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금년 시즌은 이변이 속출했던 한해였다.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기아 타이거즈가 6월부터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4강 진입에 실패했고, 10년 이상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던 LG 트윈스는 6월 이후 대공세에 성공하면서 9월 5일 현재 정규시즌 1위 자리를 놓고 경합하고 있다.
4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던 넥센 히어로즈는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2011년, 2012년 우승팀이었던 삼성 라이온즈는 불펜의 붕괴와 타선의 노쇠화로 예전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야구팬들에겐 대단히 흥미진진했던 2013 시즌이었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대한 격려와 질타의 목소리 또한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이에 <미래한국>은 프로야구 선수 및 코칭스태프에 대해 야구팬들이 지어준 별명을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 중에는 폭소를 자아내는 익살스러운 별명과 함께 다소 인격모독적인 내용의 별명도 있기에,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
김응용 감독, 코끼리에서 ‘킬끼리’로
현재 최하위인 한화 이글스를 이끌고 있는 김응용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명감독 중 한명으로 손꼽힌다. 그는 과거 해태 타이거즈(현재 기아)와 삼성 라이온즈의 감독을 맡아 무려 9번이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김 감독은 과거 국가대표 1루수 시절 ‘코끼리’라는 별명을 가졌다. 큰 체구로 내야수들의 송구를 포구하는 모습이 마치 코끼리가 코로 먹이를 잡아채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해서 나온 별명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현재 한화팬들로부터 ‘킬끼리’라고 불린다. 이는 지나친 혹사로 선수생명을 갉아먹는다는 부정적인 의미의 ‘KILL’과 그의 기존 별명인 ‘코끼리’를 합성시킨 것이다. 참고로 김 감독은 한화 감독 부임 이후 투수 송창식과 김혁민 등에게 지나치게 많은 이닝을 던지게 하고 무리한 연투를 시킨다는 논란에 시달려 왔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별명은 지난 2011년 초반까지 ‘관중일’이었다. ‘관중’과 ‘류중일’을 합성한 것으로 성격이 무던한 류 감독이 경기 도중에 불리한 심판 판정이 나와도 강하게 항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러나 류 감독이 2011년과 2012년 한국시리즈에서 팀을 연속으로 우승시키자 삼성팬들은 그를 ‘사마중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나라 최고 지략가인 ‘사마중달’과 ‘류중일’을 합성한 단어다. 그러나 금년 시즌 들어 삼성이 1위 자리를 LG에게 내주자 팬들은 류 감독을 ‘돌중일’이라고 부르고 있다. ‘돌’과 ‘류중일’을 합성한 것으로 다분히 인격모독적인 별명이다.
‘푸피멍’ 별명 얻은 무등산폭격기 선동렬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투수로 손꼽히는 선동렬 기아 타이거즈 감독은 선수 시절 ‘무등산폭격기’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동시에 선 감독은 여드름 흉터가 많다는 이유로 ‘멍게’라는 별명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선 감독이 6년간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마치고 2012년에 고향팀인 기아로 복귀하자 기아 팬들은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러나 선 감독이 이끄는 기아가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자 팬들은 그를 ‘선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선동열’과 ‘뚱보’를 조합한 별명이다.
한편 선 감독을 6년간 겪었던 삼성팬들은 그에게 호의적인(?) 내용의 별명을 붙여줬는데, 다름 아닌 ‘푸피멍’이다. ‘푸른 피의 멍게’라는 뜻의 이 별명은 올시즌 내내 선 감독이 이끄는 기아가 삼성에게 많은 패배를 했다는 점과, 선 감독이 아직도 자신이 삼성 시절 지도했던 윤성환, 오승환, 안지만, 차우찬 등 젊은 투수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겼다. 여기서 ‘푸른 피’는 ‘삼성맨’을 상징한다.
이만수 SK 감독의 별명은 선수 시절 ‘헐크’였다. 홈런타자로서 유명한 그의 이미지답게, 괴력의 힘을 가졌다고 해서 나온 별명이다. 그런데 최근 SK팬들 중 일부는 이 감독을 ‘유다만수’라고 부른다. SK를 2007년과 2008년 연속 우승시켰던 김성근 감독이 2011년에 사임하는 과정에서 당시 2군 감독이던 이만수 감독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인천예수’라고 불릴 정도로 SK의 홈인 인천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즉 이 별명은 예수님을 팔아넘긴 제자 가롯유다에 빗대서 이만수 감독을 비하하는 뉘앙스의 별명인 것이다.
‘류흡연’ 별명 굳어질 뻔했던 류현진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특급 선발투수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LA 다저스 류현진의 별명은 ‘류뚱’이다. 한화이글스 시절부터 뚱뚱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워낙 잘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별명이다.
실제로 류현진의 체구는 특급 야구선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러닝(달리기)을 많이 하지 않으며 간식으로 햄버거를 6개씩 먹는 등 다소 과식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선발투수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활약을 하고 있기에 팬들은 ‘류뚱’이라는 애정 섞인 별명을 그에게 붙여준 것이다.
반면 류현진이 올해 시범경기 초반 다소 부진했을 때 일부 팬들은 그에게 ‘류흡연’이라는 별명을 선사한 바 있다. 이는 류현진이 야구선수에게 금기 사항 중 하나인 흡연을 즐기기 때문인데 혹시라도 류현진이 내년에 부진할 경우 팬들은 그에게 담배를 끊을 것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류흡연’이라는 부정적인 별명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전망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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