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미래창조과학부를 말하다
창조경제와 미래창조과학부를 말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1.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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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월 18일 대선 후보로서 과학⋅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이른바 ‘창조경제론’을 발표했다.

이날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는 앞선 나라들을 쫓아가는 전략으로 오늘의 한국 경제를 만들었지만, 이제 우리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미래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으로 ‘창조경제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 ‘창조경제론’은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 운영을 통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며, 이러한 창조경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을 다른 나라를 따라가는 ‘추격형’에서 다른 나라에 앞서가는 ‘선도형’으로 바꾸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률에만 치중하는 사고에서 벗어나 고용률을 높이고, 인적 자본과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토목기반의 단기 성장이 아니라 지식기반의 지속가능한 중장기 성장을 이끌어가겠다”라는 구상을 밝혔다.

박 후보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7대 전략으로 ‘스마트 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정보개방⋅공유를 통한 창조정부 실현, 창업지원,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 청년층 해외취업 장려 프로그램 ‘K-Move’ 시행,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을 제시했다.

여기서 언급한 ‘스마트 뉴딜’은 IT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스마트 워크(IT를 활용한 유연 근무), 통신 인프라스트럭처 등의 강화 구상을 말한다. 그리고 ‘K-Move’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의 외국 현지정보를 활용해 청년들의 해외 인력 채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청년들을 해외에 취업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창조경제’란 용어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제시한 전략으로, “이종산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문화⋅교육⋅일자리를 ‘창조’한다는 개념으로,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어내거나 기존 시장의 발전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창조경제론은 차기 정부 경제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된 내용을 바탕으로 창조경제론이 부상하게 된 배경과 타당성이 무엇인지 3가지로 나눠 살펴보자.

‘창조경제’의 배경

첫째, 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 교수가 규정한 대로 21세기는 지식기반 경제(knowledge-based economy)의 시대이다. 지식기반경제 시대에는 기업이나 국가도 성장모델이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는 신작 <부의 미래>에서 “21세기의 부는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별적 지식을 먼저 확보한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창조경제’ 구현은 지식기반경제와 맥을 같이 하며, 이 시대 우리나라가 필요한 매우 적절한 방향 설정이라고 판단된다.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2차산업인 제조업 위주 경제로는 도저히 최근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를 탈피할 수 없고,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기존의 제조업 경쟁력, 우수한 과학기술 인적자원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3차산업인 서비스산업(교육, 의료, 컨설팅, 문화 콘텐츠 등)과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창조경제론은 한국이 저성장 기조를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모델이 될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휴대폰, 반도체, 조선, 자동차, 가전 등을 보면 전형적인 업무 흐름이 R&D와 디자인 → 제조 → 마케팅 → 서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value chain)을 가지고 있다.

산업화시대에는 이 가치사슬의 가운데에 위치한 제조단계가 이익 창출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었고, 소위 ‘한강의 기적’을 창출한 원동력이었다. 즉, 대표 기업들은 그룹의 자본력과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추고, 원가절감과 품질개선 노력에 힘입어 많은 이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지식기반경제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치사슬 앞쪽에 위치한 R&D와 디자인 부분의 핵심부품, 소재, 소프트웨어, 콘텐츠 개발-창조적 디자인 개발 등의 활동과, 뒤쪽에 위치한 마케팅과 서비스 부분과 관련된 빅데이터 활용 마케팅, 토털솔루션 제공, 고객감동 서비스 등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창조경제론은 이와 같은 가치사슬의 단계별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창출이 우리 사회를 통합하고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다. 종래의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는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제조업의 자동화와 전산화가 진행되면서 생산이 늘어도 일자리가 더 이상 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R&D와 서비스 분야 등은 아직도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이 아니며, 이 분야에 앞서가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하면 앞으로 개척할 무궁한 일자리가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론은 이러한 개념에 근거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거는 기대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월 15일, 현행의 15부 2처 18청의 중앙행정조직을 17부 3처 17청으로 확대⋅조정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경제부총리 제도를 부활하고, 창조경제를 관장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는 등 박 당선인이 국정기조로 밝힌 ‘경제 부흥’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기초과학, 미래기술, 융합기술, 우주기술, 원자력 등)을 주축으로, 지식경제부의 응용 R&D, 대통령 직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 과학연구개발 예산을 총괄해온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그리고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방송 통신 인터넷 정책과 진흥), 지식경제부(소프트웨어 등 정보통신산업 정책), 행정안전부(정보보호정책), 문화체육관광부(게임 등 콘텐츠 관련 정책) 등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능을 흡수 통합해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과학기술 르네상스’를 구현하기 위한 소위 ‘슈퍼 부처’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무현 정부 때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합친 규모이며, 과학기술 분야의 강력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할 것이 확실하다.

인수위원회 측은 “미래창조과학부는 미래 변화를 예견해 향후 수십 년의 먹거리를 발굴하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며,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성장동력을 발굴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부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부처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래과학기술부는 정부 내에서 규모 2위권의 거대 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조직이 맡던 과학기술과 ICT 조직을 모두 통합하면 본부 직원만 900명 정도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5년 동안 뒷전에 밀려 있던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가 부활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가지고 있던 17조원 규모의 국가 R&D 예산 배정⋅조정 권한을 갖게 돼 이제 창조경제를 부흥시킬 제도적 준비는 완료된 셈이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새로운 개념의 융합형 과학기술 부서로 탄생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 성공 여부는 5년 후에 판단할 일이나, 미래창조과학부가 우리나라의 강점인 ICT 플랫폼을 활용하고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접목해 새로운 인재 양성, 융합형 기술개발, 서비스 산업의 과학화 등을 이뤄 선진국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동력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본래의 의도대로 성공한다면, ‘창조경제’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과학기술을 통한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는 경제부흥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몇 년 전에 시작된 우리 젊은이들의 K팝 한류, 드라마 한류와 같은 문화 한류 못지않은 과학기술 한류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이 국정운영의 중심돼야

미래창조과학부의 설립 취지를 보아 그 용어를 해석할 때 미래창조를 위한 과학기술부, 즉 줄여서 ‘미과부’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이를 잘못 해석해 미래를 위한 창조과학부, 즉 ‘미창부’로 보면 안 된다.

혹은 간단히 ‘미래부’라고 칭하는 것도 과학기술의 의미가 퇴색되므로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약자는 미창부나 미래부보다는 미과부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취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박 당선인이 수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과학기술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돼야 한다. 또한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거 추격형 시대의 과학기술부의 영역을 벗어나 우리나라의 30년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지향형 부처로 설립돼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수립한 미래 사회 전반에 대한 연구와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래사회 변화예측, 이를 토대로 국가과학기술정책의 수립과 집행기능이 미래창조과학부에 부여돼야 한다. 미래 사회 연구와 변화 예측을 위해서는 방대한 자료 관리와 분석이 필수적이므로, 통계처리와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가진 통계분석실의 설치가 미래창조과학부의 필수적인 성공 요소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미래과학기술부가 가질 시련도 만만치 않다. 지난 5년간 과학기술과 ICT 분야는 여러 부서에 뿔뿔이 나눠져 있었다. 이들을 잘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가가 우선 중요하다. 또한 교육과 과학이 분리되면서 두 조직이 모두 협력해야 하는 대학들의 유기적 협력 운영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미래과학기술부가 정부 R&D 집행을 하면서 배분 조정 권한까지 가지게 되므로 참여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 때처럼 ‘선수가 심판까지 겸하는’ 모순을 현명하게 극복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의 출범에 대해 국민이 거는 희망과 기대는 크다. 국민이 기대하는 좋은 결과를 박근혜 차기 정부에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미래한국)

 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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