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이영작 한양대 석좌교수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사 회│ 황성준 미래한국 편집위원
6·4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서울시장 선거가 최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 후보 박원순 시장은 일찌감치 링 위에 올라 여당 후보가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누가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올라가 박원순 후보와 맞붙을 것인가? 여당 후보 자리를 놓고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사이에서의 사생결단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7선 관록을 앞세운 정몽준 의원의 ‘굳히기’인가, 아니면 ‘호남보수’ 김황식 전 총리의 ‘뒤집기’인가? 대한민국 최고 선거전략가 이영작 한양대 석좌교수(이하 이)와 TV조선 시사프로그램 황금펀치 진행을 맡았던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이하 박)가 참여해 지난 4일 특별좌담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는 황성준 본지 편집위원이 맡았다.
사회=김황식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대결 판세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김황식 후보는 너무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경선에 뛰어든 것 같습니다. 선거운동이라는 것은 자기의 장점을 살리는 것입니다. 다른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보기 좋다고 따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몽준 후보가 경제 관련 공약을 하니 나도 하겠다고 하면 안 됩니다. 반면 정 후보는 선거에 베테랑이에요. 국회의원 7선에 2003년 대선도 경험했고, 아버지 대선도 경험했죠.
물론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원래 실패에서 배우는 게 많은 법입니다. 최근 선거운동 하는 것을 보니 많이 깨달은 것 같아요. 선거를 교과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 후보가 본선과 경선을 나눠서 보고 있다는 점이 그렇죠. 왜냐하면 경선에는 경선전략이 있고 본선에는 본선전략이 있거든요. 경선은 형제간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반대로 본선은 우리 집과 남의 집 대표가 싸우는 것이죠.
베테랑 정 후보 vs 선거 초보 김 후보
사회=두 후보의 장점과 단점은 어떤 점이라고 보시는지요?
박=김 후보가 자신의 선거를 못 하고 있다는 이 박사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김 후보의 인터뷰를 보면 자신의 인터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붕 떠 있는 느낌이랄까요? 모 방송 인터뷰를 봤는데 누가 봐도 다른 사람이 쓴 대본을 급급히 소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없었고 바로 대답을 하셨죠. 김 후보가 선거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요.
실제로 선거 캠프는 중심에 있는 10명 내외로 움직이는 게 보통입니다. 김 후보는 중심이 단단하지 않다보니 자신이 하지 않았던 말이나 공약이 발표되는 것 같아요. 반대로 정 후보는 정치를 오래 했기 때문에 자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조직의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김 후보의 장점은 본선 경쟁력이죠.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까지 비주류인 호남 출신입니다. 게다가 대법관에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역임했습니다. 이게 강점이죠.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김 총리를 호남 출신이라고 생각 못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도 판사, 총리였던 것은 알지만 호남 출신인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 정 후보의 장점은 탄탄한 자기 기반입니다. 단점은 재벌이란 점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아니라 서울시장 자리까지는 재벌이라도 관계없다고 시민들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흔히 여당에서 김 후보의 장점을 말할 때 본선경쟁력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호남표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김 후보가 호남 출신이라 하더라도 새누리당 후보인데, 호남 사람들이 표를 던질까요?
이=호남 출신이라도 호남 사람들이 표를 던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김 후보가 대권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대권 가능성을 보여주면 호남표가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그렇다면 대권 가능성을 보여줘야겠네요?
이=의지는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게 의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웃음) “아 저 사람 하는 거 보니까 대통령될 것 같아.” 이런 인식이 국민들에게 생기면 호남 표심이 모일 수 있다고 봅니다. 제 생각에는, 김 후보가 경선이든 본선이든 진다면, 호남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사회=거기서도 떨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떨어지고 붙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박=왜냐하면 대중들에게 드라마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박사님 말에 동의합니다.
사회=격차가 심하게 나도 상관없습니까?
이=격차가 많이 벌어져도 사람들 인식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구나. 우리가 도와줘야 겠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물론 모험이지만 그럴 기회도 있다는 거죠. 즉 자기 스토리가 생기는 겁니다.
사회=김 후보는 법관·관리 출신입니다. 그런 분들의 특징이 모험 걸기를 싫어하시는데… 김 후보가 그런 모험을 하려 할까요?
공직과 정치는 달라
이=그게 무서우면 못하는 거예요.(웃음)
박=공무원은 다 갖춰놓은 조직에 올라가는 사람이고 정치인은 벤처기업가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후보는 모든 게 갖춰진 다음에 시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등장 시점을 놓쳤다고 봅니다. 정 후보는 원래 인지도도 높고, 선거 초부터 미디어 공간을 다 장악했죠. 즉 김 후보와 정 후보의 차이는 다 갖춰진 판에 나오려고 한 관료적인 생각과 점차 키워나가려는 기업가적인 마인드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제가 얼마 전 ‘갈 길은 멀고 해는 저물어 가는데 이제 출발했다’는 시(詩)적인 표현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김 후보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요?
이=선거는 메시지입니다. 1999년 인천 계양 보궐선거에서 당시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죠. 다음해 있었던 16대 총선에서 송 후보가 선거 막판에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도와준 적이 있는데, 메시지를 딱 한 개 줬어요. “DJ를 도와서 경제 살리겠습니다.” 이 메시지로 밀고 나가라고 했어요. 그리고 자기 잘났다는 말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죠. 그후 긴가민가했는데 여론조사를 보니 이기겠다는 감이 들더라고요.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니까 후원금도 늘어나고 자신감도 생겼죠. 결국 당선됐죠.
사회=아직은 김 후보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이=지금부터 체제를 정비하고 한 가지 자신의 장점을 잡고 뛰어들면 되죠.
박=시민들은 서울시장 선거를 대선만큼 규모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아이템이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빗물처리장이나 하수도를 어떻게 해결할지 같은 작은 문제들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선거를 진행하면서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 후보는 연역적 방식으로 공약집까지 만들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 식으로 한다면 선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는 진화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소위 ‘박심’ 논란에 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박심 논란이 김 후보에게 도움을 줬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해가 됐다고 판단하십니까?
이=김 후보는 박심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보수 유권자들과 당내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이죠. 제가 좀 전에 정 후보가 선거운동을 교과서적으로 잘한다고 했는데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얼마 전 “박원순 시장이 천암함 폭침은 우리 정부의 자극 때문이라고 말했다”라고 공격했잖아요. 보수우파를 모으기 위해 그런 것입니다. 그 발언으로 정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보수우파를 확실히 모았어요. 그러다보니 지금 김 후보가 들어갈 공간이 없는 거죠. 정 후보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라는 아주 간단한 논리를 사용한 겁니다.
사회=정 후보가 얼마 전 “저도 박근혜 팬클럽 회원입니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봐도 될까요?
이=그건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웃음) 보수 유권자들은 그 말을 듣고 “친박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시각이 생길 수는 있겠죠. 중요한 건, “여론조사 상에서 박원순 후보를 앞서는가”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심은 움직이지 않죠. 이기는 후보를 두고 왜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습니까. 즉 본선경쟁력에 의해 경선경쟁력이 생기는 것이죠. 게다가 여론조사를 보면 안철수 의원을 이기는 결과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 후보를 새누리당에서 버리겠어요? 친박이 아니라고 해서? 어림도 없죠.
사회=대한민국 최고의 선거전략가로서 두 후보에게 선거전략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김 후보의 강점은 관리· 행정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김 후보는 모든 이슈를 행정으로 풀어야 해요. 복지를 예로 들면, “박 시장이 서울시 복지행정을 망치고 있다. 송파 3모녀 사건도 돈이 없어서 일어난 게 아니라 복지행정을 잘못해서 일어난 사건이다”라고 해야 합니다. 실제로 복지는 돈으로 푸는 게 아니라 행정으로 풀어나가야 해요. 복지비는 점점 늘어나고 있잖아요. 하나 더 무상급식 예를 들면 “무분별한 복지 때문에 학교 행정이 망가져 가고 있다.
왜 박 시장은 무분별한 급식을 고집하는가?” 이런 식으로 가야 합니다. 김 후보 자신의 강점을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중요해요. 김 후보가 박 후보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다면 경선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요. 우파를 결집시키는 게 중요한 거예요.
자신의 강점을 내세워야
사회=그렇다면 정 후보는 어떻습니까?
이=정 후보는 경영으로 말해야 해요. 예를 들어 “학교 경영이 잘 안 되고 있다. 학교는 먹는 데가 아니라 배우는 곳이다. 학교 환경과 활동도 중요하다. 왜 박 시장은 먹는 데만 신경을 쓰느냐? 전체를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자기 강점을 보여야 합니다.
사회=일부에서는 ‘진검승부다, 패자는 죽는다’는 말을 하던데. 정 후보가 진다면 어떻게 됩니까?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입니까?
이=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닉슨의 예를 들어볼까요. 리처드 닉슨은 1960년 대선에서 당시 케네디 후보에게 패배하고 196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졌습니다. 그때 미국 국민 대부분은 닉슨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7년 후 1969년 대통령이 됐습니다. 닉슨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거든요. 이게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정 후보가 실패한다 해도 새로운 모습을 모색한다면 차기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보수진영에서는 정 후보와 김 후보의 경쟁보다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6·4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이=여론에서 ‘현직 프리미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지금 여당에는 큰 힘이 있죠. 여당·대통령 프리미엄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를 활용한 ‘대통령 마케팅’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의외로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박=대한민국 신문 방송의 ‘정치면 정서’라는 게 있는데요, 의외로 정치면 정서에 휘둘려서 정치생명 끝나는 후보가 많습니다. 생활정치와 언론정치 사이에는 괴리감이 있거든요. 이 사이를 채우는 게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식품, 생활 안전, 노인 복지, 교육 등을 얘기하는데 조금 가공해서 우파적인 시각으로 풀어 가면 좌파가 하는 것만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 없이 ‘정치면 정서 프레임’을 따라간다면 자신의 정책이 없어지는 거죠. 그리고 박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도 무시하면 안 돼요. 단순히 정치판의 흐름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 후보는 여당 프리미엄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정 후보도 자신의 구체화된 강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선거 전략이 승패를 결정할 것
사회=마지막으로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를 독자들에게 집어 주세요.
이=지금으로서는 정 후보가 김 후보를 적절히 견제하면서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 후보한테는 어떤 잽을 날릴지 모르겠지만요. 정 후보의 경선과 본선 전략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초점을 맞춰 관전한다면 재미 있을 것 같아요. 김 후보의 경우에는 캠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포인트를 맞춘다면 흥미롭겠죠. 토니 블레어의 유명한 얘기가 있는데요, 선거 때가 되면 지명된 담당자만 기자를 만나게 했습니다.
규칙을 어긴다면 즉시 해고를 했어요. 굉장히 엄격하게 캠프를 관리한 거죠. 또 블레어가 영국의 보수신문 더 선의 사장 루퍼트 머독에게 “당신이 나를 지지하게 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머독이 블레어에게 나는 애국자라는 내용의 칼럼을 쓰라고 했죠. 실제로 블레어는 좌파인데 우파적인 글을 써버렸어요. 칼럼을 쓰고 머독이 지지하면서 블레어는 우파 같은 좌파가 되면서 승리하게 됐죠. 선거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박=후보들은 신문의 정치면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정치면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하루 온종일 정치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즉 괴리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면의 프레임에 최대한 삶의 현실을 담아서 말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후보들이 현장으로 가야 하고 더 많이 사람들을 만나야 해야 하죠.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만 이것을 해내는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봅니다.
정리/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주동식 객원기자 dschiew11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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