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러시아, 세기의 리턴매치
미국 vs 러시아, 세기의 리턴매치
  • 미래한국
  • 승인 2012.03.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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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 구호로 당선된 푸틴, 미국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바마 행정부의 러시아 정책 기조를 표현하는 한 단어가 있다. ‘Reset’(재설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러시아의 그루지아 침공 후 악화일로를 달리던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취임 후 재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취지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009년 3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reset’이라고 쓰여 있는 빨간색 버튼을 전달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러시아 정책 ‘reset’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의 이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립과 충돌보다 서로 윈-윈하는 조화와 협조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는 2009년 모스크바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감소, 전세계 핵확산 방지, 법의 지배, 민주주의 강화, 인권 보호 등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이에 기초해 양국은 관계를 건설적으로 재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2010년 4월 러시아와 새로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체결하며 양국이 보유한 전략무기를 각각 3분의1로 줄이기로 합의했고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정회원 가입을 적극 지지했다. 러시아 역시 미국 주도로 마련된 UN의 이란 제재안을 찬성하며 이란에 지대공미사일을 판매하려던 계획을 취소하는 등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재설정’ 정책을 펼친 지 3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기대만큼 재설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무기감축협정 체결 조건으로 당초 폴란드와 체코 공화국에 배치할 예정이었던 미사일 방어(MD)시스템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이 유럽에 세우고 있는 미사일 방어 계획은 사실상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한 것으로 그동안 러시아의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미국의 이런 양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주요 이슈와 관련, 미국과 입장을 달리해왔다.

러, 이란 핵 제재 무력화

이란 핵문제에서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UN 제재를 무력하게 하는 조치들을 해왔다. 러시아는 2010년 6월 UN의 4번째 이란 제재안에 찬성했지만 불과 두 달 뒤인 8월 부세르에 위치한 이란의 민간용 원자로에 농축 우라늄을 공급하며 UN 제재안을 무력하게 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2일 중국과 함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UN 결의안을 거부했다. 이 결의안은 미국 주도로 마련된 것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오히려 미국 등 서방이 시리아의 반정부 세력을 부추겨 시리아의 갈등이 조장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리아는 냉전 때부터 러시아의 주요 동맹으로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이 시위로 붕괴되면 북코카서스 지역 내 무장 이슬람들의 봉기를 자극하는 도미노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2008년 침공해 점령한 그루지아의 아브카지아와 남오세티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러시아는 독일까지 이르는 송유관을 건설하며 유럽국가들의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증가시키며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미 구 소련공화국들인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에 종속돼 있다. 지난 겨울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아 추운 겨울을 나야 했다. 러시아가 그루지아를 침공한 것도 카스피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에너지 수송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 내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이 양국의 공통 이해라며 관계 재설정을 통해 러시아가 더 민주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한 예로 러시아 법원은 2010년 석유재벌이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를 공금횡령과 돈세탁 혐의로 투옥했다. 그러나 유럽법원은 지난 5월 체포와 재판 중 호도르코프스키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문제를 삼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여전히 내부고발자가 감옥에 갇혀 구타당해 죽고 있고 정치적 적수들은 장기구형이 선고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설정’인가 ‘재충돌’인가

블라디미르 푸틴이 지난 4일 러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기대하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재설정은 더 어려울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미국을 러시아 제1의 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는 반미를 기치로 내세웠다. KGB 출신의 푸틴은 미국이 러시아를 해체하기 위해 북코카서스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후원하고 있고 미국은 불법적으로 이라크에 개입했으며 세계경제 침체를 야기했고 소셜미디어로 중동 정권들을 붕괴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는 조세프 스탈린을 ‘효과적인 관리자’이며 소련의 붕괴는 ‘20세기 가장 큰 지정학적 재난’으로 보는 등 구 소련에 대한 동경과 자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실상 자신의 꼭두각시인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온건한 이미지로 오바마 행정부와 유럽에서 호감을 받아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정치체제를 비롯, 국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푸틴은 과학과 기술을 통한 군사력을 강조하고 있다. 중동 사태와 관련,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주요 관계국들과 공조해야 한다고 보지만 푸틴은 미국이 중동의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입장이다.

푸틴은 중국, 베네수엘라와 우정을 지키고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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