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밤의 도적처럼 올 수도
통일, 한밤의 도적처럼 올 수도
  • 미래한국
  • 승인 2013.12.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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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8년 동안 남북분단의 대립과 갈등의 만성적 역사를 살아온 우리에게 통일은 꿈꾸는 자의 소원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치열한 경쟁에 쫓기는 중장년을 포함한 젊은 전후세대에게 통일에 대한 새삼스러운 담론은 어린 시절 등을 긁으며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자장가 소리만큼이나 멀어진 사안이다.

그저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 너머 아직 서로를 감시해야 하는 남북한 군인들의 지루한 시간 보냄으로 존재한다. 그렇다고 통일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통일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아주 먼 훗날에야 가능할 이야기만일 수도 없다. 아무도 그날과 그 시간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통일의 때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점점 가까워지는 통일의 때

통일이 어떤 방법으로 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 가능성을 북한에서 예상되는 갑작스러운 어떤 변화에서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 변화가 북한의 경제개혁 추진이나 시장경제 활동의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숙성돼 번질 수도 있고 아니면 폭정과 탄압과 굶주림의 연속이 막다른 골목에서 인민 봉기로 이어져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사태 발생을 체제 내에서의 내부폭발(implosion)이라고 한다. 이런 내부폭발 중 후자(인민 봉기)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려하지 않는 북한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이란 없다.

통일로 이르는 또 다른 길은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 여건의 전개가 북한의 와해를 불가피하게 할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그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와 북한간의 쌍무적 또는 다자관계(multi-relations)의 새로운 점진적 또는 급진적 상황 전개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데 거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한국이 이 나라들과의 관계 및 남북한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을 둘러싼 외연적 관계가 북한정권을 무너지게 할 수도 있고 오히려 북한정권을 계속 연명시킬 수도 있다. 물론 내연적이든 외연적이든 어느 막다른 궁지에 처할 경우 돌발적인 군사 도전을 일으켜 끝장을 보게 될 가능성도 포함된다.

거미집 같이 얽혀 있으면서도 한쪽 끝만 닿아도 전체로 파장이 파급되는 나라들 간의 예민한 관계는 매우 가변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같은 복잡한 변수들의 함수인 한반도 통일은 가능한 듯 보이다가도 불가능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 역(逆)의 관계가 성립되기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통일의 길은 가변성이 담겨 있다. 가변적인 사건은 우리의 통제영역 밖의 요인과 우리가 주체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통제가능 영역으로 구분된다.

전자를 외생변수라고 부른다면 후자는 내생변수가 된다. 내생변수와 외생변수가 자연스럽게 결합 작용해 통일이 된 좋은 경우를 우리는 1989년 동서독통일에서 볼 수 있다.

동독 내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내부요건의 성숙과 때를 맞춰 당시 동독의 후견국가였던 구 소련체제가 고르바초프의 개혁(Perestroika)과 개방(Glasnost) 정책으로 기존 정치이념 패러다임의 결정적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한 통일은 외생적 요인보다는 북한 내부에서 싹트고 있는 내생적 요인에 의해 가능해질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본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남한이 잘 준비를 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남한에서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남한 내 통일 합의부터 필요

먼저 남한 내부가 제대로 통일에 대한 합의적 통일관을 구축하고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통일뿐만 아니라 나라가 국기(國基)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중대한 국익 앞에서 개인이나 정치적 노선과 이해관계를 떠나 하나로 결집될 수 있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나라 내부가 바로 서야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통일에 대해 현재 우리가 준비된다는 것은 나라와 후손을 위하는 일이다.


여씨 춘추 심분람 집일(呂氏 春秋 審分覽 執一)에 나라를 위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나라를 위하는 근본은 자기 몸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 제 한 몸이 제대로 되어야 집안이 제대로 되며, 집안이 제대로 되어야 나라가 제대로 되며, 나라가 제대로 되어야 천하가 제대로 된다. (爲國之本在於爲身, 身爲而家爲, 家爲而國爲, 國爲而天下爲)

요즘과 같이 국론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국가의 중요정책결정에서 여당과 야당이 각기 자기당의 이해관계에 얽혀 싸움질이나 하고 너나할 것 없이 대의(大義)보다 소이(小利)만을 추구하는 사회 바탕으로는 통일이라는 엄청난 대격변을 감당할 수 없다.

우리 민족의 명백한 숙명(manifest destiny)이자 민족의 꿈인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남한에서는 무엇보다 사상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정돈할 중심(中心)이 국민의식 속에 심어져야 한다.

그 중심은 민족 또는 국가의 대의(大義)를 위해 필요할 때 하나가 되는 훈련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올림픽경기에서 나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그런 하나 된 자세로 국민 모두가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남한의 사정과는 관계없이, 이대로 간다면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정치적 압제와 굶주리는 삶을 인내할 수 없어 폭발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대폭발이 일어날 때 우리가 뒤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북한은 중국의 통치권으로 흡수되든지 또는 새로운 독재정권에 지배당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도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돌볼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웃 나라들과의 협력적 외교관계를 다각도로 전개하는 것도 중요하고 남북한 군관계자들이 물밑 접촉을 모색해 비상시 남한군과 북한군이 민족적 애국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준비된 자에게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능히 극복이 가능하다. 내일은 준비된 자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다.

황의각 편집고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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