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협동조합’인가
왜 갑자기 ‘협동조합’인가
  • 이원우
  • 승인 2013.10.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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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 정책세미나 지상중계
 

뜻이 맞는 사람들 5명만 모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해를 보완한다는 취지를 강조하며 최근 1년 새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올해 9월 말까지 설립된 협동조합은 총 2724개소. 매일 9개소가 생겨난 셈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에 어떤 ‘실체’가 있다는 것일까.

지난 14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자유경제원 정책세미나 ‘협동조합의 실체’는 협동조합의 현주소와 가능성에 대한 담론이 오가는 자리였다.

전원책 원장의 개회사에 이어진 주제발표는 협동조합의 긍정적·부정적 견해를 균형 있게 부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발표를 맡은 장승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협력과 상생의 모델, 협동조합’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협동조합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전 세계 사회경제적 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양면성 모두 다뤄

장 연구원은 최근 급속하게 활성화되고 있는 한국 협동조합모델의 경우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많은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협동조합을 ‘색다른 모델의 기업’으로 정의하며 독자적 경쟁력 확보, 동반성장과의 연계를 통한 경쟁력 제고 등을 주문했다.

이어서 발제한 자유경제원 송덕진 실장은 ‘협동조합의 허와 실’이라는 도발적인 주제를 들고 나왔다.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가 속한 구단 FC바르셀로나가 협동조합임을 사례로 든 그는 협동조합이 정치권과 결합될 경우 얼마든지 부작용을 만들 수 있음을 지적했다. 각 단체장은 표를 노리고, 일부 사람들은 보조금을 노리고 협동조합에 접근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이다.

정치적 견해가 일치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 자체는 당사자들의 자유다. 하지만 현행 협동조합기본법 10조 2항은 “국가 및 공공단체는 협동조합 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그 사업에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엔 세금인 지원금으로 정치적 색채의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의 문제다. 송 실장은 변양균 前 청와대정책실장, 박계동 前 국회 사무총장, 윤여준 前 환경부 장관, 문재인 국회의원, 문성근 前 민주당 상임고문 등이 현재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과 박원순 시장이 올해 초 서울을 “협동조합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사실도 언급했다.

5인의 난상토론 … 다양한 관점 충돌

2부로 이어진 행사는 5인의 토론 순서로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5인의 패널이 각각 7~8분씩 의견을 표명한 뒤 청중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거기에 다시 패널들이 대답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시켰다.

가장 먼저 견해를 피력한 배진영 인제대 국제경상학부 교수는 가장 자유주의적(libertarian)인 관점에서 협동조합 문제를 바라봤다. “협동조합과 기업을 구분하는 관점에 찬성하고 싶지 않다”고 단언한 그는 협동조합을 특수한 형태로 분리해서 다루는 것에 반대했다. 협동조합은 이미 퇴화된 형태의 기업이라는 관점 역시 언급했으며 “기업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이미 협동의 모델”임을 강조했다.

최양부 바른협동조합 실천운동본부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내부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을 보여줬다. 협동조합을 “자본주의 시장경제 발달 과정에서 생겨나는 또 하나의 이란성 쌍둥이”로 정의한 그는 한국에 전파된 ‘나쁜 협동조합 모델’의 확산을 우려했다. 한국의 경우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정부가 국가정책의 하나로 협동조합을 이용했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대한 낡은 생각이 교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1년 새 급속한 속도로 생겨난 한국의 협동조합에 대해서도 건설적으로 바라봐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협동조합 역사야말로 자유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과의 전쟁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묵 서울시의원은 정책을 입안하는 입장에서 협동조합을 정부가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주로 언급했다. 협동조합의 발달 과정을 봤을 때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실패요인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서울시의 협동조합 정책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언급했으며 정부의 현명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중 한중일3국협력사무국 정무팀장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참여한 바 있어 특별히 시선을 모았다.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겠으나 협동조합은 기업”이라고 규정한 그는 “조합원들의 여러 가치관을 비즈니스 모델로 실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취지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최양부 이사장과 견해가 충돌되기도 했다.

광우병 시위에 나선 협동조합 아이쿱

황성준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운동’으로서의 협동조합 모델에 대해 언급하며 문제를 완전히 새로운 각도로 바라봤다. 협동조합에 대한 원론과 관계없이 이를 정치 운동화 하려는 세력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에게 협동조합은 변혁운동론이 실현되는 공간인 동시에 생활공동체이며, 시장경쟁을 통한 생존성보다는 지방자치단체와 결합해 정치력을 갖고 생존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가 된다.

겉으로는 전혀 정치적 성격이 없어 보이는 협동조합들이 느닷없이 정치적 시위 현장에 나오는 것은 바로 조직력을 갖춘 소수의 지도자들이 협동조합을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황 위원의 분석이었다.

경제, 사회, 정치 등 다층적인 차원의 의견들이 동시에 맞물린 이번 행사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만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협동조합 문제에 대한 통찰을 제공했다. 시간이 흐르면 협동조합의 실체는 더 명징하게 드러나겠지만 너무 놀라지 않기 위해서는 예습이 필요하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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