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없는 그들만의 개헌 놀음
국민없는 그들만의 개헌 놀음
  • 미래한국
  • 승인 2014.01.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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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수 편집위원·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새해 벽두부터 개헌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끄럽다.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논란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니 경제 회생에 치중하자며 이를 정면으로 차단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1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시점이라고 불을 질렀다.

1월 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 중진회의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나서 국민 75%가 개헌을 원한다며 올해가 개헌을 위한 적기이며 2월 임시 국회에서 개헌 특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으로 마땅히 논의할 수 있다”고 치고 나갔다.

이에 새누리당 내 친박진영과 당 지도부는 지금은 경제에 매진할 때이며 국민들 다수는 올해가 개헌 논의를 할 시점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 안철수 의원 또한 1월 8일 최근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적절하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에는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현 주류 그리고 여권 내 친이세력과 일부 중도세력은 개헌을 원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주류, 안철수 의원 측이 반대하고 나선 형국이다.

그러면 개헌 논의는 왜 한국 정치에서 항상 잠재된 시한폭탄과 같이 주기적으로 등장하는가?

개헌 제기의 역사를 보면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97년 대선에서 ‘DJP연합’으로 헌정사 최초의 정권교체가 됐을 때 ‘개헌 논의’가 첫 등장을 했다. 당시 DJP연합으로 호남-충청연합에 의한 공동정부를 설립할 때의 비공개 합의가 ‘내각제 개헌’이었다. 결국 이 합의가 대통령인 DJ측에 의해 깨지면서 2001년 9월 DJP연합 체제는 끝이나 버렸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측에 ‘연정 제안’을 하면서 ‘동거정부’를 제안했고, 2007년 1월 노 대통령은 4년 중임제 개헌이라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MB정권은 2010년 초부터 정권 2인자 이재오 의원이 나서 개헌에 대한 군불을 때기 시작했고 이 작업은 2012년 대선 막바지까지 지속됐다.

87년 개헌 이후 YS정권 때만 빼고는 사실상 모든 정권에서 개헌이 등장했던 것이다.

정권마다 단골 메뉴

역대 거의 모든 정권에서 개헌이 비주류측이나 정권 핵심 측에 의해 빠짐없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로 정권을 새로 잡는 측은 임기 초에 개헌 논의가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 반면 여당의 비주류나 야당은 개헌 논의를 정권 초반부터 끊임없이 제기하며 정권의 약화를 유도한다.

반면 임기 말에 가면 노통이나 MB정권처럼 집권주도세력이 개헌을 통해 차기 정권의 약화와 지분 유지를 꾀하게 된다. 개헌론이 일정한 세를 벌고 개헌이 추진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정권을 잡은 측이 힘이 빠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친이와 이재오 의원과 민주당 주류가 끊임없이 개헌론을 확산시키는 것은 바로 박근혜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이외에도 현재 진행되는 여야 개헌론 제기는 여러 숨겨진 목적이 있다.

먼저 이재오 등 친이 측은 끊임없는 개헌론 제기를 통해 6월 지자체 선거 이후의 정계 개편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의 지도부 장악을 노리고 있다. 친이 쪽은 6월 지자체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하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현저히 떨어지고 사실상 레임덕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패하지 않더라도 안철수 세력이 약진하고 새누리당이 크게 이기지 못하면 이 또한 분권적 개헌을 노리는 세력들의 지형이 넓어지며 여야의 개헌 세력들이 헤쳐모여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전병헌 집행부 또한 개헌에 대해 지속적으로 군불을 때는 이유는 ‘안철수 의원의 새정추’에 대한 견제와 새누리당 내부 교란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127석이나 거느린 제2정당이자 제1야당이 생길지도 모르는 안철수 신당에 비해 지지도가 절반이나 ⅓수준이 나오는 것은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미련 없이 집을 떠나 안철수 당으로 옮겨 갈 수 있는 좋은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개헌을 매개로 정치권 재편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여지가 보이는 한 상당기간 의원들을 민주당 틀 속에 묶어둘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반면 안철수 의원 측의 입장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지난 대선 당시는 분권적 개헌에 대해 사실상 동조하는 듯이 보였던 안철수 의원이 왜 최근 개헌에 선을 긋고 나선 것일까? 개헌을 하려면 재적의원 ⅔가 동의해 헌법을 바꿔야 가능하다.

 

안철수 신당과의 함수관계

즉 20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동의를 해야 가능한 것이다. 소속의원 154명의 새누리당과 127명의 민주당 주류가 각기 동의해야 개헌이 되는 것이기에 고작 2석의 안철수 의원 측은 개헌 논란에 숫자로 보면 변수조차 되지 못한다.

현재 아무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는 결국 안철수 의원 개인의 지지도이다. 안 의원에게는 높은 개인의 지지도가 유지되는 현재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개헌을 전제로 한 이슈의 블랙홀이 생기는 것은 그에 대한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것을 의미하기에 결코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볼 때 현 시점에서 개헌은 아무리 고상한 명분을 갖다 붙이려 해도 결국 정략과 당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국민 다수는 개헌이 왜 필요한지 현재의 5년 단임제와 4년 중임제와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이 뭐가 다르고 장단점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흔히 개헌론자는 현재의 5년 단임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이고 정책의 연속성이나 책임성이 약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4년 중임제는 한국같이 진영 대립과 포퓰리즘적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위험한 요인도 많다. 4년 중임제에서는 첫 당선된 대통령이 다음날부터 재선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구사하며 퍼주기식 복지로 국가재정 부도를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마찬가지로 분권적 대통령제 또한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서 대통령, 총리, 장관에 분산된 권력이 종북세력 정리나 안보 통일 대처에 매우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기득권과 자본세력이 분권적 대통령제를 활용해 여기저기 분산된 권력을 효율적으로 쉽게 매수하게 되는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장단점을 고려할 때 꼭 개헌이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결국 개헌은 국민의 요구가 아닌 정치인들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대개 자신들이 공천을 다시 받고 오래오래 국회의원을 할 수 있고 장관이나 총리 등도 해보는 것이 가장 큰 희망 사항일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희망사항 왜?

따라서 대통령이나 권력 핵심의 반대에도 국회 개헌추진모임에 여야 ‘109명’ 의원이 소속돼 있고 지난 12월 9일의 이 모임 첫 운영위원회에도 35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여야에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생각은 현재의 ‘All or Nothing’인 강력한 단임 대통령제보다 상징적 대통령과 책임총리, 여야 연정구성 그리고 주요 자리를 잘게 쪼개 여야 및 각 정치세력이 골고루 나눠 먹을 수 있는, 경우에 따라서는 야당도 없이 의석수대로 각 정당이 장관직을 나눠 먹는 ‘분권적 개헌’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국회의원들의 개헌 요구는 높을 수밖에 없지만 국민들은 이런 실정을 제대로 모르는 채 분권 개헌에 춤을 추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개헌에 대한 찬반 지지율은 무의미하며 개헌을 주장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개헌 문제의 본질과 장단점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부터 국민에게 솔직히 알려야 한다. 국민의 여론이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개헌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

황장수 편집위원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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