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당선자 신분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 대표와 만나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에 합의했다. 쿠르드 지역에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는 대가로 유전개발권을 받는 사업 구조였다. 이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계약은 추후 대폭 수정됐다. 2012년 9월 27일 쿠르드 프로젝트를 담당해온 석유공사는 이라크 쿠르드지방정부와 맺은 SOC 건설 및 석유탐사 연계계약을 대폭 수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광구 5곳 가운데 쿠쉬타파, 상가우 노스, 상가우 사우스 광구에서는 원유나 천연가스가 전혀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석유공사는 지분 중 일부를 반납했다. 이에 SOC 투자계획도 당초 21억 달러에서 11억2,500만 달러로 감소했고, 탐사실패 시 석유공사가 보장받는 원유량도 6,500만 배럴에서 3,480만 배럴로 감축됐다.
쿠르드 유전개발에는 총 4,400억원의 탐사 및 시추비용이 투입됐다. 감사원은 앞서 2012년 4월에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원유 발견도 못하고 최소 1,800만 달러의 순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 논란도 MB정권에 큰 타격이었다. 지난 2월 19일 검찰은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을 하는 오덕균 CNK 대표를 기소중지하고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 등 관련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를 믿고 관련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것이 중대 범죄라고 판단했다.
정권에 타격 된 ‘다이아몬드 스캔들’
검찰에 따르면 CNK 관계자들은 유엔개발계획(UNDP)과 모 국립대의 조사 결과, 카메룬 다이아 광산의 추정 매장량이 4.2억 캐럿에 이른다고 허위 보도자료를 2회 배포하고 이로 인해 주가가 올라 약 9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제적 가치가 극히 미미한 단순 ‘광산 개발권’을 획득한 것에 불과한데도 이를 수백억원대 가치가 있는 사업이며 곧 대량 생산에 착수하는 것처럼 선전해 주가를 띄운 사기적 부정행위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자원외교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도 미미했다. MB정부 5년 동안 체결한 자원개발 관련 양해각서(MOU) 71건 가운데 본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자원개발과 관련해 체결된 71건의 MOU 중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한 결과 폐기 17건, 협의중 33건, 탐사계약체결 3건, 지분양수도계약체결 2건, 광권계약 1건, 기타 14건, 본계약 1건으로 각각 조사됐다.
본계약 1건은 2011년 석유공사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체결한 아부다비 지역 내 3개 미개발 유전개발 건으로 올해 3월 UAE 아부다비 3개 미개발 유전 개발과 관련해 석유공사가 본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17건에 달하는 폐기 사유로는 MOU 기한종료, 광황불량, 현지사정, 협상결렬 등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박근혜 정부조차도 MB정부의 자원외교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시인하는 분위기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MB 정부에서 추진한 자원외교가 실익이 없다’는 여야 지경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은 “(MB 자원외교는) 대통령을 위한 보여주기 식 행정이 아닌가”라고 윤 장관 후보에게 질문했다. 이에 윤 장관 후보는 “보여주기 식 자원외교까지는 좀 심한 평가 같다”면서도 “자원외교 자체가 안정적 수급, 안보 전략상 과정에서 자주 개발률이란 양적성장에 치우친 감은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MB 정부) 자원외교는 실익이 없었고, 전문 인력 양성과 기초역량이 부족한 문제를 드러내 자원개발청과 자원개발원 등 전담 기관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윤 장관 후보는 “공감한다”며 “지난 정부에서 자원개발 자주개발력을 높이기 위해 양적 성장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많은 지적이 있었다. 내실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철저히 평가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원외교’ 중시 방향은 적중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중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공격적인 자원외교를 통해 해외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자원외교 활동 중 일부는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이 같은 활동으로 인해 축적된 노하우와 해외 인맥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재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고정식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지난 1월 30일 오찬간담회를 통해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아 원자재 가격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정부와 공기업이 자원 개발에 앞장설 필요가 있으며 새 정부 들어서도 자원외교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까지 (MB)정부가 자원외교의 길을 열어줬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기업들이 이를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