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도 박사의 고별사
곤도 박사의 고별사
  • 미래한국
  • 승인 2013.08.09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원의 편지


곤도 박사는 지난 20년 동안 나의 노후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준 은인이다. 일본 게이오대학병원 정년을 1년 앞두고 의료생활 40년을 총결산하는 저서를 내놓았다. 성인병 특히 암에 대한 의료계의 통념을 깨뜨리는 놀라운 내용이다.

그는 암 의료계의 일본 내 1인자이다. 올해 100만부가 나간 책의 내용이다.

●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마라. 검사를 받지 마라.

10가지 검사를 받으면 10사람 중 4사람에게 이상이 나오고, 30가지 때는 8사람에 이상이 나온다. 멀쩡한 사람이 검사로 환자가 된다. 환자가 되면 병원의 죄수다.

● 고혈압은 뚜렷한 의학적 근거도 없이 기준치를 160, 140, 130 하고 자꾸 낮춰 일본의 환자를 4000만명까지 양산했다. 서구에서는 수치가 170, 180이 돼도 다른 증상이 없으면 약을 쓰지 않는다. 콜레스테롤도 마찬가지다.

● 암에 대한 조기검사를 받지 마라.

전이되는 암은 검사로 발견될 크기가 됐을 때는 이미 전이된 후다. 전이암은 조기 치료해도 치유되지도 않고, 수명 연장도 안 된다. 전이되지 않는 암의 경우는 어차피 생명엔 지장이 없고, 조기 치료 때나 발병 후 치료 때나 수명이 같다.

● 암 발병 후 환자와 가족의 최고의 대처법은 ‘방치요법’이다.

(1) 암은 노화현상이므로 2,30년 걸려야 나타나는 병이다. 발병했다고 해서 급격히 악화되는 법은 없다.

(2) 서둘러서 수술, 항암제 같은 치료를 하면 안 된다. 시간을 두고 경과를 보자. 그동안에 마음도 가라앉히고 암의 생리도 알게 된다.

(3) 미국에서도 지난 1971년 닉슨 대통령의 ‘암과의 전쟁’ 선포 이래 40년이 지난 2011년에 미국립보건원에서 “암과의 전쟁에서 인간이 졌다”는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암 치료에 관한 한 전혀 진척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4) 암으로 인한 통증이나 고통 같은 증상은 현재 완화하는 치료법이 확립돼 있다.(몰핀 같은 진통제나 방사선, 간단한 수술 등).

(5) 현재는 발병해도 놔두고 관찰하는 ‘방치요법’이 다른 치료법에 비해 보다 오래 살고 편히 죽는 유일한 합리적 방법이다. 대수술, 항암제 등 적극적 치료는 당장 마음은 편하지만 효과는 없고 합병증, 후유증, 약물 부작용 등으로 치료 후 고생하고 생활의 질(QOL)이 떨어질 뿐 아니라 수명을 줄이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암에 관한 한 완전한 치료법은 없고, 통증을 완화하고 고장난 기능
을 회복하는 대증요법이 원칙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암 대처법이다.

곤도 박사는 책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이것이 암 전문의로 제가 의료계를 떠나면서 환자와 가족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충언이라 생각합니다.”

나 개인으로서는 그의 충언에 따라 이렇게 대처하려 한다.

● 암에 대해 불안해하지 말자. 조기검사는 하지 말고 발병해도 서두르지 말자. 불행히 전이암이면 치료가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통증 같은 증상 완화(Care)에 초점을 맞추자. 다행히 전이 되지 않는 암이면 재발해도 생명에 지장이 없음을 알고 안심하고 치료(Cure)에 임하자.

치료는 몸에 부담이 큰 장기 절제 같은 수술은 피하고 부담이 적은 방사선 등을 택하자.

어느 경우에나 항암제는 쓰지 말자.

암에는 결정적 치료법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수술, 항암제 같은 치료를 피하고 오래 살고 편하게 죽는 곤도 박사의 ‘방치요법’을 따르자.

이런 생각들이 성인병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준 듯하다.

이성원 청소년도서재단 이사장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