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핵 폐기’ 포기하나
美 ‘이란 핵 폐기’ 포기하나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12.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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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타결된 이란 핵협정은 미국이 이란의 모든 핵폐기라는 원래의 목표를 접고 이란 핵무기 개발 및 핵확산 저지라는 선에서 타협한 방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6개월 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이란 핵협정의 중심 내용은 이란이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 등 서방은 대(對)이란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것이다. 이란은 일부 제재가 해제되면 향후 6개월 간 7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개월 후 추가 협상을 통해 최종 결정이 나오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 협정이 타결되자 10년 넘게 국제안보의 위협이 된 이란의 핵개발이 군사력이 아닌 외교를 통해 처음으로 멈춰섰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란도 핵협정 타결을 환호했다. 하지만 이유가 달랐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이 자신들의 핵개발 권리를 마침내 인정했다며 환영했다. 하산 로우하니 이란 대통령은 핵협정 타결 직후 “이 협상을 통해 이란이 농축 프로그램을 유지할 권리가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로우하니 대통령은 “우리의 우라늄 농축활동은 이전처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내부에서도 이란의 승리라고 비판받는 ‘이란 핵협정’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이 협정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협정에는 “포괄적 해결은 상호적으로 정의된 농축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보장하는 실제적 제한과 투명성 조치들 안에서 이뤄지도록 한다”고 규정, 이란의 평화적 우라늄 농축활동을 인정하고 있다.

협정에 따르면 이란은 향후 6개월 동안 우라늄을 5% 이상으로 농축하지 않고 나탄즈 농축시설, 퍼도우 및 아락 원자로에서 핵활동을 중단하며 우라늄을 농축하는 장비인 원심분리기를 새롭게 늘리지 못한다.

이란은 또 무기급인 20% 이상으로 농축된 현존 우라늄들은 5% 이하로 희석시킨다. 정리하면, 이란은 이번 협정에도 불구하고 기존 약 1만대의 원심분리기로 우라늄을 5% 이하로 농축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인정한 이번 협정은 그동안 이란의 모든 핵활동 폐기를 위해 강력한 제재를 펼쳐온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들, 미국의 오랜 정책과 차이가 큰 것이다. 미국 내 많은 연방의원과 주요 언론, 이스라엘이 이번 협정을 적극 반발하며 이란의 승리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우리는 이란의 모든 핵무기를 완벽하게 폐기하는 협정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며 “이번 협정은 핵연료 개발 능력은 인정해주고 그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한 사찰을 통해 핵무기를 제조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이란 핵정책 목표의 변화는 실패할 것이라며 북한 핵이 그 근거라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란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본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도 집권 2기 부시 행정부 때 비슷한 약속을 했지만 곧 핵무기 제조로 들어갔다”며 “이란도 북한처럼 언제든지 IAEA 사찰단을 내쫓고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협정을 통해 연변 핵시설 등 모든 핵개발 활동을 동결하고 미국으로부터 경수로 건설 등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북한이 그 뒤에 우라늄 농축활동을 비밀리에 해온 것이 밝혀지며 제2의 북핵위기가 터졌고 그 후 북핵 협상인 6자회담에서 미국은 ‘완벽하고 검증가능하며 복구불능’한 모든 핵폐기 활동을 북한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 입장을 양보하며 10년 이상 6자회담을 했지만 북한은 3차례 핵실험을 하고 핵보유국이 됐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이란의 평화적 우라늄 농축활동을 인정한 것은 중동에서 핵확산의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중동 핵 확산으로 이어지나

이란이 협정상으로는 전기생산 등 평화적 목적을 위해 5% 미만으로 우라늄을 농축한다고 했지만 무기급이 되는 20% 이상으로 고농축하는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방이 이를 협정에서 용인한 이상 이란의 핵무장을 우려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핵공격 억지를 위해 핵무기를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란을 막기 위해 핵무기를 파키스탄에서 사오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내부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 이번 협정은 6개월 간의 한시적 협정이고 나중에 내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 협정은 상호승인하에 내용을 갱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나중에 이란의 모든 우라늄 농축활동 금지 조항을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강력한 제재를 통해 이란의 모든 핵활동을 폐기하려던 오랜 미국의 정책을 뒤엎은 것일까?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후 성명을 통해 “나는 갈등으로 치닫는 것보다 이 차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심오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오직 외교만이 지속적인 해결책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 기초한 이란 핵협정을 두고 일부에서는 193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란트를 독일에게 넘겨준 뮌헨협정과 유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쟁을 원하지 않던 유럽 열강들은 독일 히틀러를 무마시키기 위해 뮌헨협정을 체결해 그가 원하던 수데텐란트를 넘겨줬다. 당시 영국의 체임벌린 총리는 “명예롭게 평화를 이룩했다.

우리 시대는 평화롭다고 믿는다”고 영국 국민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3월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의 나머지 영토를 합병하고 9월에는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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