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일본인에게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 어깨를 으쓱하며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의미의 ‘마, 마’라는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일본인들이 이와 같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깊다. 역사교과서,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참배, 일본이 다케시마라고 부르는 독도와 같은 이슈들에 대한 한국의 온갖 비난을 들을 때마다 커지는 일본인들의 분노 속에서 이런 태도는 두드러진다.
일본인들이 보는 한국의 좋은 면은 괜찮은 민주국가, 부유한 곳, 교역상대국, 쇼핑하러 가는 곳, 일본이 위협으로 보는 북한에 대한 방파제 등이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할지라도 일본인들은 자신의 책임이 전혀 아닌 과거의 일들로 보고 있다. 일부 일본인들은 어떻게 오래 전에 일어난 일로 지금의 자기들을 비난할 수 있느냐고 말한다.
그들은 과거는 과거라며 우리는 이제 미래를 향해 전향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들이지만 현재의 문제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 시대 당시 자행된 조선에 대한 만행들을 지금 한국인들이 문제삼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그것 대신 이제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의 침체에서 회복되고 있는 일본 경제와 일본명으로는 센카쿠, 중국명으로는 댜오위다오로 알려진 섬을 비롯, 동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같은 안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내가 몇 년 동안 만났던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이 제기하는 이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한국인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이 문제들을 인정하지 않으면 다른 이슈들도 시간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최후의 위안부가 죽고 매주 서울에 있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위에 참석하는 사람이 모두 사라지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요구가 없어질 것으로 믿는 것 같다. 일본인들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가 끝난 지 20년이 지난 1965년 한일 간에 외교 관계가 수립되면서 위안부들에 대한 보상문제가 해결됐다고 믿고 있지만 이 문제는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야스쿠니 신사의 실체를 모르는 일본인들
마찬가지로 해결하기 어려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일본인은 자신의 지도자들이 일본을 위해 싸우다 죽은 수백만 일본 군인들을 기리는 기념관인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시민들처럼 가서 참배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한다.
그들은 이 신사가 수백명의 일본 전범을 추모하고 있고 일본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의 최악의 모습을 어느 정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는 것 같다. 강대국들 사이에 있는 분단된 한반도를 두고 일본과 중국 간 대립이 심화될 때 이런 요인들이 다시 부상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일본인들은 대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교과서 문제는 좀 더 복잡하고 민감하다. 어떤 일본 교사 회의에서 나는 난징 대학살 혹은 조선인들이 1919년 3월 1일에 일으킨 3·1운동과 같은 내용을 게재하지 않거나 아주 조금 다룬 일본 교육부 승인 교과서들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질문했다.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방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고 교과서는 일본의 제국주의 시대와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역할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두 명의 다른 교사들은 중국과 한국에서 제기하는 반발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것들은 과장 및 왜곡됐다고 말했다.
그들은 특히 한국인들은 교과서의 사소한 문제들에 ‘히스테리’를 부리거나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들의 말에 비춰 볼 때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은 역사 교과서와 관련해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찾지 못할 것이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많은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정부가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보수주의를 반영하는 민족주의적 정책들을 선전한다고 솔직히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은 종종 듣지만 동시에 풀뿌리 관계와 교류가 이런 차이들을 극복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적 이슈가 경제 및 문화적 교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케이-팝(K-pop)은 한국에서 만큼이나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 제이-팝(J-pop)도 한국에서 인기다.
그러나 독도라는 주제를 꺼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나는 일본이 다케시마라고 부르고 시마네현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2개의 거대한 암석으로 된 이 섬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믿지 않는 일본인을 한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
일본인들은 한국이 이미 독도/다케시마를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고 일본이 그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 이미 약해져 있는 한국과의 관계가 더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영유권 주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나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 독도는 전략적 혹은 경제적으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가 끝난 지 거의 70년이 돼 가지만 독도는 여전히 한국과 일본을 가르는 체면과 위신의 상징이다.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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