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 여부와 지지정당의 상관관계
부동산 보유 여부와 지지정당의 상관관계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2.07.1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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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
 

인터넷에서 좌파성향 네티즌들이 새누리당 지지자들 및 우파진영을 공격할 때 즐겨 쓰는 말 중에 “새누리당 지지자들 및 보수층은 대부분 저학력-저소득층이다”가 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고학력-고소득층에서 상대적으로 좌파 정당의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것을 빗대어 우파진영을 폄하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 4월 총선을 비롯해 역대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이 같은 선동은 현실과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소위 ‘강남 3구’로 유명한 강남, 서초, 송파구에 할당된 지역구 7개를 독식했다. 특히 투표소별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미성아파트, 대치동 미도아파트 등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80% 이상 90%에 육박하는 ‘몰표’를 얻었다.

고학력 고소득 지역의 새누리당 몰표, 이유는?

최근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합격자의 43.6%가 강남 3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비싼 부동산을 보유한 고학력-고소득자들이 이념적으로 보수성향에 가까우며 새누리당에 득표하는 비율이 높다는 게 총선 결과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확인됐지만, 그 이전 선거에서는 어땠을까. 지방선거 직전이었던 2010년 5월에 발간된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는 지난 2002년부터 실시된 각종 선거 결과를 토대로 부동산과 선거 사이의 법칙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손낙구 씨는 민주노총 대변인을 5년간 지냈으며 현재 손학규 민주통합당 경선 예비후보의 특보로 활동 중이다. 대표적인 좌파인사지만 이 책은 중앙선관위에서 공개한 객관적인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저자가 수도권 1,186개 동네의 역대 선거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투표율이 높은 동네일수록 집 가진 사람,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 아파트에 사는 사람, 대학 이상 학력자, 종교가 있는 사람이 많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동네일수록 새누리당 득표율이 높고 민주통합당 득표율은 낮다. 특히 새누리당을 많이 찍은 동네일수록 집 가진 사람,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 아파트에 사는 사람, 대학 이상 학력자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유층과 중산층이 대거 거주하는 강남 3구가 새누리당을 상대적으로 많이 지지하고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강북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의 지지도가 높은 현상을 재확인해 준다. 저자의 분석은 대단히 세부적인데 강남권 내에서도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민주통합당의 득표율이 높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는 개포3동의 1,2투표구와 3,4투표구의 투표 양상을 비교한 후 “경제적 여유가 적지만 강남에 살아야 할 사람들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야당 지지도가 높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보수층을 ‘저학력-저소득층’이라고 공격하는 좌익 네티즌들의 주장을 반박하려고 손낙구 씨가 이 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새누리당에 대해 “어느 정당이 가장 잘 소통하고 있나. 한나라당이다. 자신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부자들과 중상층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더 잘 불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는 “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중하층 내지 서민들을 투표장에 불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즉 선거 개표 결과라는 가장 확실한 자료를 근거로 핵심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민주통합당 등 좌파진영에게 선거 승리의 열쇠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의 재개발 반대에 숨은 뜻(?)

이 책이 출판된 시기가 2010년 5월이었기에 그 이후에 실시된 2010년 6월 지방선거와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선, 2012년 4월 총선 결과는 이 책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재보선과 올해 4월 총선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유지됐다. 서두에서 언급한 강남구 압구정동, 도곡동, 대치동에서의 새누리당 몰표현상 뿐 아니라 종로구-광진구-영등포구에서도 상대적으로 주택보유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높았다.

가령 4월 총선 당시 종로구에서는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가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에게 여유 있게 이겼지만 주택소유율이 76%인 평창동에서는 홍 후보가 5596표, 정 후보가 3746표를 각각 얻었다. 김한길 의원이 승리한 광진갑 지역구에서도 주택소유율 78%인 광장동에서 만큼은 정송학 새누리당 후보가 8222표로 김 후보(7259표)에 앞섰다.

신경민 의원이 승리한 영등포을 지역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등포 내 최대 부촌이며 주택소유율 78%인 여의도에서는 권영세 새누리당 후보가 1만603표를 얻어 신 후보(6029표)를 눌렀다.
저자는 “아파트가 늘어날수록 민주당 의석은 줄어든다”며 “지난 민주(+열린우리)당 정부 시절 추진됐던 뉴타운 재개발 정책의 수혜자는 압도적으로 한나라당이다. 현재와 같은 수도권 도시 재개발이 계속된다면 야당은 발붙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노후주택들이 밀집한 지역이 아파트 대단지로 재개발될 경우 새누리당 지지 성향이 강한 중산층들의 거주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10월 재보선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서울시내 뉴타운 및 각종 재개발·재건축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저자 손낙구 씨는 좌파진영의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이며,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의 당선을 위해서 뛰고 있다. 따라서 그는 수도권과 서민들과 영세민들을 상대로 부유층 및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을 불러 좌파의 집권에 기여하기 위해 이 책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보수진영에서는 저자가 제시한 역대 선거 자료들과 분석을 우파적 관점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만약 누군가 “당신은 왜 보수우파가 됐는가”라고 묻는다면, “내가 피땀 흘려 이뤄낸 재산을 강탈하고 몰수하려는 좌익 정당들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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