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전망에 시간이 흐를수록 비관적 데이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성장률 하락이 지속되면서 분배가 악화되는 동시에 엔저로 인한 수출동력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소득분배 악화조사’ 보고에 의하면 내·외수 동반 부진으로 인해 1분기 성장률이 1.5%에 그침으로써 우리 경제는 3분기 연속 1%대 저성장을 기록했다.
이처럼 1%대 저성장이 3분기 이상 지속된 것은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초유의 상황이라는 해설이다.
특히 보고서는 G2의 회복 지연 등으로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고, 원고·엔저현상으로 우리 수출회복도 빠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고용증가세 둔화, 가계부채 상환능력 저하 및 주택가격 하락으로 소비여건이 악화되고, 정책공조 혼선 및 경제민주화 추진 등이 투자 여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도 전망한다.
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이러한 1분기 저성장과 향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는 당초 예상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올 성장률이 1.9%까지 낮아질 가능성마저 있다.
이러한 전망은 최근 매킨지 연구소가 발간한 ‘한국 경제, 새 판을 짜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라’ 라는 제2차 한국 보고서의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매킨지가 한국 경제 전반을 분석한 보고서를 낸 것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두 번째다.
저성장에 갇힌 한국경제
매킨지는 이번 2차 한국 보고서에서 “과거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은 ‘정부 주도의 수출 중심 제조업’이었고 이들이 지난 20년간 한국 국내총생산(GDP)을 3배 늘린 원동력이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소득 증가 정체, 주택비와 교육비 상승, 서비스업과 중소기업 부문의 취약성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경제의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매킨지의 주장은 한국의 수출 대기업과 같은 영역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허리와 바닥에 놓여 있는 중견기업, 중소기업, 자영업 등에서 부가가치의 증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매킨지는 그러한 원인으로 약 50%에 달하는 가계의 적자를 들고 있다.
특히 주택구입과 사교육비 등의 부담으로 한국 가계의 소비가 쉽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 부분이 내수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다시 가계소득의 정체라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선순환으로 돌리려면 먼저 가계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방법 중에 규제 해제를 통한 생산 투자 유발은 매우 유효한 전략이다. 한마디로 시장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지난 1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규제 개선 중심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보고한 것은 이러한 전략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책은 규제와 지자체 인허가 지연 등으로 현장에서 대기 중인 기업 프로젝트가 가동될 수 있도록 애로를 해소하고 잠재된 기업투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금융 및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특히 정부는 각종 규제 등으로 대기 중인 프로젝트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실제 투자로 연결되도록 관리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총 12조원 이상의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장증설 부지 확보 지원, 산업단지 내 토지임대차 제한 개선, 지주회사 규제 개선, 의료관광객 숙박시설(가칭 메디텔) 건립 허가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온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해제에는 반드시 반대 목소리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책을 마련하자 곧바로 전국균형발전지방의회협의회가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 중단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그러한 경우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런 류의 이익집단의 목소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 협회의 이름처럼 ‘전국 균형 발전’이란 경제원리로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원이 유한하다면 그 재원은 투입시에 가장 높은 생산 효율이 담보되는 방식으로 배분돼야 한다. 이 원리는 이론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증명돼 왔다.
매킨지의 돕스 회장은 한국경제 위기에 대해 매우 독특한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끌기도 했다. 돕스 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위기의식이 경제문제에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핵 문제보다는 경제성장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신의 조국 영국의 경험을 들었던 것.
규제 철폐 여부가 기업 투자 관건
돕스 회장은 영국이 1970년대 소련의 핵무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으며 그러다 보니 노사문제 등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점을 예로 들었다. 그러다 1970년대 말 대처 총리가 들어오면서 경제의 구조적 문제, 낮아진 생산성 등에 국민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먼저 당면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모호한 개념의 경제 민주화는 성장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보다는 각 경제주체에게 선택의 자유, 즉 생산과 소비에 있어 가장 좋은 것을 자신이 고를 수 있도록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정부 지출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세금은 낮춘다)정책은 오히려 불황에서 유용한 정책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단기적으로는 올 성장률의 급락을 방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며 추경이 필요하다면 국회의 조속한 논의, 정부의 차질 없는 집행 등을 통해 추경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일상적인 경제활동마저 위축시키는 과잉 규제 일변도의 경제민주화 방향은 재수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 자본, 해외 인력, 외국 소비자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소위 ‘끌어들이기’ 성장전략을 통해 ‘투자-고용-소득-소비-시장확대-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 빅뱅도 소득분배의 개선을 위해 장기적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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