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 화폐개혁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검은 돈들을 지상으로 끌어 올리자는 취지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화폐개혁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해 왔다. 한국 원화의 단위 가치가 너무 높아 국격이 떨어진다는 배경도 있었다. 다만 화폐개혁에 신중했던 지식경제부가 이번에는 찬성쪽으로 선회했다는 보도가 등장했다. 아무래도 박근혜 새 정부의 복지재원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유일 것이다.
화폐개혁은 항상 새로운 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논의가 되던 문제였다. 그럼에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은 이 문제가 전혀 뜻밖의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경제 관료가 시장의 모든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폐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실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서, 가능한 예상되는 모든 부작용의 경우에 대비한 플랜을 가지고 시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경제에 대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인 하이예크는 ‘치명적 자만’(Fatal Conciet)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경제란 학자의 머리나 공무원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경제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수 많은 대중들의 제한적 지식들이 자발적 협력을 통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화폐개혁 이전에 세제개혁 시도하는 방법도
만일 화폐개혁에 대한 성공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세제 개혁을 통한 복지재원 확보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른바 ‘단일세’(Flat Tax)의 도입이다. 이러한 단일세는 2000년 초반 러시아가 누진세를 폐지하고 13%의 단일세를 도입해서 경제성장과 세수확대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
단일세는 국내 경제학자들 가운데서도 제법 많은 지지를 받는 제도다.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이 단일세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 노동소득에 대해서는 고율의 누진세를 매기는 반면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저율의 단일세를 적용한다. 노동소득에 대한 세금은 31.5~56.5%의 누진율 방식인 반면 자본소득에 대해서는 30%의 단일세율이다.
노르웨이는 노동소득에 28~48% 누진인 반면 자본소득에는 28% 단일세율이다. 핀란드는 노동소득에 27~50% 누진세율, 자본소득엔 28% 단일세율이다. 자본이 노동의 친구임을 인식했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조세구조이다.
단일세가 누진세보다 유리한 것은 일단 세제가 단순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순한 세제는 납세자에게 납세포기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재산세의 경우에도 양도세와 종부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대신 재산세 하나로 흡수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투기를 우려할 수 있으나 부동산투기란 부동산 보유비용과 기대수익에 따라 결정되므로 재산세 인상을 통해 보유비용을 높이면 투기의 기대수익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현행 재산세 실효세율이 선진국 평균인 1% 내외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사실을 감안하면, 재산세를 점진적으로 인상하여 투기적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세제를 개혁하면 지하경제가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지하경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세금회피다.
최고세율이 50%에 이르는 상속세 등도 지하경제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세금회피의 비용이 처벌보다 낮으면 사람들은 세금을 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비록 낮은 세율이라도 더 많은 세수가 걷히고 경제활동도 활성화된다.
따라서 경제운용은 모험주의보다는 손이 닿는 곳의 열매부터 딴다는 현실적 합리주의가 중요하다. 시장 경제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이 얽히고 섥혀 돌아가는 거대한 교환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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