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symposium)이라는 단어에서 sym-이라는 접두사는 ‘같은(same)’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 뜻에 걸맞게(?) 보통 어떤 단체가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하면 견해가 비슷한 인사들을 초청해 예측 가능한 결론을 반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개최한 ‘국민대통합 심포지엄’은 이 통념을 깼다. 생각이 완전히 다른 인사들을 함께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9일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이 행사는 회장을 가득 채운 참석자들의 열기와 함께 오전 10시에 시작되었다.
이승철 부회장의 개회사에 뒤이어 축사를 한 것은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과 이현재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다. 이 의원의 경우 자신이 한때 ‘전경련 폐지론’을 주장했던 사실을 밝혀 많은 눈길을 받았다.
두 인사 모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골목상권의 회복, 진영 간의 소통 등을 언급하며 동반위와 새누리당의 기조에서 크게 이탈되지 않는 견해를 피력했다.
‘일자리,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시작된 토론에 이르자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조영길 아이앤에스 대표변호사,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등의 명단에서 보듯 토론자들의 이념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올지 말지 고민했다. 내가 이 자리에서 가장 좌편향일 것이다.”라고 말한 김종진 위원은 앞서 발표한 발제자-토론자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특히 김동원 교수가 민주노총을 ‘강경 노동운동 세력’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패턴은 동반성장을 주제로 진행된 오후 세션에서도 반복됐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들은 각각 중소기업적합업종, 하도급 공정거래 등의 개념을 놓고 저마다의 견해를 표출했다.
뒤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김민정 미래소비자포럼 이사,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등의 패널은 동반성장의 개념을 놓고 큰 견해차를 보였다.
발제자로 참여한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련의 마찰에 대해 연세대 김정호 교수는 토론자들이 사전에 서면토론을 진행한 뒤 현장에서 만나는 ‘축적 토론’ 방식을 제안하며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진영을 막론하고 많은 비판을 받아온 전경련이 나름대로의 방향을 탐색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전혀 다른 사람들을 단순히 한 자리에 모아놓는 것이 서로 받은 상처를 드러내는 통합(痛合) 이상의 의미를 표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 부분도 있다.
발제자와 토론자를 초청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전경련 관계자의 후일담이 말해주듯, 이번 심포지엄은 국민대통합이라는 다섯 글자 뒤에 드리워진 길고 긴 그림자를 상기시키며 종료되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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