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부근의 밤거리를 거닐었다. 이곳은 평소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온 몸을 찌르는 듯한 겨울 추위에도 크리스마스 이브 강남역 부근의 밤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특히 20대 청춘 남녀들이 많다. 거리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리고 있다. 거리의 상점들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는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는 청춘 남녀들의 축제의 날 같다.
크리스마스는 2천 년 전 만인의 구원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맞이하는 기독교 최고의 날이지만 기독교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희와 기쁨에 넘쳐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사람이 주인인 나라, 진정한 삶이 살아 숨쉬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며 내가 살았던 북한체제를 생각했다.
북한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리지 않는다. 따라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의미도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에는 종교가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도, 불교도, 가톨릭도 없다.
북한에서 신은 오직 한 명이다. 바로 김일성이 북한의 유일한 신이다. 북한에서 김일성은 주체조선의 시조로 떠받들어진다. 김일성, 김정일의 죽은 미이라가 들어가 있는 궁전의 명칭도 ‘금수산 태양궁전’이다. 즉 김일성이 주체조선의 태양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년도를 표시할 때도 김일성이 태어난 해인 1912년을 주체조선의 시작 년도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2012년을 주체 100년으로 표시한다. 그러니 어떻게 다른 신을 믿는 타종교를 허락할 수 있겠는가?
나는 어렸을 때 북한에서 ‘종교는 아편과도 같아서 인민대중의 사상의식을 좀 먹는다’라고 학교에서 배웠다. 그리고 나 자신이 함흥에서 고등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할 때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르쳤다.
북한은 오직 김일성을 위한 김일성 종교의 나라이다. 김일성 외에 아무도 없다. 신도 없고, 종교도 없고, 국민도 없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가 내려가며 독재통치로 자신들을 신으로 만들어 가는 나라는 이 지구 상에 북한 밖에는 없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이라는 주체조선의 유일신에게만 경배한다. 그러니 북한에서의 성탄절이라는 얘기를 한다면 김일성이 태어난 4월 15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태어난 날이 최고의 명절이기 때문이다.
2013년 1월 1일은 신정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 온 지 12년이 된 나도 지난 한 해를 추억하며 다가오는 한 해를 새로운 각오로 맞이한다.
하지만 북한의 주민들에게 신정은 그다지 기쁜 날이 아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한 악전고투 속에서 2012년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른 생존을 위한 고난의 한 해 2013년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한국)
박광일 세이브엔케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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