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우리는 99%다’(We are 99%)라며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미국을 비롯 전세계를 휩쓸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1:99논쟁은 보수여당인 한나라당의 경제정책을 좌클 시켰고, 심지어 당명을 변경하면서까지 보수정당의 색채를 희석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99의 주장이 더 이상 야권이나 진보진영에서 나오지 않는다.
상황이 좋아진 이유일까. 대답은 엉뚱한 곳에 있다. 1:99 논쟁을 촉발시킨 주장이 사실은 잘못된 통계 연구였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엉터리 소득통계 분석이 불러온 양극화 선동
1:99의 주장은 미국의 상위 1%가 미국의 부를 99%차지하고 있다는 엉터리 선동에 힘입은 바 크다. 왜 이런 왜곡된 주장이 등장했던 것일까
지난해 말, 세계적인 경제 연구소 CATO의 면밀한 분석에 의하면 이 주장은 2010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엠마누엘 사에즈라는 경제학자의 터무니 없는 연구결과 발표로 시작됐다.
사에즈는 2010년 한 논문에서 ‘미국 부의 93%가 상위 1%에게 돌아가고 있고 나머지 7%는 버려진 체 있다.’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사에즈는 ‘오늘날 미국 경제는 1%와 99%로 나뉘어져 있다’고 주장했던 것.
이러한 사에즈교수의 주장은 곧바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노벨 경제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만교수와 같은 진보적 학자들에 의해 재인용되면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하지만 CATO연구소의 검증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사에즈교수가 소득통계 데이터를 잘못 사용하고 있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부익부,빈익빈’은 없었다
무엇보다 사에즈는 소득 통계 데이터로서 미국인들의 소득세 신고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실제로 소득의 불균형을 알아보려면 소득세 신고액이 아니라 세금을 납부한 후의 가처분 소득을 비교해야 옳았다. 더 큰 문제는 사에즈 교수의 소득비교 모델에서 가계가 정부로 부터 보조받는 사회보험과 같은 이전 소득이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미국인의 상위 15%는 대개 두 개 이상의 일로부터 소득을 얻지만, 하위 15%는 아예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일을 하지 않아 소득이 없는 사람의 소득차이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사에즈 교수는 상위 1% 부자의 세전 소득금액 기준에서 세율을 개인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 기준을 삼는 실수를 범했다. 당연히 1%부자는 고율의 누진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보다 한참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니 나머지 하위 소득자와의 격차가 정상 이상으로 클 수 밖에 없었다.
CATO연구소 알란 레이몬드 수석연구원이 미국인들의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재검증한 결과 미국의 상위1%의 소득증가율은 사에즈 교수가 비교한 1928년에서 2006년 같은 기간에 15%에서 13%로 오히려 감소했다. 아울러 1980년 이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세후 소득을 기준으로 미국인들의 소득격차는 확대되지 않았음도 밝혀졌다.
잘못된 신념이 사실과 통계를 왜곡시켰고, 유명세를 가진 진보 학자들이 이를 인용했으며, 언론들과 정치권은 이를 검증없이 포퓰리즘 차원에서 써먹은 것이다.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의 정직한 얼굴을 내밀지만 그때는 항상 너무 늦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정부나 집단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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