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가 창조경제에 올인하는 이유는?
새정부가 창조경제에 올인하는 이유는?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3.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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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은 세상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고갈되지 않는 자원이다. 세계에는 창조경제로 크게 성장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국가도 많다.”(UNCTAD 2010)

2010년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창조경제 - 가능한 개발의 선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창조경제가 다가올 미래의 주 성장동력임을 밝힌 바 있다.

UNCTAD(2010)의 ‘Creative Economy Report’ 보고서에 의하면 창조경제는 창조산업부문과 관광‧레저 등 소비부문으로 구성된다. 창조산업은 지적 재산에 의존해 상징적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경제활동이라고 정의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 보고에 의하면 이러한 창조산업은 문화유산, 예술, 미디어, 기능적 창조물 등 4개 대분류 및 9개 소분류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여가‧관광 등 소비부문은 창조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다. 세계 관광수입은 2001년 4,620억 달러에서 2008년 9,46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한 점이 이를 시사한다.

또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국제관광객수는 2002년 7억1,000만 명에서 2008년에는 9억2,000만 명, 2020년에는 15억6,00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아울러 경제발전에 따른 국민소득 증대가 여가, 관광, 문화소비를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는 점도 중요하다. 가계지출 중 문화오락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기준으로 볼 때 한국 3.7%, 미국 6.5%, 일본 6.1%, 프랑스 5.1%, OECD 평균 5%대에 이른다.

문화산업 고용비중 상대적 저조

우리나라 창조산업의 고용자 수는 2008년 기준 104만여 명으로 스포츠‧오락, 관광 등 생활문화산업에 절반 이상 취업하고 있다. 2006~2008년 창조산업 고용은 연평균 0.8% 7,000명, 관광‧스포츠오락 등 연관 산업은 연평균 1.5% 1만8,000명이 각각 증가했다.

문화재‧자연유산, 공연‧음악, 디자인‧건축‧광고 등의 고용자 수는 증가하고 미술‧사진‧공예, 도서출판 등 전통적 부문은 쇠락한 점도 주목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GDP와 고용 비중은 주요 OECD 국가의 1/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문화산업의 GDP 비중은 2005년 약 1.9% 수준으로 영국 8.6%(2003), 미국 4.5%(2002) 등 다른 주요 OECD 국가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고용은 전체 산업 대비 2.58%로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며 영국과 프랑스의 절반 이하라는 점은 이 분야에서 성장의 모멘텀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창조산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영국의 경우 창조산업은 GDP 대비 6.4%, 전체 고용의 7%를 차지하는 국가의 기반산업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창조경제의 핵심은 학벌이나 성별, 지역 연고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적 역량에 의한 생산성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박지성은 엘리트코스를 밟지 않고도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됐으며 서태지는 중졸 학력임에도 문화대통령으로 군림했다는 점이 창조경제의 기본 관점이다.

창조경제는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자는 주장이 아니다. 창조경제는 창조산업, 관광레저 등 관련 소비부문, 환경, 계층, 지역 등으로 구성된 복합적 시스템이다. 한국의 창조산업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성장해 104만명이 종사하고 있으나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는 미성숙한 단계에 있다.

세계는 이러한 창조경제로 그 패러다임이 이동 중이다.

20세기 자본 중심의 산업경제와 정보 중심의 IT경제가 21세기 창조성 중심의 창조경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08년 전세계 글로벌교역은 12% 축소됐지만 IT와 소프트웨어, 콘텐츠와 같은 창조제품과 서비스 교역은 5,920억 달러로 2002~2008년 연평균 14% 성장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창조경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창조경제는 창조성이 주로 가치와 부를 창출하는 경제를 말한다. 그리고 창조성이란 독창적이거나 상상력이 결합된 지식의 모든 것이다.

창조경제가 일자리 창출 대안

이러한 창조경제가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수출과 제조업 중심 성장의 한계에 한국경제가 직면해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다. 한국경제는 1960년대 이후 제조업 기반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으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해방 직후 1인당 국민소득 50달러에서 1995년 1만 달러로 빠르게 진입한 한국경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수출 증가와 제조업 성장이 고용확대를 유발하지 못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2007년 기준으로 할 때 우리 경제의 소비, 투자,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각각 17.1명, 13.1명, 9.4명이었지만 2000년 이후 취업유발계수는 소비 2.8명, 투자 0.7명이 감소된 반면 수출의 취업계수는 8.3명이나 감소해 수출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약해졌다.

대신에 서비스업이 한국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원천으로 등장한 결과 2004년 이후 2010년까지 농림어업과 제조업(광업 포함)은 각각 25만8,000 명, 14만3,000명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은 167만 명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용률 역시 OECD 평균과 EU 15개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15~64세의 고용률은 2009년 62.9%로 OECD 평균(64.8%)과 EU 15개국(서유럽 중심) 평균(66.0%)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고용률은 청년층의 낮은 고용률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출주도 제조업 중심의 한국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내수 서비스 중심의 성장전략도 함께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창조경제는 한국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내수 서비스 중심의 성장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창조경제에 있어 ITC의 역할을 그 핵심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는 각 산업의 영역에서 IT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을 통해 지식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해가 빠른 상황을 상정해 보자.

데이터 마이닝 기술의 중요성

현재 재래시장은 대형할인점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져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은 그 나름대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면도 있다. 전문화를 하는 방법이다.

수산시장, 과일시장, 야채시장과 같이 기존 재래시장에 특성화가 생기면 이는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가지 않더라도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가장 가까운 수산시장의 상품들과 가격, 이벤트 등을 사전에 비교 인지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패턴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공급자-소비자간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방송산업에서 빅뱅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향후 지상파 디지털 방송시대가 오면 시청자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 등을 디지털 방송을 통해 얻게 되고 홈쇼핑 역시 전문 채널 뿐만 아니라 일반 채널의 양방향 구현을 통해 이뤄질 수 있게 된다.

즉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의 옷과 액세서리를 구매한다든지 관광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행 상품을 예약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그러려면 방송-통신간의 융복합기술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융합 시스템의 구축이 요구된다. 여기에 빅데이터(Big Data)와 같은 데아터 마이닝 기술은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컨설팅사 매킨지가 2010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의료산업은 빅 데이터를 이용할 경우 직간접적 비용 개선 효과가 약 3,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 정부 의료예산의 8%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스페인의 전체 의료예산에 해당한다. 특히 임상분야의 경우 의료기관별 진단, 처치방법, 효능 등을 비용과 연계분석해 최적 의료방법을 도출할 경우 연간 1,600억 달러의 비용 개선이 가능했다.

빅 데이터는 의료뿐만 아니라 산업부문별로 약 0.5~1% 정도의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유럽의 공공부문에서는 그리스 국가예산에 맞먹는 2,500억 유로의 절감이 가능하며 제조업의 경우 제품 개발비의 50% 감소가 가능하고 운전자본의 약 7%를 절약할 수 있었다.

개인 위치정보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 공급자는 약 1,000억 달러, 이용자의 경우 약 7,000억 달러의 후생 증대도 예상됐다. 위치정보가 공급자와 이용자에게 이익이 되는 사례를 보자.

영국 아비바 보험사는 운전자의 운행기록을 인공지능기술로 분석해 혼잡시간대와 사고다발지역에서의 운행 빈도가 낮은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Pay-as-you-drive'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또한 매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의 위치정보와 교통량 분석만 활용하더라도 출퇴근 교통 혼잡 및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여 전 세계적으로 약 6,00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데이터 처리 기술과 통신기술의 결합은 하나의 생테계를 요구한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이 최근 한 세미나에서 “스마트폰 등장으로 한국은 ICT 네트워크 강국 위상을 유지했으나 글로벌기업 주도의 플랫폼 경쟁으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대비가 미흡했다”라고 말했던 점은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른바 CPND, 즉 콘텐츠(소프트웨어)-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단말기)가 어우러진 생태계 관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창조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버드대 국제정치학자 조세프 나이는 20세기 이후의 세계가 크게 3차원 체스게임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먼저 1차원은 군사력이다. 이 영역은 전통적인 폭력을 수반한 힘의 세계고 현실주의자들의 세계다. 2차원은 무역과 금융과 같은 시장의 세계다. 이 부분은 자유주의자들의 영역이다. 3차원은 콘테츠와 문화, 아이디어와 같은 매력의 세계다.

조셉 나이는 이것을 '소프트파워'라고 불렀다. 이 부분은 개인들의 영역이다. 이렇게 세계는 3개의 차원들이 서로 얽혀 서로 경쟁하고 또 때로는 협력하며 돌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프트파워란 군사, 자원과 같은 ‘하드파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한 국가의 문화 경쟁력을 말한다. 한 나라의 소프트파워는 주로 세 가지 형태의 자원에 좌우된다. 그 나라의 문화, 정치적 가치관 그리고 대외정책이 그것이다.

문화란 어느 사회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가치체계와 관행으로서 문화가 표출되는 형태는 사뭇 다양하다. 흔히 문화는 문학, 미술, 교육처럼 엘리트층에 어필하는 고급문화와 일반의 오락거리에 초점을 맞춘 대중문화로 나뉜다.

창조경제와 소프트파워

어느 나라의 문화가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또 제반 정책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이익을 증진시킨다면 그 나라가 바람직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그런 문화가 만들어 내는 의무 간의 연관성 때문이다. 편협한 가치와 지역에 한정된 문화는 소프트파워를 생성하기 어렵다. 미국은 문화의 보편성 때문에 많은 이득을 본다.

독일 언론인 요세프 요페는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경제적.군사적 자산보다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급이건 고급이건 미국의 문화는 로마제국 시대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처럼 맹렬한 기세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그와 색다른 면이 있다.

로마와 소련의 문화적 영향력은 군사적 영역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의 소프트파워는 해가 지지 않는 거대한 제국을 지배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소프트파워는 개인들의 창의성에 의존한다. 피터 드러커는 1950년대의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지식사회라는 개념을 처음 도출했는데 조셉 나이의 이 소프트파워는 다름 아닌 지식사회가 갖는 부의 원천이다.

지식사회에서는 ‘근로자’라는 개념이 ‘전문가’로 바뀐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전문가는 기업에 고용되지만 상하관계의 고용이 아닌 수평적 관계로 특징이 지어진다. 전문가들끼리의 결합을 통해 생산되는 지식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생산의 수단이 된다.

아울러 그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슈퍼 인디비듀얼’들이 탄생하게 된다. 안철수 씨의 등장은 한국사회가 그런 소프트파워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한 개인이 집단보다 더 영향력 있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사회는 바로 창조경제로 인한 결과가 된다.

하지만 창조경제가 모든 것을 약속하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다. 창조경제는 무엇보다 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 그리고 전문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교육의 혁신이 없이는 창조경제도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 과연 그러한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만한 역량을 갖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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