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시대 인도의 전략적 역할
G2 시대 인도의 전략적 역할
  • 이춘근 박사
  • 승인 2013.09.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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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현재는 국제정치의 역사상 한 시대가 끝나고 다른 시대로 진입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2차 대전 이후 약 45년 정도 지속된 냉전(Cold War) 체제는 미국과 소련 두 초강대국이 세계를 양분해서 경쟁을 전개한 양극체제였다.

소련의 붕괴로 양극체제는 미국 주도의 일극체제가 됐고 소련 몰락 후 약 20년 정도 지속된 그러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국제체제는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인해 소위 G2 시대라는 새로운 국제체제로 진입하고 있다.

이미 상당히 오래전 미국은 중국을 G2라고 칭했지만 중국은 자신은 아직도 발전도상국일 뿐이라며 미국이 칭하는 G2에 대해 부정적 혹은 겸양적 태도를 취했다.

중국이 G2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막중한 임무를 떠맡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미국과 경쟁하는 나라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일이기도 했기에 중국은 G2라는 명칭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G2 중 하나로 치부되는 것도 반기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본 중국은 G2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한 중국은 2013년 봄 오바마-시진핑 회담을 통해 공식적으로 자신이 G2 중 한 나라가 됐음을 당당하게 받아들였다.

중국이 현 시대를 G1이 아니라 G2 시대라고 동의한 것은 미국의 유일 패권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며 동시에 중국은 미국과 경쟁관계에 들어갈 것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제정치 수백년 역사는 유일패권국이 존재했던 G1 시대와 비교할 때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강대국이 존재했던 시대가 훨씬 더 전쟁과 분쟁이 빈발했던 시대임을 말해 준다. 이제 중국과 미국은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체제로 들어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단독적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자신의 편에서 함께 싸워줄 동맹국을 선별하는 작업을 이미 시작한 지 오래다.

그리고 이처럼 동맹국을 규합하는 경쟁에서 미국은 중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우세한 게임을 벌인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이 제시한 자유, 민주라는 가치의 우월성은 물론이지만 미국의 지정학적 유리점에서 주로 유래한다.

G2시대의 원교근공

수천년 국제정치의 역사에서 증명된 지정학적인 철칙 중 하나는 ‘가까운 이웃 강대국이야말로 제일 무서운 나라’ 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국가들은 이웃의 무서운 나라로부터 발산되는 두려움을 억제하기 위해 먼 곳의 강대국과 교류하기 마련이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의 논리는 국제정치학 이론중 몇 안 되는 진리다. 중국은 육지 및 바다를 통해 직간접으로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나라가 무려 19개국이나 되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 퍽 불행한 나라 중 하나다. 미국이 중국에 비해 결정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이점이다.

미국은 전혀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는 이웃인 캐나다, 멕시코 두 나라와만 국경을 접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과 육지 및 해상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는 인도, 러시아, 일본, 베트남등 어느 한 나라 호락호락한 나라가 없다.

그리고 지금 인도, 일본, 베트남, 러시아 등은 모두 중국의 국력 부상을 두려워하며 자신들 스스로의 힘으로 혹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 특히 중국 부상에 대한 인도와 일본의 대응은 분명하고 막강하다.

특히 인도는 중국과 수천 킬로에 이르는 육상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이고 영토분쟁이 진행중이며 1963년 두 나라는 직접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냉전 당시 인도는 미소 양 진영 사이에서 중립을 표방했지만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오히려 소련과 가까이 지냈던 나라다.

그런 인도는 냉전 종식 이후 급속히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는데 부시(George W. Bush) 미 대통령은 인도를 직접 방문해서 미국과의 동맹국으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상당 부분 성공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인도와의 전략동맹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인도라는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가 미국의 동맹 반열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중국과 패권경쟁을 전개할 미국에는 지원세력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 일본, 인도를 아시아의 3대 강국으로 보고 있으며 어떤 경우라도 이 세 나라가 한 편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아시아정책의 철칙으로 삼고 있다.

아시아 전체가 하나의 세력이 되는 경우(혹은 하나의 세력에 의해 평정되는 경우) 아시아와 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지위는 심각하게 훼손 당하게 될 뿐 아니라 미국 본토조차 위협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언제라도 아시아의 강자 3국 중 최소한 한 나라는 반드시 미국의 동맹으로 엮어 두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中에 맞선 美의 친구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국방비는 중국의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강됐고 중국의 주변 국가들 중 거의 모든 나라는 스스로의 군사력 증강은 물론 미국과 동맹을 더 강화시킴으로써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국가들은 자신들끼리 상호협력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말라바(Malabar) 해군 합동훈련을 함께 전개했을 정도로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지난 여름 오로지 중국을 타격하기 위한 특수부대인 9만 명으로 구성된 ‘중국타격군’을 건설하기도 했다.

인도는 중국의 경제를 앞설 것이라는 평가도 있을 정도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으며 이미 영국보다 더 강한 해군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 강대국이다. 중국의 부상이 세계 각국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과는 달리 인도의 부상은 오히려 세계의 환영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The Largest Democracy)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차대전 중 독일, 일본을 격파하기 위해 소련, 중국을 이용했고 냉전 당시에는 소련을 격파하기 위해 공산주의 독재 국가인 중국을 활용했다. G2 시대가 된 지금 미국은 중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인도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이 당면한 세 번째 패권 경쟁인 미중 경쟁에서 미국편에 서서 함께 해 줄 강대국이 처음으로 민주주의 국가(인도, 일본)들이라는 사실은 미국에는 대단히 다행한 일이다. 미국은 미국의 편에 서서 대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도, 일본, 베트남 등 3개국의 인구, 군사력, 경제력이 중국의 그것을 넘고 있다는 사실에 느긋할 것이다.

요즈음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대전략(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을 적국으로 대하며 중국과는 점점 우호국가가 되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원자력협정개정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 등에 대해 대단히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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