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 주목받는 박근혜식 ‘안전 정치’
취임 6개월, 주목받는 박근혜식 ‘안전 정치’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8.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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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서도 조심스런 대응... ‘정권재창출’로 이어질까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12일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한 발언이다. 앞서 정부는 8월 9일에 연봉이 3450만원이 넘는 근로자들의 세금을 인상시키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여론의 반발이 극심해지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3일 만에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개편안은 아직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 있고, 상임위에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당과 국회와도 적극 협의하고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 대한 오해가 있거나 국민께 좀 더 상세히 설명드릴 필요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세금 인상의 기준선을 연봉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완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칫하면 민심이 극도로 악화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신속한 진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발빠른 대응은 국정수행 지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8월 둘째 주 주간 집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25주차 국정수행 지지도는 1주일 전 대비 2.3%p 상승한 61.1%를 기록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세제개편안 논란 이후 원점 재검토 지시와 개성공단 합의 소식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2013년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고비 때마다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 최소화

취임 6개월째를 맞이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6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5년 전 이맘때 지지도와 비교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008년 8월 1과 16일 양일간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18.9%에 불과했다. (95% 신뢰수준에 ±3.46%p)

가장 비교되는 대목은 민심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보여준 두 대통령의 대처 방식과 속도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여론의 질타를 받자 단 3일 만에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4월 중순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괴담이 유포되고 있을 때 약 열흘 후인 4월 21일에야 “도시 근로자들은 질 좋은 고기를 값싸게 먹게 된다. 싫으면 안 사먹으면 된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어 약 6월 10일에 광화문에 10만명이 모이는 등 두 달 가량 촛불시위가 이어진 후에야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국민 대응 과정에서 사용한 어휘에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차별화됐다. 가족 및 측근 비리로 인해 청와대에 대한 원성이 들끓던 2011년 9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그는 “청와대는 도덕적 기준도 높고 시간도 많이 없는 만큼 고통스러운 기간을 통해 긍지와 보람을 찾아야 한다. 다 끝나고 나서 힘들게 일한 보람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이 대통령은 인터넷 등에서 집중 포화를 당했다.

아베 내각의 과격한 행보와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인해 반일감정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한일정상회담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노련한 정치 감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미국(5월)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일본을 제치고 중국(6월)과 먼저 정상회담을 하면서 좌파 네티즌들로부터 제기될 수도 있는 ‘친일’ 논란을 사전에 불식시키고 있다.

특유의 ‘말조심’ 행보로 좌파 공세 차단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부친인 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무미건조한 단어들을 사용함으로써 말실수의 여지를 사전에 봉쇄하고 좌파 언론 및 야당의 공세를 사전에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말조심’ 정치는 과거 새누리당 대표 시절부터 단련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년 4월 총선과 2006년 5월 지방선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던 2012년 4월 총선에서 선거를 진두지휘했는데 이 기간 동안 박 대통령 본인이 말실수를 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전국 각지의 선거구를 순회하면서 수백번의 지원유세를 하는 과정에서도 단 한 번의 돌출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2012년 12월 총선에서 박 대통령은 접전 끝에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중한 언행과 조심스러운 국정 운영은 과거 한나라당 대표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단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전국 규모의 선거를 네 번이나 치른 경험이 청와대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순항 중인 박근혜 정부에 있어서 최대 고비는 중간평가라고 할 수 있는 내년 6월 지방선거다. 현재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60%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이지만 승패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아직까지 새누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압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만약 여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국민들은 이 선거 결과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고, 순항하던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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