 구난과 관련된 정부의 대표기관을 통해 해양경찰과 환경청과의 일관된 지휘체계를 행사하며 국가적 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미국은 해난구조와 관련해 군과 민간이 함께 발전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미 해군은 NEDU와 NAVSEA라는 해난구조기관을 통해 잠수 및 해난구조에 대한 실험·교육·연구를 지속 수행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보유한 JMS( Jamestown Marine Services) 및 ISU(International Salvage Union) 등의 업체와 협회를 통해 해난구조 기술 및 지식에 대한 정보 공유와 장비·시설 등을 상호 공유하고 있다. 또한 군과 민간이 상호 협조해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민간 해난구조 장비에 대한 성능평가를 군에서 실시해 미흡점을 공동 연구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민·군 협조체제를 유지 중이다.
보고서는 우리의 해난구조체계에 대해 미국과 영국처럼 군·민간의 복합적이고 개방적인 해난구조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그 이유는 해난구조 장비들이 워낙 고가여서 민간이 보유하기가 쉽지 않고 교육과 훈련을 위한 민간 영역에서도 장비 운용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이나 영국도 마찬가지지만 이들 나라들은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구난장비를 민간에 개방해 구조와 훈련 등에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해난구조 자산이 대단히 고가이며 평소 자산에 대한 유지·보수는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또한 구난 상황이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구난업체는 평소 고가의 시설·장비를 유지하지 않고, 구난상황 발생 시 구난작업에 필요한 인력·시설·장비를 동원해 해난구조활동을 수행한다.
1999년 제정된 선박안전법에서는 1·2·3급 선박구난자격을 보유한 업체만이 구난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6년 일부 개정된 구난구호법에서는 구난 자격을 보유한 구난업체는 평시 인력·시설·장비 유지에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으로 인해 선박구난자격제도를 폐지해 누구든지 구난작업을 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따라서 구난업체는 구조작업 시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참여하는 실정이다. 해난구조는 평소 완벽한 팀워크를 갖추고 있더라도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과 참여기관과의 마찰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평소 장비 운용숙달 측면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면 잠수작업 현장에는 챔버를 비치해야 한다. 그러나 임대에 의존하는 다수의 국내업체는 평소 챔버 운용에 대한 숙달 미흡으로 현장에서 원활한 장비 운용에 차질이 생길 소지가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었고 실제로 우리는 이번 세월호에서 민간 잠수사의 희생을 목격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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