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3월의 산하는 봄의 따스함과 온화한 빛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새 계절을 맞고 있는 이 시점,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는 갈등과 대립으로 앞을 분간할 수 없는 혼돈(chaos)의 어두운 구름에 덮여 있다. 우리 국민이 4월 총선을 통해 국운의 재도약을 위한 새 전기를 일궈낼 수 있을지, 아니면 모두 잔인한 4월을 노래하며 좌절의 세월을 보내야 할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급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동태적 지도(地圖)형세는 보기에 따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파악될 수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도 있어서 획일적이고 결정적 시각으로 정의할 수 없다. 그리고 나 같은 한 논객의 개인적 염려 또는 소원만으로 역사의 진행이 좌지우지 될 수 없듯이, 소수의견만으로 정부정책방향을 바꾸기는 ‘중과부족의 법칙’에 따라 어렵다. 국가정책은 반드시 개개인의 독립적 생각이나 의사보다는 국민들의 뭉쳐진 집단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힘을 받게 된다.
세대간·계층간 갈등, 시간 갈수록 심화
민주적 선거가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각 개인의 선호가 응집돼 나타나는 집단적 다수결선택에 의해 국회의원과 행정부가 선출되고 다수당의 정책이념이 국가의 정책방향을 결정짓게 된다. 물론 이념노선을 달리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국익이라는 객관적 공통목표 앞에서는 사(私) 보다는 공(公)을 중시하는 타협과 양보의 정치적 미학(美學)을 일구어내면 그것은 선진정치의 나라이다.
아직 대결정치구도 아래 타협의 풍토가 성숙되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총선과 대선 투표에서 유권자들의 바른 선택이다. 앞으로 어떤 정부와 어떤 정책이 펼쳐져 국민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전적으로 유권자의 투표참여와 투표결과에 달려 있다. 투표 결과는 유권자의 성향, 현실을 파악하는 시각, 기존질서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 등 유권자 개인의 비전에 의해 좌우되게 마련이다.
많은 요인들 중에서도 최근 우리 사회의 세대간, 계층간 갈등구조의 이해는 총선결과를 미리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유권자들 중 어떤 계층이 다수를 이루며 그들이 어떤 성향과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여 집단적 지지투표를 할 것인가를 유추해보면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물론 그런 투표결과 유추는 투표 당일의 일기상황이나 모든 다른 환경적 요인 등이 정상적이라는 전제 위에서 추정된다.
우리 현실에서 유권자들의 지배적 성향은 세대간 계층간 갈등 구도에서 파악돼야 할 것이다. 특히 세대간 갈등과 사물을 보는 세대간 계층간 시각의 차이는 점점 가속도적으로 간격이 확대돼 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은 크게 구분해 전전(戰前)세대와 전후(戰後)세대간에 주로 역사적 전통과 문화에 대한 이해 차이와 그리고 개인의 자유와 국가통제에 대한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한 분열이 지배적이었다. 그 당시에도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노인세대는 노인대로 의식과 사물을 보는 시각에서 현격하게 대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경로사상은 지니고 있었다.
한편 국가통제권력이 강하게 작동해 세대간 정치사상과 이념적 갈등은 물밑에서 머리를 들지 못했다. 아니 그런 갈등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이 아니었다. 그때는 북한의 6·25 남침을 경험한 세대들이 사회의 주축을 이루었고, 전쟁 경험에서 체득한 반공의식과 정부의 강력한 이념교육으로 정신무장이 돼 대부분 국민은 이념적 갈등이나 고민을 하지 않았다. 사상적으로 불이익의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모두 잠닉해 드러나지 못했다. 그러나 빈익빈 부익부의 계층갈등은 지금 못지않게 표출되곤 했었다.
기성세대, 구심력 떨어져 선거에서 영향력 축소
세월이 변한만큼 세대간 갈등구조도 엄청나게 변했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떠나 이제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노인은 노인들대로 서로를 노골적으로 존중하지도 신뢰하지도 않으려 한다. 세대간의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진 것처럼, 사물을 보는 세대간 시각도 큰 차이가 있다. 6·25 동란과 그 이후 일어난 남북간 대결구도와 상호 적대행위의 본질을 모르는 60년대 이후 출생세대들에게는 정치적 이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윤리가 빠진 자본주의적 물질선호사상과 이기주의적 생활습관에 젖어 있으면서도 저들은 공생의 유토피아 사회를 부르짖는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은 정당하나 타인이 가진 것은 모두 도둑질한 불의의 재물이고, 지배적 통치권력은 그런 도둑들의 보호막 역할만 해온 악이기 때문에 물리치고, 들어서 엎어버려야만 할 대상이 된다.
권력이 무너지는 것을 보아야 속앓이가 풀리는 느낌을 가지는 이런 계층 중에는 그 대부분이 젊은이들로 주축을 이루지만, 그렇다고 모든 젊은이들이 다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를 당해온 많은 중장년과 노인들도 이들에 포함된다. 이들을 민주화 물결을 타고 대두한 ‘세대와 계층을 아울러는 융합된 거대한 좌편향 사람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선거에서 이들의 주적은 우편향 보수계층이다.
두 계층 간의 미움의 감정이 씻기지 않는 한, 한국사회는 분열상태로 남게 될 것이다. 이들 젊은 세대들은 SNS 매체를 통해 서로 의견과 뜻을 나누며 선거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늙은 세대는 대부분 뿔뿔이 흩어져 점점 서로 구심력을 갖고 있지 않을 뿐더러 나이에서 오는 무력감과 피곤 때문에 신경 쓰이고 귀찮은 일은 피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이들 노인 보수세력을 투표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지 못하면 우익 정당의 후보들이 당선될 확률은 그만큼 작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우익보수세력과 좌익진보세력간의 적대감정이 씻기지 않는 한, 당분간 계속 세대간 계층간 갈등구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보수를 표방하는 고령화된 우익세력은 점점 숫자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좌익진보세력도 친북 좌익과 건전한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두 세력으로 분열되면서 진화될 것이다. 이런 정치방향을 읽으면 4월 총선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냉철한 선택과 진로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세월은 지금으로서는 예측불가능한 또 다른 대안의 정치세력과 힘의 균형을 가져오게 될 것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우리 앞에 다가오는 4월은 우리 정치에 당분간 혼돈과 혼미함을 예고하고 있다. (미래한국)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