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가을 볼 수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 가을 볼 수 있을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5.02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의원 : ‘일장춘몽’
0기자 : ‘6월이냐 7월이냐 그것이 문제’

지난 4월 2일 새정치민주연합의 A의원은 한 일간지 기자와 국회에서 그렇게 문자를 주고 받았다. 이 친노 의원이 말한 ‘일장춘몽’은 새정치연합의 미래였고 그 끝이 오는 6월 지방선거일지 아니면 7월 재보선 선거일지가 문제라는 암시였다. A의원과 같은 새정치연합 친노계 의원들은 안철수 의원의 표현에 따르자면 소위 ‘잡놈’에 속한다. 안철수 의원은 “정치를 해보니 잡놈들이 많다”고 했다.

문제는 안철수 의원이 그 ‘잡놈’들에게 당했다는 점에 있다. 기초자치단체 무공천을 밀어붙였던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결국 ‘잡놈’들의 반대에 부딪혀 자신의 새정치 계획을 포기해야 했던 것. 이로써 새정치연합은 ‘도로 민주당’이라는 불명예마저 안게 됐다.

‘점령군’ vs ‘잡놈’,

단 2명의 의석으로 민주당과 5:5라는 지분구조를 가지고 동거에 들어간 안철수 의원 진영은 친노계에 의해 ‘점령군’으로 표현된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새추위)에 속한 의원은 안철수 자신과 송호창 의원 단 2명뿐이다. 126:2의 구조로 제1야당의 지분이 5:5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장춘몽’에 가깝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그런 점에 개의치 않고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 무공천’이라는 개혁적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카드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약속을 겨냥한 것이었고 의외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일장춘몽’이었다. ‘잡놈’들의 반기가 ‘기호 2번’을 사수하자는 당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을 움직였다. 안철수 의원은 결국 무공천을 포기함으로써 ‘안전한 철수’라는 세간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이를 계기로 안철수 의원의 지도력은 크게 훼손됐고 친노그룹은 위축됐던 당세를 회복했다.

‘6월이냐, 7월이냐 그것이 문제’라는 평가는 바야흐로 친노 vs 안철수간에 일대 격돌을 의미한다. 6월 지방자치, 그리고 7월 재보선 선거 결과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운명은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이미 그 파열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가려져 국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당내 인사구성에서 친노계와 안철수계파간의 신경전이 갈등의 진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직자 인선 결과 안철수 공동대표측 당직자들의 인선을 놓고 옛 민주당 출신 당직자들의 불만이 불거져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통합 전 안 대표의 독자 창당 기구였던 새정치연합 창준위에서 일하던 인원 13명이 지난 22일부로 총무국과 조직국, 공보실, 당대표 비서실 등으로 배치됐다.

새로 발령받은 새정치연합 창준위 출신 인사들의 직급은 대부분 국장과 부장, 차장 등 간부직이었던 반면 같은 일을 해왔던 옛 민주당 출신 당직자들은 여전히 간사나 차장 등 상대적으로 낮은 직책에 머물렀다.

새로이 발령받은 이들 가운데 당 대표와 임기가 같은 특별직이 4명이고 나머지 인원은 새정치연합에서 근무했던 시간이 2년 정도다. 이에 비해 구 민주당 출신들의 경력은 5~7년차들이 대부분이며 이들이 낮은 직책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 나온다. 구 민주당 인사들은 ‘5:5라는 통합원칙에도 맞지 않는 인사’라는 노골적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불안한 동거 中, 지방선거 이후는?

당내 불안한 동거는 6·4지방선거를 둘러싼 계파간 충돌로도 이어진다. 세월호 정국으로 이슈와 정책, 선거 열기가 사라진 3무 현상에서 친노계와 안철수계간의 공천샅바 싸움이 무한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 새정치연합은 23일 각 시·도당 위원장들과 6·4 지방선거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서로간에 권력투쟁의 의지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특히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혁신비례대표 구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논의는 서로의 ‘밥그릇 크기’만 확인했다는 평가다.

특히 기초단체장에 대한 1차 자격심사에서 현역 물갈이 비율이 30% 안팎에 불과한데다가 비례대표 순서를 정할 선거인단 구성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점이 지적된다. 당규 후보경선 시행규칙에는 ‘일반 국민 50%+각 후보별 추천인 50%’ 방식이 규정돼 있지만 세월호 정국으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점에서 당내에서는 ‘전략공천’이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미 그러한 갈등은 호남 광주에서 폭발했다.

지난 24일 새정치연합 광주시당에는 경찰 2개 중대가 배치됐다.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일어난 고성과 욕설, 몸싸움이 자칫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막대기만 세워도 당선이 확실시되는 새정치연합의 전남 광주시장의 후보를 놓고 구 민주계와 안철수계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갈등의 폭발은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한 위원들 가운데 구 민주계 현 국회의원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공천관리위원회는 아수라장이 돼 버렸고 급기야는 경찰이 배치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특정후보 지지 국회의원들의 공관위 배제를 촉구하는 여성당원들은 회의장 입구에서 ‘새정치를 팽개치고 헌 정치로 돌아가려는 광주5적 사퇴하라’는 푯말을 들고 항의했다. 이들은 당사에 경찰을 배치한 것에 대해 “언제부터 민주당이 경찰병력을 동원해 당원들의 출입을 막았느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과연 안철수의 운명은?

전북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정치연합 전북도당 역시 23일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열어 경선 룰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선 일정을 논의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해산했다. 새정치의 이념에 맞도록 과감한 현역 물갈이를 주장하는 새정추계의 강력한 주장에 민주계측이 “인위적인 물갈이는 안 된다”고 맞서면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간 것.

새정추계의 한 인사는 "회의 초부터 개혁공천을 제안했지만 민주계측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회의 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언론에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계 입장은 ‘밀리면 끝장이다’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 같은 갈등은 사실 구 민주계와 새정추계가 '한지붕 두 집 살림'을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무공천의 원칙이 공천으로 바뀌고 여기에 ‘개혁공천’이라는 전제가 붙으면서 무엇이 개혁이냐를 두고 양 계파간에 한치의 양보 없는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의 선거전략은 표류하고 있고 이슈도 모아지지 않는다는 점에 당직자들은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러한 낙담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급락으로 이어지는 현상도 목격된다.

지난 7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한 여론조사는 충격적이었다.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17.7%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0.2%였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추락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10%대까지 추락한 조사 결과는 처음이었다.

한편 새누리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유권자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방선거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찍겠다는 여론이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겠다는 여론을 크게 앞질렀다. 3월 31일부터 4월 4일까지 닷새간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투표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냐’고 물은 결과 새누리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48.9%,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31.5%로 나타났다. 양당 격차는 17.4%p에 달했다.

 

친노, 7월 재보선 계기로 당권 장악 시도

“6·4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갈등의 수준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안철수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친노계가 7월 재보선을 계기로 당권을 장악하려 들겠지요. 안철수 대표의 최대 정치적 위기가 될 겁니다.” 새정치연합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건곤일척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철수 측은 어떻게든 7월 재보선에서 의석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안철수 진영의 몰락을 점치기도 하지만 결국 새정치연합의 동반 몰락이 불가피하기에 다시 한번 적절한 타협점의 모색을 점치는 전망도 있다. 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의 배분과 재보선 후보를 양쪽이 서로 타협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권력투쟁의 속성상 서로 세력이 비슷해야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더욱이 친노그룹의 경직된 권력추구 속성에 비춰 보면 안철수 대표는 결국 친노의 얼굴마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현재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민심의 향배다. 세월호 참사가 워낙 커다란 민심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고 국민의 감정이 폭발하는 출구에 따라 새누리당이든 새정치연합이든 그 폭발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

새정치연합은 조심스레 이번 참사가 ‘박근혜 정권의 무능탓’이라는 여론 확산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5월 가정의 달과 5·18, 그리고 5·23 노무현 대통령의 기일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이 반전의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럴 경우 6·4지방선거에서 친노성향의 그룹들의 발언과 유세가 새정치연합을 주도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여기에 진보좌파 외곽그룹이 희생자 시민추모제의 주도권을 잡게 되면 새정치연합은 이들 그룹에 견인돼 갈 공산도 만만치 않다. 결국 안철수 진영의 입지는 시간이 갈수록 축소되고 당내 강경파에 의해 수동적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세월호 정국, 반전계기 될까

하지만 다른 전망도 등장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오랜 정경유착과 특혜로 인한 관치의 결과라는 점에서 과거 정권도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해석 때문이다. 실제로 세월호를 운항한 청해진해운은 97년 금융권에 2000억원에 달하는 부도를 안긴 ㈜세모가 2년만인 1999년 얼굴을 바꿔 인수했고 당시 재기에 나선 인수자금의 출처와 어떻게 운항면허 획득이 가능했는지는 하나도 밝혀진 바가 없다. 이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자인 유병언 회장의 일족이 2005년부터 비자금을 만들어 정관계에 로비를 해온 혐의가 검찰 수사선에 오른 이상 수사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책임론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