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2일 막을 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이하 3중전회)를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중국 공산당의 3중전회는 중국 경제의 중장기 과제와 비전을 결정하는 회의다.
1978년 ‘解放思想, 實事求是, 團結一致向前看(사상을 해방하고 사실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고 앞을 보자)’이라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하고 1982년 ‘중국적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라는 원칙이 천명돼 급격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 바로 3중전회였다. 그러한 3중전회는 지난 해 11월 국가주석에 오른 시진핑의 향후 10년의 경제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전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정신리(鄭新立) 상무 부이사장은 17일 ‘2013년 중국경제발전포럼’에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제시한 경제체제개혁 분야의 가장 중요한 진전은 자원 배치에 있어서의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향후 시장의 자원은 기업가가 어떻게 배치할지를 결정, 정부는 거시적 조정, 시장의 관리감독, 공공재의 공급에 무게를 두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3중전회는 중국의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의 구조 개혁 강도를 높이고 토지정책에 공개념을 도입한다는 것,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중복 투자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실시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이 방향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정작 현지의 반응은 썰렁하다.
우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기득권과 자율권에 통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전반적인 이해 갈등이 심화되리라는 예상이 등장하고 있다.
동시에 국영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중국이 향후 소득분배와 일자리 증대를 주요 사회정책으로 정한 점과도 충돌할 것으로 보는 견해들이 있다. 또 기업에 자유를 주면서도 토지공개념을 기업에도 적용하겠다는 모순적인 정책은 이번 3중전회가 요란한 구호 행정으로 끝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3중전회 정책 갈등만 심화?
월스트리트저널은 “와인드업은 컸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에 그쳤다”고 혹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행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황한 중국 공산당은 결정 전문을 15일 밤 전격 공개했다. 한 자녀 정책 완화, 노동교화제 폐지, 후커우(호적) 제도 완화, 부동산세 법제화, 민간자본의 중소형 은행 설립 허용 등의 구체적 실행안을 본 서방 언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주는 정도로 끝났다.
이러한 소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은 혼란스럽다. 과연 중국이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적인 철학을 이해하기에 국가 관치 경제에 자유주의를 도입하는 것인지, 아니면 등소평의 주장대로 ‘흑묘백묘’론에 입각해 실용주의적으로 자유주의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인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사회와 경제 문제를 별도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3중전회가 끝난 직후 한 사건으로 증명됐다.
홍콩 명보(明報)는 11월 17일 3중전회 이후 중국의 이념 통제가 더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자유 억압하는 중국
신문은 3중전회 이후 인터넷 ‘관리’의 강도도 높아졌다면서 그 결과 온건 성향의 자유파 인사들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이 잇따라 폐쇄되고 있다고 전했던 것. 사건의 발단은 베이징시 인터넷사이트협회가 3중전회 폐막일이었던 12일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新浪)가 운영하는 웨이보에서 최근 ‘위법 정보를 실은 계정’10만여 개를 ‘처리’했다고 밝혔던 것.
다음날인 13일에는 독립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이 시나와 또다른 포털사이트 텅쉰(騰訊)에서 운영하던 웨이보 계정이 취소됐다. 또 베이징대 헌법학 교수인 장첸판(張千帆)의 시나 웨이보 계정도 삭제됐다.
두 사람은 웨이보에서 온건 자유파 학자로 평가받아온 유명 인사들로, 두 사람 모두 웨이보 계정이 폐쇄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장리판은 자신이 운영하던 웨이보 계정은 신용점수도 높았고 최근에는 발언도 별로 하지 않았다면서 시나 웨이보의 관리 직원도 계정 폐쇄를 의외로 생각한다고 말한 점으로 보아 이는 공산당의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20주년이 다가옴에 따라 중국의 자유인사들의 발언을 미리 차단시키려 했던 의도로 해석됐다.
중국 공산당은 자유시장경제에서 개인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집단의 자유와 선택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왔다. 동시에 사회 각 부문에 당과 국가의 개입은 언제라도 법의 검토 없이 가능했다. 중국의 법은 당의 영도를 정당화 시켜 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 중국의 사회주의 법치다.
그런 중국 공산당이 과연 자유주의시장경제를 실질적으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서방의 경제학자들은 거의 없다. 더구나 이번 3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리커창의 모습이 전무했던 것은 상하이방 시진핑 주석의 시장주의경제정책이 리커창의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당)과 파워 게임을 벌이기 위한 프로파간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러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은 향후 중국 경제에 우리가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다. 무늬만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실질적으로는 공산당이 모든 기업과 은행의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그러고도 그러한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대한 사기’가 국가적으로 행해지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인 것이다.
중국은 역대로 ‘법치국가’라는 개념을 내치에서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중국인들에게 중국은 하나의 거대한 가정이다. 가정의 질서는 항상 가부장이 책임져야 한다. 그 가부장이 바로 공산당의 주석이다. 따라서 가족끼리는 이해관계가 없어야 하듯이 중국 공산당의 핵심 간부들이 자신들의 초법적 행위로 부를 축적하는 것을 중국 인민들은 이해해 줘야 한다는 통념이다.
이런 생각이 오랫동안 자리한 공산당에 ‘관치 탈피’라는 시장자유주의경제원리가 통용될 리는 만무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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