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제를 일으킨 ‘아젠다 2010’
독일 경제를 일으킨 ‘아젠다 2010’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4.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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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이끄는 ‘국가모델연구회’가 지난 11일 ‘왜 지금 독일을 연구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워크샵을 열었다. 미카엘 푹스(Michael Fuchs) 독일 기민당 부대표를 초청해 ‘독일 어떻게 성공했나? - 통일, 경제위기 극복, 정치안정, 사회통합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특별간담회도 가졌다.

모임 첫 날 남경필 의원은 “탄탄한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독일에 대한 학습을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구조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공부를 바탕으로 한국형 자본주의 모델, 정치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3년, 독일 사민당의 총수 슈로이더는 인플레와 높은 실업율로 고통 받는 독일 경제를 개혁하기 위해 ‘아젠다 2010’을 내놓았다. 아젠다 2010은 2003년 4월 독일 정부의 자문위원회가 ‘국가가 해야 할 것을 줄이고 개인의 자기책임과 자조 노력을 촉진’하는 ‘사회복지국가의 재건’안이었다.

독일 사회개혁 ‘아젠다 2010’의 내용은 ‘독일병’이라고 불리우는 과도한 복지, 방만한 연금구조, 노조의 사회적 권한 등을 축소하는 자유주의 개혁 방안이었다. 당연히 독일 노조는 중도좌파 노선인 사민당의 슈로이더를 ‘배신자’라고 불렀지만 슈로이더는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는 자신들의 사회적 권한을 축소하고 임금 동결과 의료복지 축소, 연금수령 시기 조정과 같은 안들을 받아들이는 대신 정부가 경제부흥에 나서는 안에 합의했다.

그로부터 독일 경제의 내핍이 시작되었고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 결과 바닥을 기던 마르크화가 강세로 전환되면서 경제는 다시 일어서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사민당은 몰락했다.

하지만 독일은 아젠다 2010 자유주의 개혁의 성공으로 유럽 경제의 버팀목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재정위기가 유럽을 휩쓰는 과정에서도 안정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독일이 그러한 사회적 대타협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비밀은 ‘질서 자유주의’

스웨덴, 덴마크.독일등, 북유럽국가들은 노사정(勞社政)이 사회적 타협을 통해 국가의 정책방향을 정하는 ‘코포라티즘’ 거버넌스 체제를 택하고 있다. 노조, 기업, 정치권이 국가의 일부를 구성하는 자격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때 노조는 산별노조로서 막강한 권력을 획득하게 된다.

독특한 것은 이러한 북유럽 국가의 노사정체제는 서로의 갈등을 보다 한 차원 높은 질서로 통합 조정하는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퓨리타니즘’(Puritanism)이라는 신교 교회들의 ‘초월적 질서’(transcendental order)가 바로 그것이다.

북유럽 교회들의 사회참여는 유럽의 기독교 민주당(기민당)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독일 기독교 민주당(기민당)이 대표적이다.

루터와 캘빈에 의해 주도된 북유럽의 신교(新敎)적 질서가 세속적 질서인 노사정의 갈등을 한 차원 높은 영성의 ‘초월적 질서’로 조정 통합한다는 점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등 카톨릭 국가들의 ‘공의 추구’ 노사정 코포라티즘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특히 독일의 그러한 초월적 영성에 의한 사회 질서는 2차대전 후 ‘질서적 자유주의’(Ordo Liberalism)라는 독특한 정치,경제 이념으로 구현되어 왔다. 이 질서적 자유주의가 바로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정신적 이념이다.

2차대전 후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을 이끈 기민당 수상 에르하르트와 사회적 시장경제의 바탕이 된 질서 자유주의 사상을 구축한 발터 오이켄은 모두 독실한 크리스쳔이었다. 기독교 민주당의 정신적 노선은 바로 성서가 우리에게 명하는 ‘하나님의 왕국’(Kingdom of God)을 이 땅에 실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독일과 같은 국가들의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에는 독일 교회들의 막후 조정과 중재가 큰 역할을 한다. 독일이 교회로부터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출석교인들로부터 소득의 1/10을 세금으로 걷는 십일세를 법제화한 이유도 그러한 교회들의 사회적 질서 형성의 역할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2005년 EU국가들이 낡은 경제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추진했던 ‘유럽헌법 개정’이 그나마 독일에서는 성공을 거둔 반면, 프랑스를 비롯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실패했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독일 노사정 위원회, 특히 노조가 자유주의 경제개혁을 받아들이기 위해 뼈와 살을 깎는 희생에 합의한 반면,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의 노조는 그러한 개혁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 했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에는 국가를 위해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걸만한 독일의 슈로이더나 초월적 질서를 받아들여 자신들의 이익을 양보하는 노조가 가능할까?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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