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4년 가까이 굳건했던 ‘박근혜 대세론’에 타격을 가한 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급부상이었다.
지난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 원장이 돌연 출마 검토를 시사하면서 그는 일거에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이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안 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양자 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2012년 정권교체를 바라면서도 인물난에 시달리던 좌파진영에겐 든든한 대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최근 야권에서는 ‘안철수 없어도 대선을 이길 수 있다’는 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다. 안 원장의 지지율 거품이 다소 빠지면서 친노인사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좌파진영의 ‘원톱’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 지지한 열혈 좌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월 6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31.3%로 1위를 유지했고, 2위 안철수 원장은 20.8%에 그쳤다. 이어 문재인 이사장은 19.4%로 안 원장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양자 대결 구도에서도 문 이사장은 43.0%의 지지율로 박근혜 위원장(44.3%)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20%, 유선전화 80%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 민주통합당이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안철수 원장을 대선후보로 영입하면 대선에 승리하더라도 안 원장과 그의 측근들에게 많은 것을 내주는 ‘연합정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표적인 친노인사이며 이미 민주통합당 소속인 문재인 이사장을 앞세워 정권을 탈환할 경우 민주통합당과 그 지지자들로서는 연합정권이 아닌 2013년에 ‘순혈 좌파정권’을 출범시킬 수 있게 된다.
이는 문 이사장의 이념과 성향이 현재 민주당이 추구하고 있는 ‘극좌·종북’ 노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이사장은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방제 통일을 선동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2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이 평화통일에 가까워졌다.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통일은 커녕 전쟁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연방제 통일을 ‘희망’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헌법 영토조항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다. 이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함으로써 연방제 통일 등 북한식 대남 적화에 가까운 통일 시도를 차단하는 조항이다. 결국 문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과거 좌파정권과 달리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악화됐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美 문화원·동의대 방화사건 등 변호
종북진영의 전형적인 논리다. 북한 정권은 지난 1960년대부터 대남적화통일 전략이라는 통일기조를 변함없이 고수하면서 연방제 통일을 주장해 왔다.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내세운 것은 1980년 10월 10일 제시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이하 고려연방제)이다. 고려연방제는 통일의 원칙으로 자주(주한미군철수), 평화(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민족대단결(남한 내 공산주의 활동보장)의 3개항을 제시, 남한에서 이른바 ‘자주적 민주정권’ 즉, 연공(공산)정권 수립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남한의 국가보안법 폐지·주한미군철수·공산주의 합법화·남한 내 ‘인민민주정권’ 수립 등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김정일 정권의 남한 무장해제를 통한 적화통일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재야 변호사 시절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과 동의대 방화사건 등 극좌세력의 폭력사태를 변호한 경력도 있다. 동의대 방화사건은 1989년 5월 일부 동의대 학생들이 경찰 5명을 납치, 폭행하고 학내에 감금해 이를 구출하려던 경찰관 7명이 화재와 추락으로 숨지고 외부에 근무 중이던 경찰관 등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문 이사장이 노무현 정권의 오른팔이었다는 사실 또한 그의 이념적 좌표가 어디인지를 증명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중반이던 2004년 대통령 직속 의문사위를 통해 빨치산 출신 인사들을 민주화공헌자로 승격시킨 후 이를 문제 삼는 야당과 언론을 겨냥해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의문사위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냐”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주한미군을 ‘간섭과 외세의 상징’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했으며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했던 2007년 10월에는 평양 만수대 방명록에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 주권의 전당’이라는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또 그는 대남 적화통일의 메시지가 담긴 북한의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면서 두 차례나 기립박수를 쳤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에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방어용이다’ ‘일리가 있다’고 두둔했으며 핵실험 직후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한 대북 현금지원을 계속 했다. 이런 노무현 정권 하에서 문 이사장은 비서실장을 지냈다. 또 노 전 대통령 사망 이후에는 친노세력의 좌장으로서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부산 출마 선언 이후 박근혜 때리기
문재인 이사장은 오는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지역에서의 당선을 통해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그는 현재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이어 그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공세에 나섰다. 문 이사장은 지난 2월 16일 트위터에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지태 선생의 부일장학회를 강탈한 장물”이라며 “참여정부 때 국정원 과거사조사위 등에서 강탈의 불법성을 인정했는데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근혜 위원장은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전임 이사장이 ‘어떻게 하라’고 얘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의 반박대로, 정수장학회는 개인적인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좌파 언론인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도 이미 오보 이후 사과문 및 정정보도를 게재한 바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009년 11월 26일자에서 “8월 3일자 ‘아침을 열며’ 칼럼에서 ‘박근혜 바로보기’라는 제목으로 실린 칼럼 내용 중 박근혜 씨가 문화방송과 부산일보 주식, 정수장학회 등을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으로 표현한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영남대학교도 사인(私人)이 소유할 수 없는 학교법인이며 육영재단도 박근혜 씨 소유가 아닙니다. 따라서 박근혜 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금전적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는 기술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과 박근혜 씨에게 유감을 표명합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도 지난 2010년 3월 26일자 기사에서 “오마이뉴스가 지난 2월 21일자 ‘박정희와 김대중, 누가 더 많은 재산을 남겼나’ 제목의 기사 내용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자녀들에게 MBC(문화방송) 주식과 부산일보를 소유한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 육영재단 등 현재 기준 최소 1조원에서 5조원에 이르는 유산을 남겼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은 재단법인이고, 영남대학교는 학교법인이기 때문에 사인(私人)이 개인적인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그 누구도 이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녀들에게 엄청난 금전적 재산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기술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정정 보도를 한 바 있다.
정수장학회를 언급한 공세가 문재인 이사장의 ‘헛발질’이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대선주자로서 최근의 언론 보도 등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설익은 공세를 하다가 망신을 자초한 모습이다.
비서실장 재임 때‘아들 특혜 취업’ 논란
문재인 이사장은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자신의 아들을 노동부 산하기관에 특혜로 취업시켰다는 의혹이 받기도 했다.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2007년 4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현안 및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원이 올해 초 직원을 신규 채용하면서 문 실장(당시 대통령 정무특보)의 아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고용정보원이 일반직 5명, 연구직 9명을 모집하면서 실제 채용 공고는 연구직에 대해서만 냈고, 동영상 전문가를 뽑으면서 ‘동영상 전문가’라는 말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문 씨 1명만 응모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정 의원은 “동영상 및 파워포인트(PT) 전문가를 채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해 놓고 실제로는 ‘연구직 초빙 공고’라는 제목 하에 ‘일반직 5급 약간 명 포함(전산기술 분야 경력자 우대)’이라고 공고를 했다”면서 “그 결과 동영상 및 PT 분야에 문 실장의 아들만 응모했다. 이는 동영상 및 PT 분야를 뽑는다는 것을 일반인이 알 수 없게 만들어 놓고 대통령 측근의 아들만 ‘나 홀로 응모’를 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 민심을 뒤흔든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문재인 이사장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일했으며, 문재인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윤재 씨는 지난 1월 저축은행 관련 비리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권익환 부장검사)은 영업정지 이후 수사를 받는 파랑새저축은행에서 이전에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정윤재 전 비서관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지난 1월 9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2007년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파랑새저축은행 측으로부터 예금보험공사의 자금 지원을 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정부 관계자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래한국)
김주년 객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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