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앞에 서면 작아지는 재벌들
그들 앞에 서면 작아지는 재벌들
  • 미래한국
  • 승인 2014.04.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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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황장수 편집위원

최근 회사 내의 자금운용과정에서 물의를 빚고 오래 감방 생활과 병원생활을 하다 석방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좌파성향의 대학을 지원한 것이 알려져 보수진영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는 몇 년 전에도 아들 문제로 주먹을 휘둘러 감방생활을 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빚었고 그의 아들들 또한 자주 세간의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재벌들은 대부분 전 국민이 땀 흘려 노력한 대가를 바탕으로 급성장해 60~80년대에 오늘날의 부의 기초를 이룬 것이다. 단적으로 한국의 재벌들은 성장우선의 보수 경제 이념의 특별한 수혜자들이다. 따라서 이들 재벌들은 자신이 특별한 수혜를 받은 보수이념을 위해 기여하고 노력해야 될 사회적 책무가 있다.

사실 지금도 대부분의 보수진영 이데올로기나 활동가들은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기여자이고 기둥이며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경제민주화 및 경제 개혁의 명분하에 독과점 개선, 공정거래 강화, 순환 출자 및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방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갑을 문제 개선 등의 주장이 자유시장경제를 저해하고 대기업의 존립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좌파 집권 10년의 기간 동안 일부 좌파단체들은 투명하지 못한 대기업의 상속과정의 편법과 배임·횡령, 비자금 조성 및 탈세 등을 구실삼아 주요 대기업을 상대로 고발, 집단소송, 소액 주주운동 등을 벌이며 괴롭혀왔다.

그리고 그 대가로 좌파 정권의 비호 하에 사실상 준조세인 사회공헌이라는 허울로 수조원 규모의 장학재단, 비영리단체, 환경 사회단체, 사회적 기업들에게 각종 기부를 끌어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 재단 등의 임직원으로 들어가 거기에서 나오는 것을 뜯어 먹고사는 기생구조를 완성시켰다.

재벌 스스로 투명하지 못한 회사 운영상의 약점과 여야 정권 교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진해서 탈법의 대가로는 싸게 치는 ‘사회공헌’이라는 보험을 좌파단체들에 들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권의 탄생은 재벌들에게 ‘좌파단체들에 보험을 들기를 정말 잘했다’는 안도감을 실증시켜준 사례이다.

노 정권은 특권 폐지와 공정한 사회라는 자신들의 간판 캐치프레이즈와는 달리 완벽하게 뒤로는 부동산과 토건으로 재벌의 이익에 봉사했다. 사실상 재벌들은 영혼이 없어져 버렸고 이익이 되면 좌파든 종북이든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실리적인 마인드만을 갖게 됐다.

영악한 좌파들은 보수우파에 비해 재벌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이에 기생하는 데 천부적인 노하우와 네트워크 및 자질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보수단체들은 재벌들의 조그만 ‘선물’에도 감읍하며 대기업의 이익을 마치 자유시장경제와 보수진영의 이익으로 동일시하는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줄지언정, 울지도 않고 아부하는 아이에게 떡을 줄 필요가 없는 이치와도 같다. 이미 ‘비판하면 해당 기업에서 기부금이 들어온다’는 공식이 우리 사회에 들어맞고 있음을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좌파단체들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보수진영을 지탱하는 주력은 자유시장경제의 수혜를 입고 돈을 번 대기업과 자산가의 기부에서 나온다. 그들은 당연히 자신에게 돈을 벌게 해주고 성공으로 이끈 시장경제체제 유지를 위해 싱크탱크, 대학, 정당, 정치인, 정치조직, 사회단체 등에 주머니를 기꺼이 열 줄 안다.

오늘날 한국 재벌 회장들이 보수우파진영에는 인색하고 종북좌파에는 손쉽게 주머니를 여는 것은 보수우파는 자신들의 중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가만히 두어도 저절로 알아서 간다는 교만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재벌을 욕할 수도, 협박의 대가로 돈 뜯기에 능한 좌파단체와 환경 시민운동가를 욕할 수만도 없다. 이들은 모두 합리적 정치·경제이론에 적합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보수진영의 무지와 무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황장수 편집위원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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