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붕괴와 인간의 실패
부동산 붕괴와 인간의 실패
  • 미래한국
  • 승인 2012.07.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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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편집고문 / 고려대 명예교수

2008년 미국에서 터진 자본주의경제 위기 초래 원인이 부동산 경기 붕괴에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경제 붕괴의 배경에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 시민들의 과소비, 동물근성에 젖은 경제주체들의 비윤리적 마몬이즘, 국가정책자들의 안일과 무지, 지적 유희에 빠진 경제학자들의 수리경제접근방식에 편향된 비현실적 상황분석과 한 발 뒤진 대안제시 등의 문제점을 적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거래와 연계된 금융시장이 가계부채의 상환불능으로 무너지면서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상징이던 미국경제는 ‘국가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합성모델로 탈바꿈해가는 진통 과정에 놓여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계속되는 국가부채의 누적, 경기침체, 높은 실업, 일반서민층의 불만으로 시장경제의 선두주자의 앞길은 아직 밝지 못하다.미국 부동산시장 붕괴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이른 90년대 초반부터 일본은 부동산경기침체로 촉발된 내수침체 때문에 지난 20여년 위축을 벗어나지 못해왔다.

현 세계 경제위기는 부동산 문제에서 출발

잃어버린 20여년으로 서서히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그나마 수출관성(慣性)의 법칙에 따른 대외수출시장 점유력을 통해 급격한 추락을 지연시키면서 현존상태를 겨우 지탱해온 셈인데, 뜻밖에 닥친 지난해 후쿠시마 대지진과 잇따른 대소 천재지변이 겹쳐 당분간 경제적 재기가 불투명한 상황이 되고 있다.

지금 글로벌시대의 세계경제는 국가 간에 상호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세계경제가 어느 한 나라 경제의 타격과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충격의 발원지가 세계경제에서 점유하는 비중이 크면 클수록, 그리고 후폭풍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경제의 국제화(대외의존도) 정도가 크면 클수록 그 파급효과는 확장적일 수밖에 없다.

2012년의 유로존 금융위기와 국제수지 및 국가재정위기도 직간접적으로 미국 주택시장붕괴 후폭풍의 영향을 받았고 아울러 유럽 각국의 부동산, 재정 및 금융정책의 실패와도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유럽경제회복의 불투명성과 유럽각국의 금융과 재정부실이 중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 경제에 이르기까지 불확실한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경제도 이런 영향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금년 들어 한국경제의 대외수출신장세의 둔화, 외환보유고의 격감추세, 그리고 내수부진과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국면으로의 뚜렷한 진입 조짐이 더욱 우려를 증폭시킨다.

이런 국내외적으로 얽혀 있는 거미줄 경제구조 속에서 한국경제, 특히 추락 중인 부동산 경기는 우리에게 어떤 충격으로 다가올까? 최근 우리나라의 부동산 경기,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도시지역의 아파트 수요는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날 줄 모르며 가격은 몇 년 전에 비해 30% 이상 떨어져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형편이다. 그 원인은 몇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지금까지 주택공급이 부동산 투기성 수요에 부응해 무분별하게 과잉 공급돼 왔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가 전반적으로 상승국면에 있을 때, 그리고 이자율은 낮고 기대물가상승률이 높을 때, 그리고 가족의 핵분열화가 촉진될 때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1가구2주택 소유에 대한 중과세정책과 같은 인위적 개입으로 주택가수요와 가격상승폭을 조절하고 주택경기를 조정하려는 비시장적 개입을 채택하는 등 일관성 없는 주택정책이 수없이 도입되고 폐지되는 가운데서도 주택가격의 꾸준한 상승추세는 대체적으로 근년까지 지속됐다.

둘째는 경기가 장기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실업증가와 개인소득감소, 그리고 가계부채부담의 증가로 주택수요가 바닥을 치고 건설경기가 위축돼 건설업자들이 워크아웃(walk-out)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경우이다. 한국경제는 2010년을 전환점으로 이런 단계로 진입해 그 심각성이 최근 가속도적으로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부동산경기는 일반 경제 상황과 동행한다. 현재의 국내외경제여건으로 보아 한국부동산경기는 얼마 동안 바닥권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침체의 두가지 원인

부동산경기침체는 전반적인 국내수요시장의 위축을 초래하고 이것은 다시 전반적 경기위축에 따른 생산고용의 위축으로 이어져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반면, 경기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소득층은 저소득층의 눈총을 피해 국내에서의 소비보다 해외소비가 더 저렴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 국외소비를 선호하게 된다.

물론 이들의 해외소비지출에 상응하는 상당 부분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출로 일부 보충이 된다. 그러나 만약 국내부유층의 소비가 국내에서 이루어질 경우 외국인이 국내에서 떨어뜨리는 무역외 수입과 함께 국내수요증대를 상승적으로 일으켜 국내생산과 고용의 증대로 이어지면 국내경제는 계속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무역외로 벌어들이는 초과외화공급을 새로운 기술도입, 해외투자 등에 적절하게 배분 사용해 국내본원통화 증대로 인한 인플레 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상식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유부동산의 매매거래가 계속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앞으로의 경제상황에서는 부동산과 유동성(현금)간의 융통의 길을 열어주면 부동산경기침체기의 서민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전통적인 부동산담보대출방식의 개선안을 마련해 부동산 소유자가 그 물건을 담보로 그 추정매도가격과 기간금리를 차감한 금액한도 내에서 노후 약정된 기간 동안 매월 일정금액을 연금식으로 지급을 받아 생활비에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기법을 확대 실시해 볼 수 있다. 이런 정책을 부동산 소유한도와 관계없이 담보물건 중심으로 도입해 운용할 금융기관의 새로운 설립을 연구해볼 만하다.

마이클 샌들의 오류, 시장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최근 개인의 소유권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원칙에 반기를 들며, 삶의 모든 영역에서 반자본주의적 비시장규범(nonmarket norms)을 강조하고 나선 행정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이 한국인들 가운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시장경제원칙에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의 작동주체인 거래당사자들이 기본적으로 사회윤리와 도덕성을 바탕으로 경제행위를 수행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주의 시각을 가진 샌델이 시장경제 주체들의 도덕성 문제를 마치 ‘시장경제의 고유한 도덕적 한계’인 것처럼 보며 시장경제의 유용성을 부정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도덕은 시장의 역할과 기능’의 문제가 아닌 ‘시장 참가자들의 인격과 윤리’의 문제이며, 그것은 ‘경제체제의 문제’가 아닌 ‘사람 속성의 문제’이다. ‘도덕의 한계’는 시장이나 정치경제체제 영역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철학’의 문제 범주에서 다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 도덕의 문제는 경제체제가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상관없이 그 체제 속의 행동주체인 인간에게 내재된 문제이다. 법은 체제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체제를 운영하는 인간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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