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프로야구가 3월 30일 전국 4개 구장에서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개막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32번째인 이번 시즌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과연 800만 관중을 돌파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시즌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야구계의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한국 대표팀이 최근 끝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일 대만에서 벌어진 1라운드 첫 경기에서 한국은 한수 아래로 평가받아 온 ‘야구 후진국’ 네덜란드에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0:5의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어 호주전과 대만전에서는 승리했지만, 점수 득실차를 집계한 끝에 한국의 예선 탈락은 확정됐다.
이는 WBC에서 한국팀이 거둔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2006년 열린 제1회 WBC에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을 연달아 격파하는 선전을 거듭하며 4강까지 진출했다. 제2회 WBC에서는 결승까지 진출해 일본과 명승부를 펼친 끝에 준우승을 거뒀다.
이렇듯 WBC는 국내 야구팬들에게 항상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에, 야구 후진국인 네덜란드에게 패배하며 1라운드에서 탈락한 사태는 야구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야구팬들은 대회 이후 국가대표팀 류중일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에게 날선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WBC에서의 ‘참사’로 인해 국내 프로야구의 열기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됐다.
개막 직후 관중동원, 일단 성공
그러나 개막전 직후의 상황은 고무적이다. 3월 30일 부산 사직구장을 제외한 대구, 광주, 문학구장에는 관중이 모두 들어찼다. 사직구장에는 만원에 1292명이 모자란 2만6708명이 들어왔다. 경기 내용에서도 화끈한 타격전이 전개되면서 5개월만에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신생팀인 NC 다이노스도 4월 2일 개막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NC는 2일 오후 창원시 마산구장에서 'PK(부산-경남) 더비'로 불리는 지역 라이벌 롯데와의 개막전을 치렀다.
2011년 3월 29일 한국야구위원회의 이사회로부터 제9구단을 창단 승인을 받은 이후 2년을 기다린 끝에 열린 개막전이었다. 모기업인 엔씨소프트 직원 1100여 명은 NC 다이노스를 응원하기 위해 버스 50대에 나눠 타고 서울에서 창원까지 원정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마산구장에는 1만4164명의 관중이 들어차면서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새벽부터 줄을 선 암표상이 등장했으며 경기 전부터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NC팬 100여명이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박완수 창원시장도 이날 경기장을 찾았다.
각 팀들의 전력도 눈에 띄게 평준화되면서 올 시즌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시즌 4강에 오르지 못했던 기아타이거즈는 타선의 폭발력이 막강해지면서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으며 감독을 교체한 넥센히어로즈와 매년 초반에만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LG트윈스도 약점을 보강하고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월 4일 현재 기아타이거즈 3승1패, LG트윈스 3승1패, 넥센히어로즈 2승2패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기아는 롯데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외야수 김주찬을 영입하면서 타선에 허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도 삼성에서 FA로 풀린 정현욱을 영입하면서 약점인 불펜을 강화시켰고 넥센도 서건창-박병호-강정호 등 기량이 급상승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반면 지난해 우승팀이었던 삼성라이온즈는 개막전에서 두산베어스에게 만루홈런 2개를 허용하는 등 이틀 연속 패배하며 아직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한 모습이다.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6년간 3600만달러(약 400억원)를 받고 LA다저스에 진출한 류현진의 선전 여부도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거리다.
시범경기에서 2승2패에 방어율 3점대를 기록하며 호투한 류현진은 4월 3일(한국시간) 열린 공식 데뷔전에서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6과1/3이닝 동안 자책점을 1점만 허용하는 호투를 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에서의 호투에 힘입어 팀내 2선발로 낙점됐으며 MLB(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투수인 클레이튼 커쇼가 등판한 다음날 등판하게 된다. 류현진의 다음 선발등판 상대는 4월 10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다.
류현진 MLB 데뷔전, 성공적
박찬호가 MLB에서 활약하던 1996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야구팬들은 5일마다 한번씩 새벽잠을 설쳐가며 박찬호의 선발등판 경기에 집중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 최고의 투수였던 류현진이 MLB에 진출해 국내 팬들에게 비슷한 기쁨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류현진은 대학 졸업 직후 미국으로 직행, 마이너리그와 MLB에서 성장한 박찬호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에서 7년간 뛴 선수라는 점에서 국내 야구팬들의 감회는 더욱 새로울 수밖에 없다. 류현진의 선전이 국내 프로야구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일본 진출 첫해였던 지난해 오릭스의 4번타자 자리를 굳힌 이대호의 선전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대호는 2012시즌 풀타임 선발 1루수로 출전하면서 0.286의 높은 타율에 24개의 홈런과 91타점을 달성했다. 지난해 9월 26일에는 퍼시픽리그 전 구단 상대 홈런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금년 시즌에도 이대호의 출발은 순조롭다. 이대호는 시즌 개막 이후 시즌 첫 4경기에서 타율 0.412(17타수7안타) 1홈런 2타점으로 순항하고 있다. 팀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대호 역시 한국 프로야구에서 8년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일본 프로야구를 서서히 평정해 가고 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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